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햇살이 눈부시도록 아름다운 날, 생명의 강을 지키기 위한 기독인들은 강 걷기를 나섰습니다. 서울에서 출발한 교회와 단체 29명의 사람들이 신륵사에 모였습니다. 이날 강 걷기에는 여주환경운동연합의 이항진 선생님이 안내를 해주셨습니다. 생명의 강 걷기는 남한강과 섬강과 청미천이 만나서 삼합이라고 불리는 곳에서부터 시작했습니다.

강을 둘러싼 습지는 들꽃과 억새가 어우러져 너무 아름다웠습니다. 이항진 선생님의 안내로 습지에 살고 있는 꽃, 들풀, 동물들에 대한 설명도 듣고, 강 길을 걸으며 생명이 살아 있는 생생한 현장을 둘러보았습니다. 이 모든 생명들은 인간이 터를 잡고 흔적을 남기기 시작한 것보다 훨씬 전부터 자신의 자취를 남기면서 거대한 습지를 만들어 왔습니다.

4대강 살리기 사업은 이름에 걸맞지 않게 4대강을 죽이고, 강 주변에 살고 있는 생명을 죽이는 사업이라는 것을 절실히 느꼈습니다.  

하지만, 개발이 되면 더 좋은 삶을 살 수 있다는 지역주민들의 이야기를 듣다보면 안타깝기만 합니다. 몇 해 전 새만금을 걸으며 지역주민과 나누었던 이야기가 생각났습니다. 그분은 새만금 간척사업을 한다고 했을 때 찬성했던 주민이었는데, 간척되고 나니까 주민들에게 돌아온 혜택은 없고 개발업자들에게만 이익이 돌아갔다고 합니다.

시간이 지나고 나니 후회된다고 이야기했습니다. 많은 사람의 이익을 위해서 자연을 파괴한다고 하지만, 정작 이익을 챙기는 사람은 그 땅의 사람들이 아니라는 것쯤은 누구나 쉽게 알 수 있습니다. 개발업자와 관계자들 외의 사람들은 땅을 빼앗기고, 삶의 터전마저 잃어버리는 것을 너무나 많이 봐왔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생태주의자들은 “인간에 대한 인간의 착취는 자연에 대한 인간의 착취”로부터 시작된다고 말하는 듯합니다.

개발을 위해 자연을 파괴하는 순간, 소수의 인간에 의해 수많은 사람들이 착취당하고 있는 현실을 볼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자연을 자원으로 만들고, 다시 자원을 상품화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인간의 노동으로부터의 소외, 상품으로부터의 소외는 오늘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삶의 현장 어느 곳에서든 쉽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정부가 추진하는 4대강 살리기 사업은 수질개선과 홍수예방을 위해 굽은 강을 곧게 하고, 강바닥을 고르게 해서 골재를 채취하여 자원으로 활용하는 것과, 가뭄을 방지하기 위해서 곳곳에 보를 설치하는 것이 주된 내용입니다.  

이항진 선생님은 여주에만 3개의 보가 설치된다고 하는데, 물을 깨끗이 하기 위해서 보를 설치하는 것이 얼마나 억지인가를 설명해 주었습니다. 물이 정화되는 것은 여울과 모래가 그 기능을 한다고 합니다. 굽이굽이 흐르는 강줄기를 따라 형성된 여울은 물의 용존산소량을 높여주는 기능을 하고, 모래는 오염물을 걸러주는 채의 기능을 하기 때문에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강바닥에 난 새들의 발자국을 보면서, 완만하게 형성된 강바닥에 새들이 들락거리며 오염물이 걸러지는데, 강바닥을 고르게 만들면 새들이 들어갈 수 없기 때문에 수질을 더 오염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또한, 보가 설치되면 흐르는 물이 막히게 되어, 물이 썩기 마련인데 이명박 정부는 어찌된 영문인지 물이 고이면 수질개선이 된다는 억지를 부리고 있습니다. 고인 물은 썩는다는 만고의 진리를 깨뜨리는 실험을 하려는 것일까요? 듣기만 해도 어이없는 이야기입니다. 

이항진 선생님은 강바닥을 고르게 해서 골재 채취를 하는 것이 경제적 이익이라는 정부의 주장에 대해서도 손실이 더 크다는 것을 설명해주었습니다. 영동대교 옆에 죽어 있는 다리에 대한 설명을 들었습니다. 다리를 지탱해주는 교각 아랫부분이 우물통 구조로 되어 있는데, 골재채취로 인해 다리를 사용하지 못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번 4대강 정비사업에는 골재채취만이 아니라 바닥의 암반을 폭파한다고 합니다. 그렇게 되면 현재 사용하는 다리마저 사용할 수 없게 될 것이고, 골재채취로 얻는 이익보다 다리를 사용하지 못하게 되는데서 오는 피해가 훨씬 크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였습니다. 

이날 이항진 선생님이 안내를 해주면서 가슴에 와 닿는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쑥부쟁이에 관한 이야기였습니다. 쑥부쟁이는 멸종위기의 식물인데, 여주에 있는 습지가 전세계에 유일한 생육지라고 했습니다. 쑥부쟁이는 모래와 자갈처럼 영양가 없는 땅에 들어와 번식하는 식물이라고 합니다. 쑥부쟁이가 있다는 것은 물이 그만큼 깨끗하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라 합니다. 하지만, 다른 식물들이 들어오면 쑥부쟁이는 죽고 만다고 합니다.

마치 척박한 곳에 터잡고 살지만, 계발이 되어 땅값이 오르면 그곳에서 살지 못하고 쫓겨나는 민중들의 삶처럼 쑥부쟁이는 언제 이곳에서 쫓겨날까 염려하며 홀로 외로이 꽃을 피우고 있는 듯했습니다. 이곳마저 계발되면 쑥부쟁이는 지구상에서 영원히 종적을 감추고 말 것입니다. 한 생명의 종이 사라진다는 것은 그만큼 삶의 풍성함도 줄어드는 것일 겁니다. 그리고 풍성함이 사라져버리면 우리들 삶도 언젠가는 사라져 버리고 말 것입니다. 

4대강 정비사업은 여전히 논란거리가 많이 있지만 정부는 사업을 강행하고 있습니다. 정부정책에 대한 반대의 목소리는 커져만 갑니다. 이항진 선생님은 4대강 사업으로 정부가 계획한 예산안이 22조원인데, 공사가 들어가면 3배정도 추가비용이 지출된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다시 복구하기 위해서는 공사비용의 100배가 넘는 비용이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엄청난 복구비용은 다음 세대들에게 고스란히 빚으로 남겨주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날 기행에 어린이들이 함께 했습니다. 아이들에게 남겨줘야 할 빚을 생각하면 눈앞이 깜깜해지기까지 했습니다. 그런 사실을 아는지 모르는지, 자연 속에서 뛰노는 아이들은 시간가는 줄 몰랐습니다. 하지만, 정해진 일정으로 발걸음을 재촉하는 어른들 때문에 아이들은 그 즐거움을 미루고 아쉬움을 남기며 계속 다른 장소로 움직여 갔습니다.

순간, 어른들이 아이들의 노는 시간마저 빼앗는구나 하는 미안함이 들면서, 4대강 정비사업은 아이들이 뛰놀 수 있는 공간을 빼앗고 말겠구나 하는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이 시대의 어른들이 다음 세대에게 남겨주는 것이라고는 시간에 쫓겨 사는 각박함과 엄청난 빚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4대강 정비사업. 어떻게 해서든 막아야 할 것 같습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할 수 있는 일부터 시작해야겠습니다. 그래야 다음세대들에게 덜 미안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