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홈
> 사회 > 이승칠의 세상이야기 |
|
창녀 구원론[89] 구름 타고 온 편지영이야, 나 삼돌 엄마 5kg이나 빠졌는데 무슨 이유인지 잘 생각을 해 봐라. |
|
|
|
입력 : 2005년 12월 06일 (화) 00:00:00 [조회수 : 2810] |
|
<봄처녀 여동생에게>
오늘은 미국에도 봄이 온 것 같아 우리의 가곡 “봄처녀”를 콧노래로 불러 보았다. 외국에서 처음 맞는 봄. 자연의 이치는 같은데 나의 느낌은 조금 다른 것 같구나. 무슨 이유인지 잘 모르겠다. 이번 겨울에 눈이 하도 많이 오기에 마당에 눈을 치운다고 세월을 다 보냈는데 이제 밭에도 새싹들이 나오는구나.
작년 겨울은 난생 처음으로 연탄을 구경하지 않고 살았으며, 고국에는 너무 비싼 소 다리뼈는 그냥 주기에 설렁탕을 너무나 많이 먹은 겨울이기도 하구나. 물론 한국식 돼지도 설렁탕 국물로 포식을 하여 매일 잠만 잔다. 작년 김장김치가 맛있다고 칭찬을 듣고 돈도 제법 벌었기에 시어머니가 미국돈 모으는 재미를 느꼈는지, 조그만 비닐하우스를 만들어 상추를 심은 것이 다 자라간다. 한국돼지고기에 된장을 무쳐 상추쌈으로 이 동네 사람들을 초청을 하겠다고 하신다. 아마 곧 돼지 수육 파티가 벌어질 것 같다.
너의 편지에 우리집 아랫방에 개다리 여대생이 자취를 한다는 말에 식구들이 얼마나 웃었는지… 남기고 온 살림들이 여대생에게 유용하게 쓰이고 있다니 기쁘구나. 나도 서울에 처음 와서는 먼 친척집에 6개월 정도 있어본 적이 있는데, 대학시절은 기숙사 생활이 제일 좋을 것 같더라. 언제 한국의 대학들도 기숙사 시설을 할지…, 이제 5~6 개월 정도 미국에 살아보니 복지시설은 너무나 잘 되어있고 아이들에게는 천국이더라.
미국은 기독교가 세운 나라라는 말이 정말이더라. 우리의 사고방식은 유교인데 이들은 기독교이다. 교회를 중심으로 모든 것이 움직이기에 교회를 다니지 않으면 사람취급을 하지 않더라. 이곳 달라스에 한국인 교회가 있어 시어머니외에는 다 다닌다. 시어머니는 딸과 손자들의 성화에 못 견디어 교회에 나올 것 같으나, 아직까지 심방 오는 한국 할머니 친구들이 돌아가는 등에다 소금을 뿌리는 심술은 여전하다. 빛과 소금인 자들에게 소금을 뿌려주니 더 힘이 생겨 매일 오시는데 이는 모국에 대한 그리움인 것 같다는 나의 생각이다.
난 아직 믿음이 없어 대학 때 의무적인 예배시간이란 기분으로 나가면서 동생 생각을 많이 한다. 안다리치기에 걸렸지만 믿음 좋은 아내를 만났기에 내가 말썽꾸러기 동생 걱정은 이제 하지 않아도 될 것 같구나.
3월 초순이면 한국은 입학식인데 여기는 9월 입학이라 삼돌이와 준호는 유치원, 원호는 일학년으로 학교에 다닌다. 아이들은 변화된 환경에 쉽게 적응을 하는데 원호 아빠와 나는 시간이 많이 걸리는 것 같다. 야속하지만 사람은 환경에 따라 생각도 변하는 것 같구나. 그러나 너와 나 사이는 변하지 말자고 말하면 나의 욕심일까? 아무튼 변하지 말았으면 싶구나. 삼돌이가 유치원에서 돌아 온 모양이다. 안녕!
<편지 기다리는 영이에게>
너의 편지는 매달 받는데 이 게으른 언니는 이제야 답장을 하는구나. 나 5kg 이나 빠졌다. 음식이 입에 맞지 않느냐고? 다이어트? 근심거리? 너 또 답을 찾지 못하는구나. 나 요새 노다가 한다. 4월부터 시내에 있는 봉재공장에 나가는데. 이곳에서 일하는 한국여자의 80%가 일류대학 출신들이다. 처음에는 이상하고 안타까운 심정이었으나 모두들 즐겁게 일을 하는 것은 학벌보다 능력을 중시하며 어떠한 직업도 평등하며 노동은 신성하다는 미국인의 사고방식인데, 공자왈 맹자왈의 후손들이 이점은 배워야 할 것 같더라.
직장만 있으면 근사한 집도 너무 싼 이자에 20년 상환이라 시어머니와 고모는 달라스 변두리 지역에 그냥 남고 8월 초에 우리 가족만 시내로 이사를 했다. 너무 멋진 아파트라 너에게 자랑하고 싶구나. 돈이 많아 이사를 한 것이 아니라 직장이 가깝고, 저녁에는 빌딩 청소 아르바이트를 할 수가 있기 때문이다.
직장에서 돌아와 저녁을 먹은 후에 저녁 10시부터 전가족이 빌딩 청소를 밤 2시까지 한다. 아이들이 자라면 더 큰 사무실을 맡을 수 있을 것 같구나. “시간은 돈이다”라는 미국 격언이 피부로 느껴진다. 앞서가는 미국인을 따라 잡으려면 그들이 쉴 때 우리는 일을 하는 것이다. 자식들에게도 성실함을 배울 수 있는 기회라 잘 설득을 하였더니 잘 따라주어 하나님께 감사를 드린다.
주일이 제일 기다려진다. 낮에 한 시간이나 걸리는 변두리 고모집이 20분이면 갈 수가 있다. 전 가족이 모여 교회와 더불어 하루 실컷 쉬는 것이다. 너무 일이 많아 재미난 소식을 전해주지 못해 미안하구나. 살이 2kg만 더 빠지면 일에 익숙해졌다는 증거이니 곧 재미난 이야기 많이 들려주마. 참! 너의 편지에 언니에게 무엇인가 할 말이 있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더라. 영이야! 어려워 말고 무슨 일이든 말을 하여 의논을 하자꾸나. 혹시 “아 뱄나?”농담이지만, 더 놀라운 일도 주저하지 말고 이야기를 하도록 해라. 자! 밤 물걸레 소대 출발을 합니다. 호이팅!
영이는 금방 나무에서 떨어진 다섯 손가락을 가진 단풍잎을 주워 ‘호이팅!’을 외친 구름을 타고 온 삼돌 엄마의 편지에 집어 넣는다. 집에 가서 편지 속에 잘 말려 다섯 손가락에 다섯 가족의 이름을 새겨 성경책에 영원히 끼워두고 싶었다.
“영이야, 도망자 왔어.”
“오따매, 낙엽이 떨어지니 언니가 가슴에 편지를 품고 무드를 잡으며 다니네. 연애편지 구경 좀 합세다.”
골목입구의 구멍가게에서 희조와 은주가 오뎅을 먹으며 집으로 돌아오는 영이에게 한마디씩 하는 것이다.
-------------------------------------------------------------
삼돌 엄마도 이제 무대 뒤로 사라지는군요. 가만히 생각하니 많은 사람들이 사라졌는데 난 느끼지 못하고 종점으로 가고 있었나 봅니다. 어제는 88회를 61회로 적는 실수를 하였는데, 난 아직도 나 자신을 30대로 착각을 하고 있기 때문인지?!? |
| <저작권자 © 당당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
|
|
|
|
|
 |
기사를 추천하시면 "금주의 좋은 기사" 랭킹에 반영됩니다
추천수 : 3066 |
 |
|
|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