금요일
아침부터 우리는 서둘러야 했다. 당당뉴스 운영자인 이필완목사가 유정란을 공급하기 위해 한 달에 한 번씩 내려가는 충남 광천의 [황토농장]으로 가기 위해서였다.
점심도 거르고 떠나는 두 동행자는 먼 길을 가야하고 또 여러 곳을 다니며 생명의 밥상을 나누어 주어야 했기에 광천으로 가는 길은 설레임과 기대가 있었다. 신장 결석으로 고통하는 황토 농장의 정철우 선생을 보게 된 것도 감사한 일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그는 비록 육신의 건강은 잃었지만 그 부인 서옥훈님의 말대로 라면 '정신은 살아있다'라고 요약할 수 있다.
황토길을 밟다
광천은 서해안 고속도로를 타고 당진과 홍성을 지나서 시골의 포장된길을 따라 깊숙이 들어가야 하는 제법 먼 여정이었다. 특별한 생각보다는 이필완님을 약간 도와주려는 마음으로 동행했고 거기서 내가 만난 사람들은 지극히 평범하지만 그들의 눈망울과 삶에서 생명의 향기와 빛을 느꼈다면 지나친 수사(修辭)인가? 눈이 내린 산들을 보면서 오길 잘했다고 생각했다. 오랫만에 고속도로 운전을 하면서 드라이빙의 즐거움도 한 몫 더했다. 이윽고 도착한 보령시 관내의 유기농 양계장엔 눈이 아직 남아있고 그 틈새로 황토빛 진흙을 밟는다.
우리를 처음 반긴 약간 어리숙한 형제의 모습에서 정을 느끼다
도착해서 입구로 들어가는데 경운기 한대가 보이고 얼굴이 붉은 청년 하나가 아래로 내리달릴 듯한 경운기를 제대로 세우지도 않고 목사님을 맞이한다. '사모님은 안 오셨나요?' 우리는 불안한 경운기..약간 비탈길에 굴러가는..를 보고 그것부터 세우라고 했지만 청년은 걱정도 없이 다가와 인사를 한다. 잠시후에 이필완목사의 동생이 모습을 드러냈다. 겉보기에도 닮은 것 같은 형제..그의 이름은 이필형인데 이름으로는 누가 형인지 알 수가 없다. .
당당뉴스 운영자가 4개월을 지내던 그 곳에서
필형씨는
우리에게 커피를 권했고 형에게 하루 쉬었다가지 라고 말했지만 바쁜 이목사님은 그럴 시간이 없다면서 동생의 눈빛을 거절했다. 그 날은 필형씨 아들이 오랫만에 외박을 하니 저녁도 같이 먹고 형도 오니 하루라도 지내면서 회포를 풀 생각이었는데 금방 간다니 약간 섭섭한 눈치였다. 그의 식탁에는 라면 한개, 성경위에 포개진 일용할 양식 큐티 책자가 놓여있었고 이필완님이 거했던 방에는 아직도 장농과 집기며 책들이 널려 있었고 여름에 물이나 장판을 거두고 있으니 신발의 흙들이 방과 거실을 따라 생명처럼 흐르고 있었다. 단감을 먹고 급히 올라간다는 형의 말에 '그럼 계란싣고 가' 짧게 말한다. 그 때 아까 일하는 청년이 들어오는데 뭔가 할일을 힘주어 말하는데 곧 일터로 갈 모양이다.
양계장 축사와 직영 판매점에서 만난 생명들
나는 1989년 말부터 제천 송학교회 엄태성목사와 지금은 미국에 계신 김광식목사에게서 자연란(유기농) 양계에 대해서 들었고 당시 평창지방에는 그들의 야마기시식 축사로 유기농 양계를 하는 생명운동이 일어날 때였다. 직접 발효하여 만든 사료, 넓은 운동장이 있는 축사, 병아리 키우는 틀부터 닭들이 자연과 친화되어 스트레스를 줄이고 항생제와 영양제가 아닌 발효된 사료로 키운 닭이 낳은 달걀은 건강에도 좋지만 토지를 살리고 생명을 지키는 농업이었다. 그 때는 계란이 막 쏟아져 나오는데 판로가 개척되지 않아 실패한 나였기에 축사를 보고 직판점을 보면서, 17년 동안이나 유기농 양계를 해왔다는 그들의 성공 노하우를 생각했다. 잘 정비된 한쪽 축사에는 새파란 영계(?)들이 잘자라고 있고 또 한쪽은 이미 성계(장성하고 알을 많이 낳은 닭)들로 털도 빠지고 몸도 약하게 보였다.
피를 흘리는 고통으로 낳는 신비와 황토와 나무로만 지은 집
필형씨가 일부러 우리에게
보여준 사료는 녹차잎과 효소 및 기타 숙성시키는 사료의 원료인데 뜬 냄새가 향기롭고 좋았다. 그 먹이를 먹고 갓 수거한 알들은 신선해 보였고 어떤 알에는 피가 묻어있었는데 어미의 고통을 통해서만 새끼(알)는 태어난다는 평범한 교훈을 나에게 주었다. 그 알을 직판장에서 분류하기 위해 가는 길에 싣고 갔고 거기서 또 일하는 분들을 만났다. 연신 어디서 본 듯한 아저씨가 서서 계시는데 그 분이 정철우선생이었고 신장 투석으로 얼굴이 검어서 건강이 육안으로도 구별할만큼 좋지 않아 보였다. 일을 끝내고 가려던 몇 할머니들이 다시 앉아 우리가 가지고 온 신선한 알들을 크기에 따라 판에 담고 우리는 가지고 간 12년생 갤로퍼 웨건(4륜구동)에 싣기 시작했다. 직판장은 바닥도 황토, 벽도 황토, 위 천정은 높이하여 나무로 지은, 요즘 자주 볼수 있는 황토 찜질방 같았다.
정신은 건강합니다.
서둘러 유정란 200여판을 빼곡히 채워 싣는
작업이 끝날 즈음에 나는 정선생의 부인으로 보이는 분에게 말을 걸었다. '건강이 안 좋으시다는데 어떻게 하죠.' 그 분의 대답은 짧았지만 아직도 내 귀에 남아있다. "정신이 건강하면 돼죠." 그들은 육신의 고통을 믿음과 인내와 같은 정신적 차원으로 극복하고, 열심히 땅의 성실함과 부지런함으로 한 단계 한단계씩 17년을 쌓아올렸다. 그 탑은 쉬이 무너지지 않으리라고 생각했다. 십 수년전 내가 했던 실패를 그들은 극복했고 건강한 닭알(달걀이 표준어)을 하나 신청해서 깨 먹는데 신선하기도 하고 고소함이 느껴졌다. 그렇다. 나는 이제껏 아니면 우리들은 무언가 급하게 이루려다가 서로에게 배신당하고 그 상처로 서로 찌르는 사람들이 되었지만 그들은 땅의 주인이요 하늘의 주인이신 그 분께 밥상을 맡기고 건강하게 승리한 하나님의 감추어진 보배요 일꾼이었다.
이상 이
글을 쓰는데 도움을 주신 이필형님, 정철우 서옥훈 부부, 남자 형제, 여자 형제들에게 다시 갈 때는 큰 마음의 선물을 들고 가고
싶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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