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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05년 12월 02일 (금) 00:00:00 [조회수 : 287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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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전도사, 허준배 성도 아시죠?”
“예, 작년에 김장배추로 청량리 광장을 흔들었던 분이죠. 성격도 좋으시고 열기가 대단하신 분이더군요. 제가 그분 흉내를 한번 내어 보아도 될까요?”
“안 그래도 배추 팔던 소문이 대단하던데 정작 나는 보지 못했기에 안타까웠는데 좀 부탁을 합시다.”
철수 전도사는 일어나서 선배와 단둘인데도 주위를 두리번거리더니 큰 풀잎을 뜯어 손에 쥐고는 싱긋이 웃는다.
“이 배차로 말하면 이 동네 색씨들이 새 마음을 먹고 충청도 깊은 산 중에서 농약 하나도 주지 않고 키운 배추이기에 겉에는 벌레가 조금 먹은 자국이 있지만 속은 그녀들의 새 마음처럼 탐스럽게 곽 차 있죠. 산골교회에서 사람 죽었다는 소리 들어보셨어요? 농약이 없기에 마음대로 죽을 수도 없습니다.
배차, 지가 겉에 벌레 안 먹었다고 자랑하는 것은 옷이나 잘 입고 지가 잘 났다고 뽐내는 인간과 같습니다. 이런 배추에 비싼 고추가루 발라 김장을 해 본들 맛도 없고 영양가도 없어요. 사람이나 배추나 상처를 이긴 흔적이 있어야 사람 맛도 나고 배차 맛도 있습니다. 오늘부터 하루에 2번씩 김장배추와 무시를 나함빌딩에 갖다 부어드릴 터이니 늦기 전에 사 가세요. 춤바람이 나 분칠하고 도망간 우리 마누라도 늦기 전에 돌아 오기 바랍니다.”
철수 전도사는 자신과 같은 길을 걷고 있는 선배의 앞이라 오랜만에 후배로서 마음껏 재롱을 피워 보았다.
“그런데 선배님, 진짜로 그 분 부인이 도망을 쳤나요?”
자신의 재롱에 아직도 웃음을 멈추지 않은 박 목사에게 철수 전도사는 약간 심각한 표정으로 질문을 하는 것은 가족을 버리고 도망을 치는 여자들의 마음을 모르기 때문이다.
“정말이야. 허 성도는 농담같이 이야기는 하지만 거짓말은 하지 못하는 성격이더군. 작년 9월 초에 손님을 태우지 않은 택시 한 대가 와서는 기사 분이 ‘이곳에 이상한 여자들이 산다는데 춤바람이 나 제비족과 도망을 친 제 마누라가 있는지 살펴보아도 되겠습니까?’며 정중하게 양해를 구하더군. 그 분이 30대 후반이라, 우리는 아줌마는 없는 산골 교회지만 둘러 보라고 허락을 했어. 아내의 사진을 들고 모든 하우스를 다니며 자매들과 한참이나 이야기를 하더니 나에게 와서는 아내도 꽃을 좋아했는데 마지막으로 이곳에서 일을 하며 기다려 보고 싶다고 하더군.”
라합산골교회는 교회나 성당 또는 사회단체의 추천이 있어야 입학을 하는 규칙이 있기에 박 목사의 결정이 철수에게는 사뭇 궁금하였다.
“허 형제는 홀어머니와 10살, 8살, 6살 난 세 자식이 있으며, 10년 동안 택시 무사고 운전으로 개인면허를 따기 6개월 남겨두고 마누라가 도망을 갔기에, 6개월 동안 한 달씩 6개 도시를 돌아 다니면서 택시 운전수 생활을 하면서 마누라를 찾았다고 하더군. 다행히 서울 변두리에 집이 있기에 어머니가 구멍가게를 하며 손주들을 키우고 있다는 거야. 자신에 대한 증명서를 다 보이면서 아내에 대한 마지막 기다림이니 허락을 해 달라고 사정을 하기에 예외로 내가 승낙을 했어.”
하나님이 창조하신 규칙적인 자연에도 돌연변이가 있는데 예외를 인정치 않는 단체는 하나님의 뜻을 그르친다는 소견도 곁들인다.
“선배님, 잘 결정하셨습니다. 조직신학도 성령의 뜻에는 순종을 해야 한다고 생각을 합니다.”
“나를 이해 해 주어 고맙네. 나는 나함재단이나 한 전도사가 충분히 이해 해 주리라 믿었어.”
홀가분한 기분이 된 박 목사는 10개월 동안의 허 성도의 활약을 상세히 이야기를 해 주었다. 대형면허까지 가진 운전을 잘 하는 허 성도가 오므로 제일 편해진 것은 서울 가는 운전을 하던 박 목사였고, 자동차 운전이나 정비에 관심이 있는 성도들은 꽃을 키우면서 농사를 지으면서 틈틈이 핸들을 잡는 기분은 어린애들이 놀이공원에 온 기분이었기 때문이었다고 한다. 또한 박 목사도 이들은 산골에 갇혀 살지만 다양한 직종을 배울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하겠다는 생각을 굳히게 된 것이다.
가을이 되면 산골 사람들은 단풍을 보면서 겨울 살림을 걱정을 해야 하는데 그 동안 간이 천막이나 움막에서 해결되던 식당, 목욕탕, 상점,창고 등의 공동시설이 허 성도와 몇 명의 남자들이 주동이 되어 벽돌로 규모 있게 공사를 하였으며, 그 동안 비닐하우스에서 키운 상추와 밭에서 나는 야채들을 봉고에 싣고 나함빌딩에 납품하고는 산골교회에서 필요한 일용품 외에 다른 물건까지 봉고차에 가득 싣고 와 청주의 상점에 파는 수완가이기도 했다.
특히 여름에 대학 봉사단이 연습 삼아 이웃에 나누어 주려고 한껏 심은 김장배추는 허 성도의 지휘로 음성군에 미리 준비한 2대의 8t 트럭에 하루에 2번 서울로 보내기 위해 2대의 봉고버스가 줄기차게 산골짜기를 다녔기에 정작 산골 식구들은 배추 겉으로 김장을 할 정도였다고 한다. 서두르는 사람이 있기에 온실 속의 꽃도 정신을 차리는지 라합교회의 온실, 화자의 동네의 하우스에서 미리 준비되어 산골 하우스를 옮겨져 키운 묘종들이 국화를 선두로 김장배추 뒤를 이은 히트품이 된 것이다.
이 일로 산골교회 성도들도 용기를 얻었지만 마누라를 기다리던 허 성도도 신이 나서 서울의 가족까지 데리고 와 하우스 속에서 생활을 할 정도가 되었는데, 여기는 꽃밭 천지이니 어머니의 눈에 들고 자식들의 마음에 드는 여자를 만날지 모르는 일인 것이다.
“허 형제가 자신의 가족을 데리고 오는 문제를 나와 의논하면서 하던 말이 기억 나. 깡패들은 가족을 돌보지 않지만 밤꽃들은 가족의 걱정에 잠을 못 잔다는 말을 하더군. 지금 이곳으로 오고 싶은 밤꽃들이 한 트럭이 넘는데 자신이 벌지 않으면 식구들이 또 밤꽃이 되어야 하는 악순환의 현실이라며 한숨을 쉬더군.”
아무리 좋은 이상도 현실이란 무대는 인정을 해야 하는 것이다. 이는 현실이란 신의 섭리보다 자신들이 펼쳐놓았기 때문이다.
“무슨 좋은 방법이 없냐고 물었더니, ‘6.25 때 모든 것 다 팽개치고 피난 갔죠. 이스라엘 민족은 1900년 만에 성경이란 토지문서를 들고 약속의 땅을 가더군요. 복잡한 현실을 이기는 방법은 현실을 무시하는 겁니다. 즉 전가족이 이곳으로 보따리 싸고 오는 것입니다.’라고 하더군. 황당하게 들리지만 일리는 있는 말 같았어. 그래서 자신이 시범을 보이겠다고 가족을 데리고 온 걸일세.”
시골에서 뼈 빠지게 일을 해도 발전이 없었기에 인간들은 뱀이 득실거리듯 서로 모여 마을을 이룬 것이 인류의 역사인데, 발전은 했으나 뱀의 소굴로 변해가는 현실은 막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역사에 수 많은 현자들이 등장을 하였지만 이 문제를 풀지 못했는데 용감한 허 형제에게 기대를 해 보는 박 목사의 심정이었다.
“그는 ‘고정관념을 깨어버리는 것이 시작이다’는 말을 하더군. 솔직히 배운 것도 별로 없고 운전이나 하며 살았기에, 나는 속으로 허 형제를 좀 멸시를 하였는데 이것이 나의 죄인 것 같아. 그는 인간이 모든 것을 갖추어 버리면 신이 이 땅에 올 필요가 없다는 거야. 희망을 가지고 어려움을 헤쳐가는 자가 하나님을 만난다는 놀라운 말을 하더군. 그래서 나도 세상의 모든 고정관념을 버리기로 했어.”
철수도 책에서 모든 것을 부셔야 새로움에 도전을 한다는 새로운 사상을 읽은 적은 있으나 박 목사는 체험으로 느껴가고 있는 모습을 볼 수가 있었다. 아마 라합은 고정관념을 깨는 선구자인지도 모르는 것이다.
“인원이 늘어가니 이탈자나 사고를 치는 성도들도 생기지요?”
“아무리 교회라도 사람이 사는 곳이니 당연하지. 그러나 세상의 집단에 비해서는 아주 적은 것 같아. 이탈 졸업생은 5명인데 2명은 교도소에 있으나 편지는 보내 오고, 3명은 도로 진탕 속으로 다시 갔으나 걱정은 하지 않아. 이곳은 공동체 마을이지만 성경 속의 도피성이며 오갈 데 없는 자들의 고향이야. 세상에서 공동체 마을에서 아무리 큰 사고를 치고 도망을 간 식구라도 나는 반갑게 777번을 받아줄 각오를 하고 있어. 그들에게 최후의 고향은 이곳이라는 위안을 주기만 해도 성공이야. 이는 우리는 노력을 할 뿐이고 사람을 거듭나게 하는 것은 하나님만이 할 수가 있다는 논리가 맞는 것 같아.”
사람에게 돌아갈 곳이 있다는 사실은 행복이다. 그러나 결과주의를 중시하는 현실은 사람이 돌아갈 곳은 없기에 해결사인 돈에 의존을 하는 것이다. 가정도 교회도 우정도 사랑도 돈이란 해결사를 불러야 할 정도이면 파산신고를 해야 하는 것이다.
“매점이 있기에 껌을 사러 가 보았더니 없는 것이 없더군요. 화장품도 있더군요. 그런데 돈을 받는 분이 없어 그냥 껌을 사지 못하고 구경만 하고 나왔습니다. 오늘은 침례식을 하기에 매점도 쉬었나 봅니다.”
“나함백화점은 주일에는 쉬지만 산골매점은 쉬는 날이 없으며 24시간 문을 열어 놓고 있어.”
“와~ 신기하네요. 무슨 비결이 있나 보군요.”
서울에선 라합교회가 엉뚱하다고 소문이 났는데 정작 여기에 와 보니 산골라합이 더 엉뚱하다는 생각이 들었기에 철수 전도사의 입에서는 비결이란 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간단하더군. 산골식구 전부가 주인이기 때문이야. 나는 성경이 정직함을 가르친다고 생각을 해. 신화같이 들리는 말씀도 정직한 분의 말이니 믿을 수가 있어. 또한 솔직해야 되. 무식한 자가 솔직하다고 예수님의 제자들이 무식하고 솔직한 표현을 했기에 주님의 말씀이 진리임을 깨달을 수가 있었어. 돈을 받는 사람은 없으나 물건을 가져 가는 사람은 정직하게 적기만 하면 되거든. 아주 쉬운 방법이야.”
박 목사의 말처럼 하나님은 인간에게 인생을 쉬운 방법으로 살 수 있게 설계를 했을 것이다. 그러나 점차로 세상은 쉽기는커녕 많은 지식을 습득하지 않으면 종착역은 정신병원에 가는 하지만, 이곳마저 돈을 가진 자가 아니면 입장을 할 수가 없는 형편인 것이다.
“선배님, 실례지만 담배와 술도 매점에 보이던데….”
“비싼 것은 없지만 중간 가격의 담배와 술은 주문을 하면 구입을 해서 진열을 해 두어. 담배는 남에게 실수를 하지 않지만 술은 주정을 부리는 경우가 있기에 절제하는 정신으로 마실 것을 당부하고 있어. 모든 물건이 손에 닿는 곳에 있으면서 스스로 절제하는 정신이 있어야 사회생활에 적응할 수가 있는 것 같아.”
공동체 생활의 성패는 사랑과 투명성이다. 가정이나 교회는 세상의 조직과는 다르기에 더욱 사랑하고 투명하여야 한다는 박 목사의 정신을 엿 볼 수가 있었다.
“상당히 파격적인 구상입니다.”
“우리는 기본적인 생각을 파격적이라 부르는 시대에 살고 있나 봐. 교회나 신앙공동체 마을은 목적이 이윤이 아니고 믿음과 인간 양심의 회복이기에 당연하다고 생각해.”
국민학생에게 기업의 목적이 무엇인가를 물으면 국가나 사회를 위함이 정답이었지만, 지금은 이윤 추구가 정답인 현실적 사고방식 시대로 변해 있기에 목사 후보생인 철수의 입에서 파격적이란 말이 나온 것이다.
“밤꽃들이 어려운 환경에 있는 자신들의 가족을 데리고 오는 가정이 많아졌는데 처음에 생각을 못했던 부분이야. 특히 중,고등학생의 교육문제가 제일 문제인 것 같아. 무슨 방법이 없을까?”
학력에 따라 사람을 평가하는 세상의 방식에 저항을 하라고 젊은이들에게 가르칠 수도 없고, 모든 어려움을 견디며 자식의 교육에 힘을 쏟는 부모도 탓할 수가 없기에 박 목사는 고민을 하는 것 같았다.
“선배님 말씀대로 간단하고 파격적인 방법으로 하죠. 진학을 할 의욕이 있는 학생은 서울로 보내주세요. 라합동산은 모든 것이 준비되어 있다는 것 선배님도 보셨죠. 좋은 환경도 중하지만 선한 목표를 향한 투지가 더 중하다고 생각을 합니다.”
“전도사님! 박목사님! 빨리 오세요. 찌가 춤을 춥니다.”
두 돈키호테 선교사의 꿈에 물 속의 고기들도 즐거운지 새꽃들의 치마를 잡아당기는 것 같다. 찌가 춤을 추고 오락회의 성도들이 춤을 추듯이 십자가도 춤을 추는 라합산골교회의 미래가 보이는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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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의 고교 은사님 중에 영문법을 가르치신 분이 계셨는데, 제가 졸업을 하고 6년 후에 은사님을 만난 곳은 공교롭게도 제가 장사를 하던 입구였습니다. 은사님은 정신 나간 걸인처럼 언제나 저의 제과점 앞에 서서 지나가는 행인들을 유심히 살피시더군요.
선생님에게 제자라는 사실을 밝히는 것이 도리라 싶어 설렁탕 집에서 식사를 대접을 했습니다. 아무 말씀도 없으시고 소주만 드시더군요. 그 다음날부터 보이지 않으셨습니다.
얼마 후에 동기회의 모임에서 영문법을 가르치시던 은사님이 아내가 바람이 나 집을 나가 술집에 나가기에 선생님이 사표를 내시고, 부산 시내 유흥가의 길목에서 아내를 찾는 걸인이 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30년 전의 일인데 선생님이 아내를 찾았는가의 궁금함보다, 재혼 상담소가 성업중인 현실에 순수한 사랑을 지닌 선생님이 요새도 계신지 더 궁금합니다. 자신의 모든 것을 버리고 추잡하다 소문난 아내를 기다렸던 은사님을 생각하며 허 형제를 등장시켜 보았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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