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라, 집에가서 김치찌개라도 끓여 먹지 하다가(안해는 쉼터 출근 중이니) 문득 옥수동 장기천목사님 생각이 났다. 전화를 드리니 김영애사모님이 받는다. "저, 배고파요, 밥좀 주세요!" 했더니 역시나 선듯 오라고 하신다.

목회 쉰지 어느덧 1년, 서울 생활 8개월에 아무때나 밥달라고 할 수 있는 어른 목사님 댁이 계시다는 사실이 새삼 즐거웠다. 더구나 장목사님은 벌써 1년동안 투병중이시고 최근에도 심한 감기로 입원을 했었다고 들었으니 차라리 너무 오래 찾아 뵙지 못한 것이 죄송했다.

평생 감독으로 불릴만한 분들이 몇 분 계시고 모두들 장기천감독 님이라 부르지만(1986년에 감독회장이셨다), 또 목요기도회가 전직감독에 대하여 목사로 호칭하는 것이 옳다고 주장한 것 때문이 아니라도 나는 '장기천목사"라 부르는 것이 좋다. 많은 영향을 받은 것은 둘째치고 그 분은 나의 영원한 목사님이기 때문이다.

그 분이 유독 큰 일을 많이 하시고 수많은 사람들의 존경을 받으며 한국교회에 커다란 족적을 남길 때에 나는 멀리 전남에서 목회하면서 될 수 있는 대로 가까이 다가가지 아니하고 멀리서 바라보기만 해도 좋았던 시절로 20여년을 보냈었다.

젊을 때엔 장기천목사님께 혼도 많이 났는데 병석에 누우신 후론 요즘은 갈때마다 유독 나를 반겨주신다. 내가 감당못할 평가도 해주시고 지금 하고 있는 당당뉴스라는 인터넷 선교의 사역에도 큰 관심을 보이시며 특별히 기도해 주신다. '목사님 저는 늘 가난했어요. 지금도 가난하지만 불편없이 잘 살고 있어요. 걱정하지 마세요!" 

사진을 찍었다. 그동안엔 사진은 커녕 정색을 하시던 사모님도 쾌히 승락을 하시고 장기천목사님도 성탄트리 앞에서 모처럼 포즈를 잡으시며 환히 웃으신다. 장기천목사님 댁은 성탄이 가까워오는 11월 말쯤이면 제일 먼저 성탄 트리를 만드신다. 예수님을 맞으려며 일찍부터 잘 준비해야한다는 장목사님의 오래된 지론이다.

장목사님은 은퇴한 이후에도 계속해서 광법위한 독서와 집필로 늘 시간을 채우시는 분이다.  아마 출간된 책만도 20여권이다. 그런 분이 몇달 동안 병석으로 고생하시다가 이제 건강을 거의 되찾았으니 참 기쁜 일이다. 여전히 책을 읽고 집필하시고 왕성하니 활동하실꺼다.

이 날 서너시간의 방문끝에 장목사님은 우울해지셨다. 나를 보기만 하면 "어떻게 사는가?." 사모님 보고도 늘 "이목사 잘 챙겨주게" 하셨었지만 자꾸만 장농에서 양복을 들추시고 계셨다. 사모님 왈, 목사님이 "이목사 좀 도와줘야하는 데 아무리 뒤져도 지갑에 돈이 없다"고 자꾸만 돈좀 없냐고 돈 찾으시다가 그러신 것이다.  장목사님네는 아들도 잘살고 은급비도 받지만 알량한 교회 사례는 저들맘대로 끊어버린지 오래다. 

화분도 갈아드리고 옮겨 심어드리고 사진 몇장 더 찍고 서재에서 글 읽으시는 장목사님께 방해되지 않게 슬그머니 방을 나왔다. 여전히 찻길까지 배웅하시는 사모님은 넌지시 차비를 챙겨주신다. 결국 싱갱이 끝에 받아들고 한마디 "사모님 저도 이제 어른이예요,  올때마다 차비 챙겨 주시면 이젠 안올껍니다" 으름짱은 놓았지만...

벌써 오래전 부터 장기천목사님 댁에서의 작은 음악회를 생각해왔다. 몇 사람이 함께 하려던 계획은 틀어저버리고, 성탄이 오기전 안해와 함께 와서 장목사님 좋아하는 복음성가도 불러 드리고  기타도 치고 하모니커도 불어드려야겠다. 장목사님의 건강은 좋아지셨지만 그 안의 찐하디찐한 아픔을, 알만한 사람은 다 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