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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교회의 대사회적 갈등진단 및 대안 찾기사회인 문화학교 "한국의 종교 이대로 좋은가?" 15일 강의원고 전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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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05년 11월 20일 (일) 00:00:00 [조회수 : 246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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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상태 (새길기독사회문화원 신학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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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류상태(새길기독사회문화원
신학연구원) |
| <강연을 시작하며 > 성인병에 걸린 한국교회
1. 기독교를 반대하는 사람들
2. 무엇이 문제인가?
1) 교리적 독선과 배타성
2) 세속화, 물화, 역사성의 결여
3) 가부장적 권위주의
4) 성서에 대한 문자적 해석과 종말론적 환상주의
3. 한국 교회, 어디로 가야 하나?
1) 목회자와 신학자들이 진실을 말할 수 있는 용기를 가져야 한다.
2) ‘배타적 구원관’을 극복하고 이웃종교를 존중해야 한다.
3) 예언자 정신을 회복하고 지역사회를 위해 봉사해야 한다.
<강연을 마치며>
예수님의 삶과 정신으로 돌아가자.
<강연을시작하며>
성인병에 걸린 한국교회
한국교회는 성장을 멈추었다. 1970~80년대에 수직상승하던 교세가 90년대 들어서는 하락세로 돌아섰을 뿐 아니라, 빠른 속도로 감소 추세에 들어섰다. 이런 현상에 대해 염려하는 분들이 많지만 나는 당연하고도 바른 결과로 받아들이고 싶다. 사실 그 동안 한국교회는 성장했던 것이 아니라 살찐 것이었기 때문이다. 비대해진 몸집을 다스리지 못해 고혈압이나 당뇨병 등 여러 가지 성인병에 걸렸다. 체계적인 다이어트를 통해 살을 빼고 건강을 회복하지 않으면 심각한 위험에 처하게 될 것이다.
1. 기독교를 반대하는 사람들
최근 5~6년 사이에 ‘안티기독교인’이라 불리우는 사람들의 활동이 크게 늘었다. 그들은 “개독(기독교) 없는 세상에 살고 싶다”고 외치며 인터넷을 통해 적극적으로 세력을 모으고 활동한다. 최근 들어 오프라인 활동도 시작했고 책도 출판했다. 아직 기독교와 정면으로 맞서 싸울 정도의 규모는 아니지만 매우 빠른 속도로 확산되고 있으며, 탄탄한 이론과 조직력을 갖추고 있어 결코 만만치 않은 시민사회운동으로 자라고 있는 중이다.
그들 중 다수는 기독교 ‘개혁’이 아니라 ‘소멸’(그들의 표현으로는 ‘박멸’)을 주장한다. 그들은 왜 그토록 기독교에 분노할까. 왜 변화를 촉구하지 않고 박멸을 주장할까. 기독교와의 공생은 어려울 뿐 아니라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내가 만난 안티기독교인들은 주로 인본주의자들이었다. 모든 안티가 다 그렇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안티기독교 운동의 중심에는 인본주의가 있다. 그들은 맹목적으로, 혹은 감정적으로 기독교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 또한 안티기독교인 중에 상당수는 과거 기독교에 몸담았던 사람들이다. 그들은 기독교를 통해 직간접적으로 피해를 본 경우가 많다. 교회를 세운다며 “재물을 하늘에 쌓아두라”고 설교하는 목사의 말을 듣고 남편 몰래 재산을 갖다 바쳐 가정 파탄을 낸 어머니 때문에 안티가 된 사람도 있다. 그들은 어느 정도 기독교를 체험했으며 아픈 상처를 안고 있고, 우리 사회의 건강한 미래를 위해 기독교를 개혁시키거나 박멸해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자신의 시간과 정열을 바쳐가며 안티 운동을 하고 있는 것이다.
불교나 천주교, 혹은 다른 종교에 대한 안티 세력은 많지 않다. 대부분의 안티 종교인들이 개신교 타도를 목표로 하고 있다. 그만큼 그들은 개신교에 대한 반감이 크다. 안티기독교인이라고 해서 모두 교회와 담을 쌓고 사는 것은 아니다. 그들 중에는 교회학교 교사를 하는 등 여전히 교회활동에 열심인 교인들도 있다. 그들은 기독교를 떠나지 않으면서, 혹은 떠나지 못하면서, 기독교가 갖고 있는 독선과 배타성에 맞서 싸우고 있다.
그들은 기독교를 ‘개독교’ 혹은 ‘개독’이라고 부른다. ‘개독’이란 ‘개신 기독교’의 준말도 되고, ‘개같은 기독교’의 준말도 된다. 기독교인들은 ‘개독’이나 ‘개독교’ 혹은 ‘먹사(목사)’라는 표현에 분노하기 전에, 그들이 말하는 내용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입에 쓴 약이 몸에는 좋다고 하지 않는가. 이들의 의견을 진지하게 검토하지 않는다면 기독교는 내일의 희망을 찾기 어려울 수 있다. 어느 개혁적 기독교인은 안티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안티는 기독교를 비추는 거울이라고 누가 말한 것처럼 원인 없는 결과 없고 아니땐 굴뚝에 연기 나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기독교는 안티를 정죄할 자격이 없습니다. 안티를 나무라고 비판하기 전에 자신의 잘못된 점을 돌아보고 안티의 말을 겸허하게 수용하려는 자세를 가져야 할 것입니다. 어쩌면 안티는 하나님이 보내주신 마지막 회개의 채찍이고 시대의 선구자요 입에 쓴 약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쯤에서 잠깐, 안티기독교인들의 의견을 직접 들어보고 싶다. 의견을 준 사람들은 내가 운영하는 다음
카페<불거토피아> 회원들로, 나는 그들에게 다음 세가지 물음을 주고 답변을 요청했다.
1) 한국 기독교가 “사회적 관계 속에서” 비기독교인들을 실망하게 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2) 안티기독교 세력들이 활동하게 된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그들은 왜 그토록 기독교를 극단적으로 혐오하는가?
3) 위의 문제들을 극복하고 사회와 기독교(교회)가 바른 관계를 맺을 수 있다고 보는가? 바른 관계 회복이 가능하다면 그 방안은 무엇일까?
위의 세가지 물음에 대해 답글을 주신 분들의 의견을 무작위로 들어보면 다음과 같다.
바른 관계회복은 기독교인들에게 달려있습니다. 기독교인들이 자신의 문제를 객관적으로 냉정히 바라볼 수 있다면 가능할 것입니다. 물론 기독교인들이 판단하는 ‘객관적’이라는 것은 사회적인 보편타당한 ‘객관’과 많은 차이가 있습니다.
기독교인들은 많이 배우셔야 합니다. 성경이나 속회공과, 목사님이 추천하는 책, 기독교방송, ccm, 기독교공동체나 모임, 이런 배움은 이제 그만 하시구요. 당신들이 가장 싫어하는 것, 가장 멀리하는 것, 가장 피하고 싶은 것들을 찾아서 냉정하게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익히고 배워보십시오.
인간이 고고한 기상과 높은 뜻을 숭고히 지키는 이유만큼이나 타락하고 방황하며 멋대로 행하는 것도 꼭 그만큼의 이유가 있는 것입니다.
기독교와 사회의 바른 관계에 대한 비젼은 솔직히 절망적입니다. 그럴 가능성이 현재로서는 거의 없어 보입니다. 한가지 작은 실천으로는 교회와 성직자(목사를 비롯한) 들에게 세금을 부여하는 것입니다. 정부가 이 일을 해야 하는데 의지부족과 기득권자들의 반발 때문에 아직 시도를 못하고 있지요. 또한 이제껏 해온 것처럼 개혁적 기독교인들과 안티들이 지속적으로 또한 조직적으로 의식개혁운동을 계속해야 할 것입니다.
한국 기독교가 “사회적 관계 속에서” 비기독교인들을 실망하게 하는 이유는, ‘끼리문화’와 ‘독단성’이라는 부분이 큰 몫을 하고, 자신들의 선민성을 부추긴 나머지, 사회적인 강자로 군림하려는 움직임 때문이라고 봅니다. 종교 역시 사회성을 띄게 되는데, 이 사회성이라는 부분에 있어서 배타적인 성격이 너무 극명하게 드러났고, 그러다 보니까 아무래도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겠죠.
결국 첫 번째는 기독교인의 배타성과 자신들을 귀족적 세력이라 착각하는 듯한 착각성입니다. 그리고 두 번째는 보편성에 대한 착각이겠지요, 이 문제는 자신들의 도덕적인 잣대를 상대성 없이 적용하려 한다는 부분입니다. 즉 절대의 허울에 잡혀 사는 것이 바로 기독교인들의 문제라고 저는 봅니다.
한국교회 목사는 왕입니다. 비리를 넘어서 죄악을 행해도 교회 안에서 성도들은 싸고 돕니다. 바른 지적을 하면 대적한다고 하지요. 목사들이 배타적 신앙교리를 교회에서 강력하게 가르칩니다. 물론 아무 생각없이 받아들이는 게으른 성도에게도 어느 정도 책임은 있지만요... 살아서 복받고 죽어서 천당가는 것만 강조하지 삶 속에서 하느님 사랑 이웃사랑의 실천을 역설하지 않습니다. 일 많이 해서 돈벌어 십일조 또는 그 이상 교회에 내면 가정, 사업, 건강 다 하느님이 책임져 주는 것이 한국 기독교 아닙니까?
누가 이렇게 가르쳤으며 왜 한국 성도들은 맹목적으로 믿게 되었습니까? 삯꾼 목사에 깨달음 없는 게으른 한국 크리스찬... 그저 목사가 일요일 설교때 던져주는 한마디가 하느님의 뜻인양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는 신자들... 한국 크리스찬은 신앙 초기부터 그렇게 길들여져 있습니다. 진정 한국 기독교는 위기입니다. 목사들이 회개해야 할 때입니다. 답답한 것은 여전히 목사들이 반성할 줄 모르고 바른 소리 하는 양심의 소리에게 마귀사탄이라고 욕하는 것입니다...
얼마 전에 이명박 서울시장이, 기독교 집회에서 서울시를 하나님께 받친다고 한 적이 있었죠. 그 파장이 가시기도 전에 이번에는 포항 시장이 포항을 성시로 만들겠다고, 기독교에 포항시 예산의 1%를 지원하겠다고 해서 물의를 일으켰죠. 그리고 강의석군 사태도 있었죠.
만약에, 아주 아주 만약에, 서울시장과 포항시장이 불교인이라 가정하고, 서울과 포항을 부처님 앞에 봉헌한다 하면, 어떤 결과가 나타날까요? 지금 불교인들처럼 그저 항의 집회나 약간하고, 각성하라는 현수막이나 내걸고 끝났을까요? 만약, 불교 학교에서 기독교 학생을, 학교명예손상 명분으로 퇴학시켰다면 기독교계가 가만 있었을까요?
한 가지 더 예로 들자면, 만약 불교계에 상당히 유력인물인 스님이 나와서 쓰나미 피해에서 죽은 기독교인들은 부처님 안 믿어서 벌 받은 거라고, 죽은 거라고 한다면... 그것도 온갖 비리와 불륜으로 얼룩진 인간이, 아직도 재판중인 인간이, 그 따위 망발을 공개적으로 떠벌인다면, 어떤 사태가 벌어질까요? 기독교계가 가만 있었을까요? 이것은 제 추측인데, 항의 집회 정도가 아니라, 상대 종교인들에 대해서 테러를 불사하고도 남을 사람들이 지금 기독교인들입니다.
지금 기독교는 세상의 빛과 소금이 아니라, 해악이 되고 있습니다. 전체 기독교인 숫자에 비해, 빛과 소금의 역할을 하는 기독교인이 얼마나 될까요? 지금 안티로 활동하는 상당수 안티인들이 과거에는 대부분 기독교인들이었습니다. 각각 상황은 다르지만 저마다 기독교에, 혹은 목사들에게 신도들에게 상처받고 뛰쳐나온 사람들입니다. 그들이 안티하는 이유는 더 이상은 다른 사람들이 기독교인으로 인해서 피해를 당하는 것을 막기 위함이요, 더 나아가서는 나라를 사랑할줄 아는 사람들입니다. 왜 성경에도 없고, 이스라엘에도 없는 수 십여 가지의 헌금을 해야 합니까 ? 목사는 제사장이 아닙니다. 왜 목사들을 신도들이 먹여 살려야 합니까? 지금의 기독교는 목사와 교회를 위한 기독교이지, 절대로 하나님과 예수님을 위한 기독교가 아닙니다.
위의 문제들을 극복하고 사회와 기독교(교회)가 바른 관계를 맺을 수 있다고 보는가? 바른 관계 회복이 가능하다면 그 방안은 무엇일까? 라는 질문에 대해... 저는 솔직히 어렵다고 봅니다. 그게 가능하다고 생각했다면, 안티의 길로 들어서지도 않았을 겁니다.
그러나 가능성을 찾는다면, 다음 사항이 수정되어야 하지 않을까요?
1. 타 종교인들의 인격을, 신앙을 존중해 주어야 합니다. 설령 그들이 무속신앙이나 미신을 믿어도 존중해 주어야 합니다. 교회도 아닌 길거리 혹은 공공 장소에서 통성기도하고, 타 종교의 신상을 때려 부시고, 절에다 불을 지르는 행위를 금해야 합니다.
2. 지금 각각의 교회에서 거두어들이는 수십여 가지 헌금 중에서 감사헌금을 제외한 모든 헌금을 없애야 합니다. 그리고 걷힌 헌금은 적어도 50%이상 불우이웃돕기에 지출해야 하며, 그 다음에 교회활동, 선교를 위해 써야 합니다. (더 이상 목사들과, 교회 살찌우기에 돈을 낭비해서는 안됩니다.)
3. 목사도 생계유지를 위해서는 다른 직업을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돈을 바라고 목회를 한다면, 그가 정말 성직자라 할 수 있을까요? 교회에서 어떠한 금전도 얻지 못하게 막아야 합니다. 아무것도 바라지 않고 섬기는 사람이어야 참다운 목사님이 아닐까요?)
4. 불륜을 저지르는 목사, 공금을 횡령한 목사는 이유여하를 막론하고, 파문시켜야 하며, 끝까지 추적하여 재산을 몰수해야 합니다. 특히 불륜과 성추행을 저지르는 목사는 사진, 이력 등을 포함한 신상을 공개하여 사회적으로 매장을 시켜놔야 합니다. (불륜 사건으로 법정까지 가서 재판받은 목사가 다시 뻔뻔하게 강단에서 하나님 아버지 들먹이며 설교질하고, 간통을 저지르다 들켜 죽은 놈도 순교자 만드는게 기독교인들, 목사들입니다. 그리고 잘못했다 소리는 죽어도 안합니다. )
5. 교회도 최소한 1년에 한 번씩 세무조사를 받아야 합니다. 특히 헌금과 관련된 사람은, 목사가 아니라 장로, 집사를 비롯한 사람은 모두 다 친인척까지 조사 받아야 합니다. 구린 구석이 없다면, 세무 조사를 당당히 받을 수 있지 않을까요? 그리고 그 사항을 공개하여, 헌금이 어떻게 사용되는지 투명하게 밝혀야 합니다. 아울러 나라에 당연히 세금을 내야 합니다.
저는 기독교를 믿으면서도, 안티를 지지합니다. 안티로 뛰면서 한가지 알게된, 아니 깨달은 것이 있는데요... 부자가 하늘나라 가기가 낙타가 바늘귀로 들어가는 것보다 어렵다는 말씀이 있지요? 지금 목사들이 헌금 때문에 병들어가는 모습을 보면 그 말이 딱 들어맞는 것 같습니다. 그들도 처음에 가난했을 때에는 그 어느 누구보다 순수한 목회자였을 겁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닙니다. 지금은 그저 말씀을 이용하여 돈을 빨아먹는 흡혈귀 같은 존재들입니다.
2. 무엇이 문제인가?
한국교회는 몇 가지 중병에 걸려 있다. 그 병을 고쳐서, 우리 사회의 다양한 가치관을 수용하고, 이웃종교를 비롯한 다양한 문화체계와 공존하고 상생할 수 있는 건강하고 아름다운 종교로 회복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며 한국교회는 21세기에 살아남기 어려울 것이다.
환자를 고치려면 병에 대한 원인 진단을 정확히 내려야 한다. 처방과 치료는 그 다음에 가능할 것이다. 그러면 한국 교회가 앓고 있는 병리 현상은 어떤 것일까.
1) 교리적 독선과 배타성
한국교회는 ‘다름’과 ‘틀림’을 구별하지 못하고, 자신과는 다른 모습을 한 상대를 모두 ‘틀린 것’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강하다. ‘나만 옳다’는 이런 배타성은 교회에 많은 분열을 가져왔다. 장로교는 예장, 기장으로 갈라졌고, 예장은 고신, 합동, 통합으로 갈라졌다. 지금 합동은 수십 개로 갈라졌으며, 한국에는 장로교 교파만 100개가 넘는다. 이 많은 교단과 교파가 다양성으로 인해서 존재하는 것인지 배타성 때문에 발생된 현상인지 냉정히 판단해 보아야 한다.
한국 교회가 앓고 있는 병리 현상의 핵심에는 한국 주류 개신교가 갖고 있는 교리적 독선과 배타성이 자리잡고 있다. 작년 여름부터 가을까지 우리 사회의 큰 이슈가 되었던 소위 ‘강의석군 사건’을 예로 들어보자.
사회의 큰 관심과 압력에도 불구하고 대광학원이 끝까지 전교생을 강제로 강당에 몰아넣고 예배를 드리게 하는 전통을 지키려고 한 이유가 무엇일까? 그들은 그렇게 하는 것이 진정으로 학생들을 위한 길이라고 확신하고 있었다. 대광학원은 종교 문제를 제외하면 재정적으로나 교육적으로 깨끗하고 투명한 모범사학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은 타협하지 않고 자신들의 교육 이념을 지켜내려 한 것이다. 기독교만이 유일한 진리의 종교이므로 학생들이 알건 모르건 강제로라도 예배에 참석시키고 종교 교육을 시켜서 하나님의 자녀로 만드는 것이 결국은 학생들을 위한 길이라는 확신에 차 있었다.
강의석 군은 이 신념에 의해 건립된 대광학원의 숭고한 건학 이념에 도전한 셈이다. 게다가 누구보다 앞서 이 신념을 지켜내야 할 교목실장이라는 사람이 철없는 학생의 요구에 동조하여, 아니 사주하여, 추호도 양보할 수 없는 건학 이념을 무너뜨리려 한다고 그들은 생각하였다. 당연히 강경한 방식으로 대처할 수밖에 없었고, 대광학원 뿐 아니라 한국 주류 개신교는 우리 사회의 지성인들로부터 집중적인 질타와 조소를 받았다.
무엇이 문제인가? 배울만큼 배운 사람들을 이토록 굳게 만든 원인은 배타적이고 독선적인 신념체계 자체에 있다. 이 교리적인 문제의 해결 없이는 한국 기독교가 안고 있는 총체적 위기를 근원적으로 해결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혹자는 도덕성 회복 운동으로 한국 교회의 위기를 돌파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러나 한국 교회의 도덕성 문제는 표피적인 현상일 뿐이다. 대형교회 목회자의 재정적 비리나 도덕적 탈선이 개인의 도덕성과 무관할 수는 없지만, 그들을 도덕적 긴장에서 해체되도록 만든 깊은 원인을 찾아보면 역시 독선적이고 배타적인 교리에 닿아있기 때문이다.
2) 세속화, 물화, 역사성의 결여
예수는 “너희의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르라”고 하셨는데, 한국 교회는 십자가를 지고 싶어하지 않는다. 십자가는 주님이 지셨으니까, 그 공로로 이 땅에서 편하게 예수 믿다가 죽어서 천국가면 그만이라는 식이다. 그게 복음의 본질이라고 가르치고 기복주의로 가는 교회일수록 성도들로부터 환영을 받고, 고난을 받더라도 좁은 길을 걸으며 주님의 뜻을 따르자고 외치는 교회는 외면을 받고 있다.
기독교가 예수께서 보여주신 삶과 정신을 제대로 따르려면 ‘역사성’을 잃지 말아야 한다. 역사성이란, 하느님께서 세계를 향한 당신의 뜻을 이루시기 위해 인류 역사를 섭리하시므로, 교회는 하느님의 뜻을 따라 역사를 이끌어갈 책임을 느끼고 앞장서 활동해야 한다는 뜻이다.
한국교회는 어떠했는가. 유신 독재 시절, 소수의 깨어있는 교회와 기독교인이 목숨을 내놓고 정의와 진리를 위해 앞장서서 활동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교회, 특히 정통교단의 대표 교회임을 자처하는 대형교회들은 그런 고난의 길을 철저히 외면했다. 외면할 뿐만 아니라, 그건 세상의 일이고, 교회는 그런 세상 일에 관심을 갖지 말고, 하늘의 일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며, 교세를 확장하는 데 관심을 기울여 왔다.
그런 한국교회를 보고 안타까워하던 지성인들은 이제 교회 자체에 대한 기대조차 버리려 하고 있다. 오히려 교회가 우리 사회의 암적 존재가 되었다는 비난을 공공연하게 한다. 교회는 더 이상 지성인들의 비난을 ‘핍박’으로 간주하지 말고, 그들이 왜 그렇게까지 교회를 비난하는 지 겸손하게 귀를 기울여야 한다.
3) 가부장적 권위주의
목사나 장로, 집사 등의 구분은 직제의 구분일 뿐, 신분의 차별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교회에서 목사나 장로의 권위에 도전하는 것은 “하나님께서 세워주신 권위에 도전하는 불경죄”라고 가르치는 교회가 아직도 많다. 목사는 목회나 교육의 전문가로서, 장로는 행정을 담당하는 자로서, 그 전문성이나 연륜을 인정받은 것이지, 성도들 위에 군림해서 그들을 마음대로 다스리고 지배할 권리를 부여받은 것이 아니다.
그러므로 목사나 장로는 하느님의 뜻을 교회를 통하여 세상에 이루는 종이나 사역자로서, 열심히 맡은 일에 성심을 다함으로 존경을 받을 수는 있으나, 그 직분을 맡았다는 사실 자체로 존경을 요구하거나 기대할 권리는 전혀 없다. 더구나 ‘권리’라기 보다 ‘의무’로 이해해야 할 그 직분을 가지고 교회 일을 좌지우지하려는 유혹은 반드시 극복해야 한다.
목사들이 받을 수 있는 유혹 중에 정말로 조심하지 않으면 안되는 것이 있다. 자신을 하느님과 교인들의 중간자 위치에 놓는 것이다. 한국 교회 성도들은 하느님의 말씀을 거의 문자 그대로 받아들이는 근본주의 신앙에 젖어 있다. 이런 구조 속에서, 목사들은 “하느님의 말씀이 절대적이므로 그 말씀을 전달하는 자신의 가르침도 절대적”이라고 주장하며, 교인들로 하여금 자신의 말을 “하느님의 말씀으로” 받아들이도록 은연 중에 강요하는 경향이 있다.
문제는 이런 구조 속에 안주하다 보면, 성도들 뿐 아니라 목회자 자신도 속을 수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적지않은 목사들이 스스로 아집과 독선에 빠져 안하무인식으로 행동하면서도 전혀 문제를 느끼지 못하게 되고, 그런 태도에 길들여진 성도들 역시 그 독선적 태도를 ‘권위있는 말과 언행’으로 착각하여, 건전한 비판 의식이 자취를 감추게 된다.
더 큰 문제는, 이런 일이 반복되면서 목회자나 성도들 모두 자주적으로 생각하는 능력을 서서히 박탈당하게 되고, 비이성적이며 탈사회적인 이상 현상이 ‘영성’이라는 미명하에 교회를 지배하게 된다는 데 있다.
이런 일련의 현상이 단순한 추측이 아니라 바로 한국 교회의 현주소라는 점을 증명하는 사례는 매우 많다. 예를 들면,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상식인들이 도저히 납득하기 어려운 목회자 세습 문제라든가, K목사의 재정 비리 문제, 최근에는 J목사의 ‘나를 위해 죽을 수 있는 성도 발언’에 이르기까지...
4) 성서에 대한 문자적 해석과 종말론적 환상주의
한국 교회가 하느님의 말씀을 일점일획도 소홀히 하지 않고 중히 여기려는 그 뜻은 좋다. 그러나 그런 의도가 결과적으로 하느님의 살아있는 말씀을 교리의 틀에 가두어 죽은 문자로 만들었다.
사실 한국교회가 갖는 배타성, 세속화, 역사성의 결여, 가부장적 권위주의, 이런 것들이 모두 문자절대주의에 그 기초를 두고 파생된 기형적인 현상들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런 기현상들이 더욱 기승을 부리도록 부추기는 것이 ‘성서문자주의에 기초하여 잘못 이해된 종말론’이다.
대부분의 교회가 ‘세상의 종말’을 필연적인 것으로 간주하기 때문에 세상에 대한 책임감을 갖지 못하고, 환경 문제나 인권 문제 같은 당면한 현실 개혁적 책임에 대해 둔감하다. 성서는 분명 미래에 대한 희망을 말한다. ‘새 하늘과 새 땅’을 말한다. 그러나 그 ‘새 하늘과 새 땅’이라는 표현이 암시하듯이, 종말은 옛 질서의 종말이며, 새로운 세계로의 진입을 뜻하는 것이지, 지구의 파멸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3. 한국 교회, 어디로 가야 하나?
내가 강의석군 사건을 계기로 안티기독교인들을 만나고 받은 충격 중의 하나는, 그들이 도덕적으로 타락한 기독교인들보다, 근본주의 신앙에 젖은 골수 기독교인들보다, 진보적인 기독교인들을 더 싫어하고 타도 대상으로 삼는다는 점이었다.
왜 그럴까. 그들은 진보적인 기독교인들이 없었다면 기독교는 벌써 역사 속으로 사라졌을텐데, 진보 기독교의 변신(?) 때문에 죽어야 할 기독교가 죽지 않고 근본주의 기독교가 여전히 득세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한 안티기독교인의 다음 말은 이러한 그들의 생각을 잘 대변해 준다. “FBI는 마피아 보스보다 마피아를 감옥에서 빼내는데 탁월한 능력을 발휘하는 마피아의 고용변호사들을 더 미워한다.”
결국 안티기독교인들이 궁극적으로 원하는 것은 기독교의 해체라고 볼 수 있다. 왜냐 하면, 기독교는 태생부터 잘못된 종교라고 보는 것이다. 기독교 교리 안에 깃들어 있는 독선과 배타성을 완전히 극복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그들은 본다. 혹 일부 개혁적 기독교인들에 의해 독선과 배타성이 극복된다 하더라도 그것은 어디까지나 부분의 문제이지 전체의 개혁은 요원한 문제이며, 기독교로 인한 폐해를 줄이는 첩경은 기독교 박멸에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나는 이들의 주장이 상당한 설득력을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독실한 기독교인이 안티인과의 만남과 대화를 통해 안티기독교인이 되는 경우가 내가 알고 있는 사례만 해도 상당수 있다.
그렇다면 기독교가 우리 사회로부터 존경을 회복하는 길은 전혀 없을까. 그렇지는 않다. 그러나 그 길이 너무도 멀고 험하게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다. 또 한번의 코페르니쿠스적인 대전환이 필요하다.
우리가 정통 교리로 인정하고 따라온 모든 교리적인 문제를 원점에서 재검토해 보고 예수님이 전하신 복음의 원형, 즉 예수님의 삶과 정신으로 돌아가지 않고는 우리 사회로부터 신뢰와 존경을 회복하는 길은 요원할 것이다. 이 문제(복음의 원형, 예수님의 삶과 정신)는 결론 부분에서 좀 더 자세히 언급하기로 하고, 우선 그 변화와 회복의 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 나는 한국교회와 목회자들에게 몇가지 제안을 하고 싶다.
1) 목회자와 신학자들이 진실을 말할 수 있는 용기를 가져야 한다.
한국의 목회자와 신학자들은 진실을 말해야 한다. 지금 한국의 주류 개신교가 갖고 있는 독선과 배타성이 예수님이 전하신 복음의 원형으로부터 크게 이탈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목회자는 적지 않다. 내가 속해 있었던 예장 통합측 목사들 가운데도, 내 친구들 가운데도, 다원주의 신학을 받아들이는 목사들은 결코 적은 수가 아니다. 그러나 그들은 자기가 알고 있는 진실을 말하지 않는다. 목구멍이 포도청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려움이 따르더라도 그들은 (자기가 옳다고 생각하는) 진실을 말해야 한다. 개혁적 신앙을 갖고 있는 목사들이 움츠리고 있으면 한국교회 개혁은 요원하다.
한국 교회는 이제 부흥회를 줄이고 세미나와 포럼을 열어야 한다. 부흥회도 필요한 부분이 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 주신 이성과 판단력을 마비시키고 교회에 대한, 아니, 목사와 당회에 대한 맹목적 헌신을 강요하는 부흥회는 더 이상 계속되어서는 안된다. 한국 교회는 부흥회를 줄이고 ‘오늘의 한국 교회, 이대로 좋은갗 ‘한국 교회의 신앙, 무엇이 문제인갗 등의 주제로 세미나와 포럼을 열되, 보수적인 신학자와 진보적인 신학자, 보수적인 목회자와 진보적인 목회자를 함께 초빙하여 다양한 견해를 듣게 해야 한다. 교인들 스스로 문제를 파악하고 바른 길을 선택할 수 있도록 문을 열라는 것이다.
그래서 교회가 쇠퇴하고 교인 수가 줄면 어떻게 하느냐는 염려를 할 수 있겠다. 무엇이 문제인가? 교회는 사람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다. 사람의 행복과 평안이 아니라 사람을 세뇌시켜 교리 안에 가두는 교회라면 없어지는 것이 낫다. 예수님께서 말씀하시지 않았는가. “사람이 안식일을 위해 있는 것이 아니요, 안식일이 사람을 위해 있는 것이다.” 사람이 종교를 위해 있는 것이 아니라, 종교가 사람을 위해 존재한다는 말이다.
2) ‘배타적 구원관’을 극복하고 이웃종교를 존중해야 한다.
기독교에만 구원이 있으며, 다른 종교로는 구원을 받을 수 없다는 배타적 구원관을 갖고 있는 한, 한국교회는 우리 사회와 세계에 끊임없는 갈등의 불씨를 퍼뜨릴 것이며, 공격적 선교정책을 펼 수밖에 없을 것이며, 언젠가는 이 땅, 작게는 아름다운 우리 강산에, 넓게는 지구촌 전체에, 종교 전쟁이 일어나도록 원인을 제공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배타적 구원관은 하느님으로부터 계시된 것이 아니라, 또한 예수님이 친히 가르쳐주신 것이 아니라, 초대교회의 열정과 필요에 의해 도입된 도그마(교리)로 현대 사회에서는 반드시 재해석되어야 할 문제다. 이 문제가 극복되지 않으면 한국 교회는 하느님을 바로 알 수 없을 것이며, 예수님이 가르쳐 주신 참 용서와 사랑의 복음을 올바로 이해하지 못한 채 수많은 갈등과 분열, 싸움을 양산해내게 될 것이다.
한국 교회는 타종교, 특히 인류 역사가 인정하는 고등종교에 대해서는 진리에 도달하기 위해 함께 길을 걷는 ‘길벗’으로, 더불어 살아가는 ‘이웃 종교’로 인식해야 하며, 자신만이 진리를 독점한다는 아집에서 벗어나야 한다. 한국 교회가 이웃종교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지 못하는 이유는 하느님께서 기독교라는 종교 시스템을 통해서만 당신을 계시하셨다는 생각에 기인하는 것인데, 이런 생각은 하느님이 친히 내려주신 계시가 아니라 성서에 대한 문자적 해석에 의한 것으로 오히려 하느님의 역사를 스스로 제한하는 것이다. 특히 ‘종교박물관’이라 칭할 정도로 여러 종교가 공존하는 한국사회에서 종교인들 간의 마찰을 피하고 함께 사는 길을 찾기 위해서는, 이웃종교에 대한 진지한 대화와 연구를 통해 서로 존중하고 협력하는 단계에 이를 수 있어야 한다.
한국교회는 교리적이고 공격적인 선교정책에서 벗어나 하느님의 사랑과 은총을 나누는 화해의 선교정책으로 방향을 바꾸어야 한다. 무종교인을 그리스도에게로 인도하고 회심시켜 기독교인이 되게 하는 것까지는 좋으나 강요하지는 말 것이며, 그 사람의 선택을 존중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이웃종교에 적을 두고 그 가르침을 따라 열심히 살아가는 이웃종교인을 억지로 기독교인으로 개심시키려는 무모하고 공격적인 선교정책에서는 기필코 벗어나야 한다. 자칫 그 무모한 선교정책에 의해 끊임없이 지구촌을 갈등상태로 몰고갈 수 있으며 종교전쟁의 빌미를 제공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또한 그런 식의 공격적 선교정책은, 세상을 다양하게 창조하신 하느님의 역사를 기독교인 스스로 제한하고 파괴하며 획일화시키는 신앙적 범죄 행위이다. 한국교회는 슈바이쳐 박사나 테레사 수녀를 본받아, 교리를 전하는 선교에서 하느님의 사랑과 화평을 전하고 나누는 하느님의 선교(Missio Dei)로 선교 방향을 바꾸어야 한다.
3) 예언자 정신을 회복하고 지역사회를 위해 봉사해야 한다.
한국교회는 역사와 사회가 하느님의 뜻을 구현하는 현장임을 몸으로 가르치고 행동했던 예언자 전통을 회복하고 이어받아야 한다. 구약시대의 예언자들이 그랬듯이,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제 분야에서 ‘하늘 아버지’의 뜻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고난받을 각오로 현실 세계의 모순과 싸워야 한다.
현 사회가 과연 하느님 앞에 바로 서 있는가를 끊임없이 살피며, 옳지 못한 현상에 대해 끊임없이 비판하고, 비인간화된 모든 현상에 대해 개혁을 외치며, 인류와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올바로 제시하는 ‘우리 사회의 이정표’가 되어야 한다.
한국교회는 지역 주민들의 행복과 복지를 위해 봉사해야 한다. 교회 건물은 지역사회의 문화와 복지를 위해 개방해야 하며, 정부가 정책 차원에서 하지 못하는, 혹은 정부 정책에서 제외되는 부분에 대해, 특히 소외된 이웃을 효과적으로 돕고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품을 수 있는 방안에 대해 진지하게 검토해 보아야 한다. 한국 교회가 사회의 존경을 받고 우리 주님께서 말씀하신 소금과 빛의 역할을 감당하기 위해서는, 교회가 ‘지금, 여기서’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끊임없이 묻고 실행해야 한다.
몇가지 쉽게 실행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우선 교회 건물을 주중에 지역 사회를 위해 공개하는 것이다. 청소년 쉼터로, 공부방으로, 문화 공간으로 내놓는 것이다. 말로 하는 전도는 이제 그만 하라. 그냥 교회를 열어두는 것만으로 훌륭한 전도가 될 수 있다. 교회를 젊은이들이 찾아오고 싶어 하는 콘서트 홀로, 카페로 개방해서 자유롭게 쉬어갈 수 있게 하라.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교회를 사랑하고 존경할 수 있는 곳으로 만들어보자. “그렇게 하면 결국 전도가 되겠지” 라는 계산도 하지 말고, 그냥 조건 없이 열 수 있다면 가장 좋겠다.
교회 근처에 나눔센타를 짓고 그 동네에서 어려움에 처해 있는 노약자를 파악하여 그들의 남은 여생을 유쾌하게 보낼 수 있도록 신나고 재미있는, 그러면서도 유익하고 보람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진행하고, 더욱 여건이 어려운 분들에게는 숙식도 제공하는 등의 실제적 구제 방안을 강구하여 실행하는 것도 한국 교회가 해야 할 중요한 일이다.
이런 일들을 하려면 물론 재정적인 문제가 따른다. 그러나 교인수 천명이 넘는 교회는 충분히 할 수 있는 여력이 될 것이다. 그러면 동네 사람들이 교회를 존경하지 않겠는가? “이 교회가 있어서 참 좋다. 이 교회 때문에 살 맛 난다.”라는 말을 동네 사람들로부터 들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멀리 선교사를 파송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환경 문제에 관심을 쏟고, 평화 통일을 위해 목소리를 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선 교회가 서 있는 그 동네에서부터 빛을 발하는 그런 교회들을 보고 싶다.
<강연을마치며>
예수님의 삶과 정신으로 돌아가자.
한국교회가 안고 있는 모든 문제의 근원에, 기독교 교리 자체가 갖고 있는 독선과 배타성이 자리 잡고 있다고 진단한 바 있다. 기독교는 근본적으로, 태생부터 문제가 있었다고 보는 것이다.
본 회퍼 목사는 이런 말을 했다. “예수님은 우리를 새로운 종교로 부르신 것이 아니다. 새로운 삶으로 부르셨다.” 역사적 예수에 대한 연구 분야에서 괄목할만한 업적을 이루고 있는 미국의 ‘예수 세미나’ (Jesus Seminar, 1980년대 미국에서 일어난 역사적 예수 탐구 운동으로 존 도미닉 크로산, 로버트 펑크 등이 주도) 사람들은 예수님이 정말로 원하신 것은 새로운 종교의 탄생이 아니라 ‘종교로부터의 자유’였다고 파악하고 있다.
존 도미닉 크로산이 파악한 역사적 예수는 체 게바라같은 혁명가에 가깝다. 즉 예수는 자신이 신으로, 신의 아들로 섬김을 받으러 온 것이 아니라, 사람을 섬기러 오신 인간해방자요 진정한 휴머니스트였다는 것이다. 제도와 종교 시스템에 얽매인 사람에게 자유를, 눈먼 자에게 다시 보게 함을, 억눌린 자에게 해방을 주러 오신 참사람 예수... 그러나 사람들은 그의 눈부신 삶과 아름다운 인격에 반해 그를 신으로, 신의 아들로 인식했고 경배했다. 섬기러 오신 사람의 아들 예수가 섬김을 받는 신의 아들이 되었다는 것이다.
사람마다 견해가 다를 수 있겠지만, 만약에 이런 해석이 옳다면, 역사적 예수가 진정 그런 분이라면, 기독교는 태생부터 잘못된 종교라는데 동의할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그렇다면 우리는 오랜 전통보다, 교리보다, 예수를 따라야 하지 않을까. 적어도 역사적 예수의 실체가 이런 모습이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변화를 두려워하지 말아야 한다. 예수를 따라야 한다. 그의 삶을, 그의 정신을 따라야 한다.
예수님이 진정 원하신 것이 종교가 아니라 삶이었다면, 우리도 ‘종교’에 매이지 말고 ‘삶’을 선택해야 하지 않겠는가. 기독교를 종교 시스템에 가두지 말고, 보다 생동적이고 역동적인 운동으로 변화시키자는 것이다. church 중심에서, 현실개혁적인 movement로, 삶의 자리를 아름답게 하는 클럽화로 대전환을 이루자는 것이다.
나는 그것이 진정 예수께서 원하신 방향이었다고 생각한다. 또한 기독교가 그렇게 될 수 있다면, 그 어느 종교도 갖지 못한 다이나믹하고 현실개혁적인 종교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대부분의 종교가 갖고 있는 정적 특성으로서의 한계를 넘어, 동적인 종교, 생동하는 멋진 종교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꿈을 꾸고 싶다. 새로운 기독교에 대한 꿈을 꾸고 싶은 것이다. 저 멀리 있는 피안의 천국이 아니라, 지금 여기서 누리는 천국을 꿈꾼다. 기독교가 그 지독한 독선과 배타성을 극복하고 우리 사는 세상을 진정 아름답게 하는 생생한 종교로, 우리 사회를 밝고 맑게 하는 생동적인 교회로 거듭나는 꿈을 꾼다. 이 꿈이 내가 사는 동안 이루어질 수 있을까. 내가 하느님 품에 안기기 전에, 그런 교회의 모습을 볼 수 있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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