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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05년 11월 30일 (수) 00:00:00 [조회수 : 295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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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도사님, 담배 한 대 피워도 될까요?”
“태우세요. 잠시 후에 입질이 시작되면 담배 피울 시간이 없을 것 같습니다.”
경순 자매의 남편인 골초 이국제 형제는 아내와 약속한대로 오늘 세례도 받았기에, 철수 전도사도 약속대로 박 목사가 명당이라 가르쳐 장소에 낚시를 펼치고 앉아 있었던 것이다. 낚시에는 자다가도 일어나는 용준이가 지금 수녀들을 쳐다본다고 이 재미도 모를 것이라 생각하니 우습기도 하나 철수도 하도 오랜만의 낚시라 입질을 알리는 가느다란 찌가 너무나 낯설기만 하였다.
“시는 언제부터 쓰기 시작을 했습니까?”
“아마 국민학교 때부터인 것 같습니다. 일기를 매일 적어 일주일에 한번씩 선생님의 검사를 받는 숙제가 있었는데 저는 긴 글 대신 간단하게 쓰다 보니 담임 선생님이 시라고 하시더군요.”
긴 느낌을 압축해 놓은 것이 시라는 국제 형제의 말은 시에 문외한인 철수도 동감을 하며 역시 시인다운 대답이란 생각이 들었다.
“학창시절에 연애편지로 인기가 많았으리라 봅니다.”
“허허허!”
국제는 맛있게 피우던 담배를 손에 든 채 질문을 한 철수 전도사가 무안해 하는 줄도 모르고 크게 너털웃음을 짓는다.
“너무 인기가 없어서 연애 편지는 저도 남에게 대필을 시켰습니다.”
“하하하!”
이번에는 철수도 먹이를 삼키려는 고기가 놀라 도망치는 것도 모르고 크게 웃는다.
“여자들은 간단하게 사랑을 고백하는 남자보다 무드를 잡아가며 길게 고백을 하는 남자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았습니다. 알고 나니 저는 이미 자식이 매인 신세더군요.”
평범하게 말하는 것 같으나 역시 시인답게 말 속에는 많은 사연을 내포하고 있는 것 같았다.
“발표하신 시집이 많겠군요. 부럽습니다.”
“아뇨. 퇴직금 털어 만든 딱 한 권입니다. 이것도 팔리지 않아 애걸하며 선물을 했지요.”
읽히지 않는 시를 쓰는 시인과 팔리지 않는 시집을 만드는 출판사가 우리의 삶인지도 모르기에 철수는 필터마저 태우려는 꽁초를 열심히 빨아 당기는 국제 형제를 한참이나 쳐다보았다.
“실례지만 왜 계속 시를 쓰는지 이해가 되지를 않습니다.”
“모두들 저에게 묻는 말인데 제 마누라가 그럴듯한 답을 하는데 실제로 저도 잘 모릅니다.”
왜 자신이 시를 쓰는지를 모르는 시인에게 더 이상의 질문은 실례일 것 같아 철수는 새 지렁이를 바늘에 갈아 끼웠다.
“총각 때 2년, 결혼 후에 5년 합 7년을 중학교 국어선생을 했는데 부업으로 시작한 아내의 장사가 잘 되어 가기에 저는 본업으로 시인이 되기로 했죠. 시집이 안 팔리니 마누라의 바가지 끓는 소리는 날로 더해 갔지만, 제가 제일 행복한 시간이 시를 쓰는 시간임을 알고는 바가지 소리가 사라졌어요. 자신도 집안 살림보다 장사할 때가 더 행복하다는 고백을 하더군요.”
둘은 연합을 하였으나 상대의 개성이나 특기를 인정하는 원칙에서 살아야지 한 편이 일방적으로 상대를 눌러 버리면 연합은 깨어지는 것이나 살림보다 장사가 더 좋다는 경순 자매의 솔직함과 이를 받아들이는 국제 형제는 역시 시인 부부라는 생각이 들었다.
두 사람은 조용히 찌를 바라 본다. 물 속은 광경은 보이지 않으니 물 위에 찌를 띄워 간접적으로 알게 만든 것은 인간의 지혜나 좀 치사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박 목사가 소개한 은밀한 장소는 조그만 강에 제법 큰 바위가 있는 곳이었는데 물의 흐름에도 이곳은 물의 쉼터라 흐름이 거의 없었기에 찌가 점잖게 서 있을 수가 있었던 것이다. 만약에 찌 위에 잠자리가 앉아 편안히 쉬면 그날 낚시는 공치는 일인데 다행히 그런 일은 없었다.
“한 전도사님, 잘 잡혀요?”
“선배님 오셨군요. 오락회는 어떻게 하구요?”
“말 잘하는 병달 성도와 춤 잘 추는 애자 자매와 주 전도사 덕분으로 지금 한창 신이 나 있기에 저는 슬쩍 빠져 나왔어요.”
음악을 듣거나 노래를 부르면 몸이 흔들리는 것은 자연 법칙인데 육체를 죄의 자식이라 흉보던 정신문화가 인간을 조각품으로 만들어 버렸다. 정신문화를 이끄는 수장인 목사가 있으면 일년에 한번의 나들이가 흥이 나지 않으니, 흔드는 죄를 자신이 대신하여 속죄기도를 드리기 위해 자리를 피해주는 것이 현명한 일이다.
“국제 형제님, 저 잠깐 박 목사님과 이야기를 하고 오겠으니 많이 잡아 두셔야 합니다.”
“시상이 떠 오르면 꼭 적고 자는 저니 입질만 하면 놓치지 않겠어요. 염려 마시고 다녀 오세요.”
철수와 박 목사는 강에서 약간 떨어진 나무 그늘 아래 앉아 금방 따온 포도를 먹는다.
“그 동안 힘드셨죠? 자유스럽고 개성이 강한 사람들이 따로 모여 사는 곳이라 어려움이 더 많을 것 같습니다. 종종 찾아 뵙지 못해 죄송합니다.”
철수는 햇살에 얼굴이 까맣게 거슬린 박 목사를 보며 서로의 위치가 바꾸어진 현실에 미안한 마음으로 사과를 한다.
“힘들긴. 월남에 비하면 천국이야. 월남은 상대를 미워하는 마음과 죽여야 하는 곳이기에 당연히 지옥이지만 여기는 생명을 살리는 곳이니 당연히 천국인 것 같아.
둘은 선후배 사이인지라 둘이서 대화를 할 때는 박 목사가 철수 전도사에게 존댓말을 쓰지 않는 것이 더 자신들의 속마음을 나타낼 수가 있다는 묵시적인 합의가 된 것이다.
“또한 난 복음이란 자유스럽고 개성이 강하다고 생각하기에 어떤 의미에서 이들은 율법이란 사회조직에 이용되어 희생당한 자들이야. 오랜 절차를 거쳐야 하는 법보다 주먹이 빨리 해결을 하고, 남자들의 참아야 하는 성적욕구를 밤꽃들이 일부 해소시켜 주는 역할을 한 것은 사실이야. 그래서 난 이들에게 최소한의 규칙은 꼭 지키며 자유스럽게 사는 방식을 배우는 훈련소가 되었으면 해.”
잘 시설된 공간에서 하얀 얼굴로 복음을 전하는 자신에 비해 구리빛 얼굴과 영광의 훈장을 달고 전쟁터에서 복음을 전하는 박 목사인 것 같았다.
“오늘 자세히 보니 산골교회 식구들이 상당히 많더군요. 실례지만 몇 명이나 되나요?”
개업의사에게 하루에 환자가 몇 명이나 찾아오는가 묻는 것이 실례인 것처럼 목사에게 성도가 몇 명인가 물어보는 것도 제일 큰 실례인데, 자신의 교회에 성도가 얼마나 되는지 별로 신경을 쓰지 않는 철수로서는 더 큰 실례를 범하고 있는 것이다.
“나도 놀라면서 생활하고 있으니 한 전도사가 물어 볼만도 해. 아내와 나를 포함하여 14명이 출발을 한 것이 1년 만에 200명이 넘는 것 같아. 빈 손으로 모인 자들이지만 이제는 진정한 공동체 교회라는 말을 할 수가 있을 것 같아.”
“기생 라합이 결혼을 하여 흥부처럼 자식을 많이 놓은 모양입니다. 혹시 선배는 비결을 알고 계세요?”
“하하하! 하하하!”
말을 한 철수나 듣는 박 목사는 크게 웃으면서도 라합 이후에 얼마되지 않아 다윗왕이 탄생했으니 맞는 말인지도 모르나, 교회 이름을 성경적으로 잘 지어야 부흥을 한다는 권사님들의 충고가 빈 말은 아닌 것 같았다.
“작년 여름에 라합과 백합교회에서 이 곳에 봉사하러 나온 대학생들이 큰 힘이 되었어. 거의 한달 동안 밤낮으로 노동을 해 주었기에 김장 배추가 히트를 쳤고 연이어 겨울에 등장한 온실 꽃들도 첫 선을 보인 것 같아. 모든 일은 작은 열매라도 맺어야 세상이 호응을 하지만 용감하게 처음 따라 나선 12명과 선별하여 달마다 꾸준히 5명씩 보내준 성당 신부님에게 감사를 드리고 싶어.”
땅부터 갈아야 하는 농사는 3년 후부터 결실을 보는데 6개월 만에 김장배추를 선보인 라합산골교회였기에 칭찬을 받을 만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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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목사님은 충청도 산골 강가에서 모처럼의 회포를 풀고 있군요. 멋진 모습을 글재주가 없어 상세히 묘사를 못 했습니다.
사할린에는 눈이 덮였고 오늘은 폭설까지 내려 더 조용한 밤인 것 같습니다. 아마 저에게는 마지막 러시아 겨울인 것 같은데 “눈처럼 깨끗한 좋은 글들을 폭설처럼 주이소. 주님!”하면서 석탄 불을 지켜 봅니다.
이 기사가 나의 150번째 이군요. 2006년에는 3할대의 타자가 될 것을 약속하며 눈 위에서 스윙연습을 해 봅니다. 하이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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