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미나 때 명명했던 공식 호칭을 사용하겠습니다.

다윈 탄생 200주년 기념 세미나에 이정배 교수가 먼저 세미나를 여는 의의를 이야기 했다.(세미나 시간에 맞춰 들어오지 못했기에 이정배 교수의 여는 글로 그의 말을 대신합니다.)

▲ 여는 인사를 하는 이정배 교수 ⓒ 이필완

인도 신학자 파니카는 이를 ‘우리안의 그리스도 탄생’이라 명명한 바 있다. 자신의 신비를 완성함으로 우주의 실재인 그리스도 신비와 일치될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우주적 그리스도는 분리가 아닌 ‘통합’의 영성을 표현하는 것으로 진화 생물학의 시대에 개별 종교에게 생태계의 치유와 복원을 위한 새로운 사명을 전달한다.

다윈 탄생 200주년을 맞는 올 해, ‘종의 기원’만 관심 말고 ‘종의 멸종’에 귀 기울여 진화론과 종교의 관계를 새롭게 정립하는 기회가 되기를 소망하며 기독교 통합학문 연구소에서는 금번 세미나를 개최코자 한다.”

이후로 박문호 박사가 나와 니체가 허무주의를 선포하듯 “정말 우주와 자연은 목적이 있는가?”란 질문을 의미심장하면서도 재미있는 화면으로 무겁지만(또한 어렵지만) 가볍에 던졌다. 빅뱅으로 시작해서 일어난 목적 없는 생성, 이 생성은 지금도 일어나고 있어 우주는 계속 팽창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 박문호 교수가 여러 사진을 보여주며 열띤 강의를 해주고 있다. ⓒ 이필완

박문호 박사의 진화론에 대한 설명이 끝나자 이번에는 이승엽 교수가 나와 지적 설계론으로 진화론에 대한 공격을 시작했다. 그는 총 5가지의 질문을 가지고 나와 이미 과학이 되어버린 진화론에 일침을 가했다.

	▲ 이승엽교수 발제 full 동영상(35분)

또한 가톨릭 신학자 존 호트(John F. Haught)의 말을 인용해, 이 세상에 만연해 있는 문자주의(literalism)를 꼬집어 비판했다. 과학은 ‘자연’이라는 책을 해석하고, 신학은 ‘하나님의 책’을 해석하는데, 이 두 해석학의 위험은 텍스트의 문자를 너무 문자적으로 읽어내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 감신대 웨슬리세미나실이 비좁을 정도로 청중이 모였다. ⓒ 이필완

또한 아쉬운 사항은, 유신론자들만 이곳에 나와 토론을 해, 오히려 기독교인들끼리 치열한 토론을 하게 되는데 무신론자들과 상대해 보고 싶다는 포부도 밝혔다.(웃음)

이어 박문호 박사는 과연 종교와 과학이 함께 갈 수 있느냐라는 질문을 받았고, 이에 박문호 박사는, 모든 종교가 그 근원에서 만나듯(누구에 의해 불림을 당했고 그가 폭발적인 시너지 역할을 해서 상상도 못할 만큼 확장되었듯), 과학도 만날 수 있으며(빅뱅과 계속된 확장) 뇌 과학을 통해 그 활로가 열렸음을 시사했다.

또한 어째서 인간만이 이러한 가장 고등한 진화가 가능하게 된 것이냐는 질문에, 네안데르탈인과 호모 사피엔스가 지금으로부터 3만 년 전에 지구상에 같이 공존했지만, 네안데르탈인이 멸종한 이유는 그들에게는 목걸이 곧 상징(기술+사회)이 없었기 때문임을 말하며 인간이 상징을 표현할 수 있는 진화로 말미암아 다른 동물보다 고등하다고 … 곧 상징을 표현하고 이해하는 쪽으로 진화가 이뤄져 이를 통해 고등하게 된 것이지(그 반대도 성립 - 고등하게 되어 상징을 표현할 수 있게 됨), 다른 동물에 비해 오직 인간이기 때문에 그런 진화가 이루어진 것은 아님을 말했다.

마지막으로 사회자인 김장생 교수는 아무 질문도 받지 못한 박일준 교수에게 “우연의 신학”에 대해 질문을 던졌다. 우연이란 단어는 일상에서 쓸 때에 라면국물이 튀거나 할 때 계획적이지 않은 어떤 것을 뜻하는데 과연 신학이란 이름 앞에 우연을 넣어도 되는 것인가? 곧 라면국물이 튀는 우연과 발제자가 말한 우연과 같은 것인가 다른 것인가? 라고 또한 이러한 신학이 어떠한 우리에게 유의미를 주는지에 관해 질문을 받자, 박일준 교수는, 명명할 수 없는, 알지 못하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우연이란 단어를 썼다고 말하며 언어는 기호이기에 실재가 아니며 언어로 표현되어지는 신에 대한 명명은 오히려 신을 더욱 알 수 없게 만드는 것 같다는 뉘앙스를 계속 내비췄다.

또한 박일준 교수는 계속해서, 인간 게놈 프로젝트를 연구를 위해 30억 달러를 지출했는데, 그것이 과연 인간의 사회를 진일보 시켰는지, 차라리 그 돈으로 아프리카 사람들을 먹였다면 어땠을지, 과학의 발달로 핵폭탄이 만들어지고 더욱 각박한 사회를 사는 이때에 우리에게 무엇이 진일보인지를 다시 한번 생각해 봐야 한다고 강력히 말했다.

5시 30분에 시작해서 3시간을 훌쩍 넘긴 이번 세미나는 여태껏 책을 통해 들었던 진화론과 지적 설계론에 대한 이야기들을, 그것을 지지하는 전문 강사를 통해 들을 수 있는 기회여서 청중들의 대부분은 3시간이 넘도록 자리를 떠나지 않았다.

세미나 초입에 이정배 교수가 언급했듯이 다윈 200주년과 칼빈 500주년을 맞는 해이다. 어찌 보면 과학과 종교가 만난듯하여 신기하긴 하나 한번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다. 바로 칼빈에 관한 것이다.

칼빈은 종교개혁을 일으켰다. 신권정치를 강하게 주장하며 말이다. 하지만 이러한 신권정치를 바탕으로 그는 공식적으로 수십명을 죽였다. 사형 또한 잔인했다고 전해진다. 무엇이 하나님의 뜻이며, 무엇이 작은 예수로서의 우리들의 삶이란 말인가? 나와 다르면 난도질해도 되는가? 마음은 상당히 아파했기에, 필요악을 주장하고 싶은 것인가?

존경하는 어느 목사님의 설교 말씀이 떠오른다. 평화에 이르는 길은 없다. 평화가 곧 길이다. 평화를 안내하고자 갖가지 폭력을 쓴다면 과연 평화라는 곳에 도착했을 때도 그곳을 평화라 여길 수 있겠는가?
언제까지 마녀사냥 하듯 종교재판을 열어 나와 다른 자들을 잔인하게 처형만 할 것인가?! 우리가 진화론에 소름 돋아하고 지적 설계론에 고개를 젓기 전에 먼저 우리 자신의 만행부터 소름 돋아하고 머리를 젓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 독서토론 모임에서의 필자 오명민 님 ⓒ 이필완

* 흐릿한 잉크가 선명한 기억보다 낫다는 말이 실감됩니다. 세미나 막바지에 당당뉴스 운영자 목사님께 연락을 받아서 적은 건 거의 없고 믿을 건 부족한 기억력인데, 써내려가자니 세미나의 내용을 곡해하는 것 같아 마음이 썩 좋지만은 않습니다. 그래도 목사님 말씀에 순종해 논문 쓰는 것을 멈추고 써 봤습니다.
* 운영자도 이 세미나에 참석했으나, 독서모임 예수학당과 시간이 겹쳐 일찍 나서게 됨으,로 마침 독서모임 회원이면서도 끝까지 세미나를 참석한 오명민님(감신대학원 재학중)께 세미나 스케치를 부탁했다. 분량이 많고 다 찍지 못해 강연 동영상 중 이승엽교수의 강연만 Full(35분)로 싣는다. 물론 발제자들의 자료집을 입수해 전문 게재한다...(이필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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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10. 6 기독교 통합학문 연구소 주최 가을학기 다윈탄생 200주년 기념 세미나
진화론, 지적 설계론, 그리고 신학

사회 : 김장생 교수(감신대)

여는 글
이정배 지적설계론, 유물론적 진화론, 그리고 신학
- 다윈탄생 200주년 기념 세미나를 열며…………………………………… 2

발표
박문호 ………………………………………………………………………………………5
이승엽 진화론과 지적설계론과의 논쟁 ……………………………………………… 9
박일준 신학적 창조론의 모색:
우연의 신학적 해석으로서 목적성과 창조성……………………………… 20

질문
이한영…………………………………………………………………………………………34
신익상…………………………………………………………………………………………38



<종교와 평화>

지적설계론, 유물론적 진화론 그리고 신학
-다윈 탄생 200주년 기념 세미나를 열며-

이정배 교수(감신대, 기독교 통합학문 연구소 소장)


2009년 접어들며 기독교 서구는 지금 다윈 탄생 200주년과 장로교 창시자 칼빈 500주년 행사로 무척 분주하다고 한다. 공교롭게도 이 두 사람의 생각은 서로 평행선을 달려왔기에 함께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다. 자연선택을 통해 생명의 변이를 말한 다윈과 하느님의 예정을 설파한 칼빈의 사상은 내용적으로도 철저하게 대립된다. 지난 천년의 주요인물로서 다윈이 9위를 차지했고 칼빈이 50위였다고 하니 기독교 서구 역시도 과학적 사유의 중압감을 떨치지 못한 듯하다. 학교에서는 진화론을 배우고 교회를 통해 창조와 섭리사상을 학습하는 학생들의 입장에서는 난감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이것은 미국의 공립학교의 문제만이 아니라 오늘 한국의 실정이기도하다. 진화론과 유전학을 결합한 신(新)다윈주의 사조의 출현은 종교, 특히 기독교의 위상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그 대표 격 되는 R 도킨스의 <만들어진 신>이 짧은 시간 동안 수 십 만권이 팔렸다는 소식은 출판 관계자들조차 놀라게 했다. 국내에도 기독교에 반감을 갖고 무신론자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적지 않음을 반증한 사건으로 출판업계는 분석하였다. 실상 도킨스의 이 책이 창조과학의 변형인 유신론적 ‘지적 설계론’ 의 확산에 대한 우려에서 비롯한 것이니 기독교 측의 우려를 가늠할 수 있겠다.

올해로 출간 150년이 된 <종의 기원>과 기존 기독교 신학간의 갈등은 주로 다음과 같은 것이었다. 개체발생에 대한 점진적 계통발생으로서의 새로운 창조론, 인간의 유일성 및 원죄론의 붕괴 신적 섭리에 대한 우발성의 강조 그리고 우주의 목적성을 불허하는 자연선택의 맹목성 등이 그것이다. 물론 진화 생물학자들 간에도 이에 대한 공통된 의견이 있었던 것도 아니다. 자연선택 이론(적응주의)의 강도가 저마다 달랐고 점진성 보다는 질적 도약을 진화의 핵심으로 보기도 했으며 돌연변이 같은 우발성(Contingence)을 유전자 차원 그 너머에서 보려는 학자들도 존재했다. 하지만 이들 누구도 ‘지적 설계자’와 같은 유신론적 실재를 인정하지 않았다. 진화론자들에게 과학적 예정론과 섭리론은 필요치 않았던 것이다. 지적 설계이론은 자연 및 역사 속에 내재한 비극적 깊이를 도외시한 한계를 벗기 어렵기 때문이다. 동시에 유전자를 자연선택의 최종 단위로 보는 도킨스 類의 유물론적 입장도 결정론적 시각 때문에 설득력이 부족하다. 이타적 행위 역시 이기적 유전자의 작용이며, 자연선택은 무작위적이고 따라서 종교란 인간 정신을 숙주삼아 자신의 정보를 복제하는 정신 바이러스와 같은 것으로 없는 편이 낫다는 시각은 수용할 수 없다. 진화 생물학자들 역시도 데넷과 윌슨 같은 몇몇 학자를 제외하곤- 물론 그들 간에도 입장차가 있지만- 이 의견에 동조하지 않는듯 하다.

그렇다면 진화론은 종교, 특히 기독교의 입장에서 어떻게 수용해야 옳은 것인가? 분명한 사실은 세간에 나도는 유신론적 ‘지적 설계론’이 힘을 얻을수록 유물론적 진화론도 그에 비례해 강해 질 것이란 점이다. 이런 양극단은 모두 종교를 왜곡시킬 수 있다. 전자는 하느님의 지속적 창조(Creatio Continua)를 놓쳤고 후자는 유물론적 환원주의에 근거하여 ‘자연의 역사’를 ‘깊이’의 차원에서 읽을 수 없기 때문이다. M. 루스란 진화론자는 다윈주의자도 종교(기독교)인이 될 수 있음을 피력했다. 진화 생물학은 더 이상 부정될 수 없는 사실의 학문이며 그것이 신학 함에 있어 은총이란 것이 그의 기본 생각 이었다. 진화 생물학과 진화 유신론의 만남이 기후붕괴 시대를 살고 있는 현실을 타개할 방책임을 주장하는 J. 호트와 같은 학자도 있다. 물리학자 폰 봐이제커에 의해 <자연의 역사>가 밝혀진 만큼 자연은 ‘설계’나 ‘환원주의’란 말로 설명될 수 없다. 이점에서 신학자들은 ‘약속’이란 개념을 채택한다. 성주괴공을 말해온 불교 역시도 미래에 대한 견해를 갖고 있을 것이다. 자연의 역사로서 진화는 그 자체로 모든 것을 말할 수 없다. 하지만 종교 속에는 여전히 현실화되기를 기다리는 그 무엇이 있다. 이점에서 절대적 미래, 곧 진화의 약속으로서의 神을 말하는 것은 불가능하지 않다. 따라서 현재적 상황과 다가올 미래적 불확실성 간의 불연속성을 부정할 수 없는 한 진화론은 성서적 시각과 만날 수 있다. 달리 말해 다윈의 진화론은 ‘종의 기원’을 말한 것만큼이나 생태학적 위기, 즉 ‘종의 멸종’을 말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유익한 것이다. 자연의 진화론적 성격을 인정하지 않는다면 ‘뜨겁고, 붐비며, 평평한 세계’ 로 인해 생겨난 현실 생태계 문제는 도무지 해결될 기미조차 보일 수 없을 것이다.

주지하듯 성서는 현실의 부정적 측면과 미래적 낙관을 함께 묘사하고 있다. 예언자적 측면과 성사적(성례전적) 전통을 아우르고 있다는 말이다. 인간 이해의 긍정성과 부정성 역시 성서의 핵심사상에 속한다. 인간 및 자연 세계가 원죄로 인한 우발성의 위협 속에 있지만 이들 모두는 폐기될 수 없는 신적 ‘약속’의 장이란 것이 성서의 요지인 셈이다. 이것은 진화 생물학에 종말론적 관점을 부여한 것으로 ‘설계’론과는 질적 차이를 갖는다. 기독교가 강조하는 몸적 부활은 ‘약속’으로서의 하느님 미래를 지시하는 바, 자연과 인간 간의 좀 더 깊은 만남의 차원에 돌입하는 것일 수 있다. 그렇다면 마지막 남은 물음은 우주적 진화와 약속으로서의 신적 작용의 상관성을 묻는 일이다. 기독교 사상가들은 우선 전 우주만물이 하느님과 숨겨진 방식으로 반응하는 현실태(actual occasion)임을 긍정한다. 이 경우 숨겨진 방식이란 인간의 입장에서 그렇다는 말이다. 과학적 객관주의에서는 보이지 않는 내적 감각이 우주만물 속에 있다는 사실이다. 이는 태초부터 물질/정신의 이원론이 자리할 여지가 없다는 지적이기도 하다. 철(신)학자들은 이런 내면적 잠재성을 진화의 능동적 주체성이란 말로 이해하기도 한다. 물론 이 경우 생태계 파괴와 같은 비인격적 우발성의 요인이 항존함을 전제로 한다. 하지만 우발성은 종종 ‘케노시스’, 곧 ‘신의 겸비’ 내지 신의 ‘자기 박탈’의 차원에서 이해될 수 있다. 이는 특히 홀로코스트를 경험한 유대계 신학자들의 언명인 바, 하느님의 ‘무기력’ 이란 말로 달리 언표 되기도 한다. 하지만 이는 그만큼 우주 자연에 대한 인간의 자기 책임이 요구된다는 지적일 것이다. 이점에서 인간은 하느님의 ‘공동 창조자(Co-cretor)' 란 직위를 얻는다. 진화의 과정에서 하느님과 인간의 공동 운명성을 강조하기 위함이다. 하지만 이것은 태초부터 함께한 우주를 향한 하느님의 원초적 목적이 있기에 가능할 수 있다. 이는 과정사상에서 말하는 유신론적 진화론의 실상이자 본질이다. 이에 반해 유대인 신학자 H. 요나스는 초기 우주에 주어진 신적 질서에 의존하기 보다는 인간의 무제약적 책임에 더 큰 비중을 두려한다. 생태적 위기를 겪고 있는 오늘의 자연을 ‘갓 태어난 어린아이 상태’로 비유한 그는 이 존재 앞에서 우리가 할 일은 무제약적 ‘돌봄’ 뿐이라 한 것이다. 하지만 그 역시 태초에 ‘우주 발생적 에로스’(Cosmogonic eros)가 있음을 긍정했기에 은총으로서의 책임을 말할 수 있었다. 책임이란 말 속에 진화론의 유신론적 이해가 담겨있다는 사실이다. 최근의 진화론적 신학은 ‘우주적 그리스도’란 개념을 즐겨 쓴다. 이 경우 그리스도는 상호 연결된 우주적 실재에 대한 일종의 상징일 것이다. 우주적 그리스도는 얼마든지 복수적으로 육화될 수 있을 터, 모든 종교는 저마다 자신의 방식으로 그리스도의 소리를 들을 수 있다. 인도 신학자 파니카는 이를 ‘우리안의 그리스도 탄생’이라 명명한 바 있다. 자신의 신비를 완성함으로 우주의 실재인 그리스도 신비와 일치될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우주적 그리스도는 분리가 아닌 ‘통합’의 영성을 표현하는 것으로 진화 생물학의 시대에 개별 종교에게 생태계의 치유와 복원을 위한 새로운 사명을 전달하고 있다. 다윈 탄생 200주년을 맞는 올 해, ‘종의 기원’만 관심 말고 ‘종의 멸종’에 귀 기울여 진화론과 종교의 관계를 새롭게 정립하는 기회가 되기를 소망하며 기독교 통합학문 연구소에서는 금번 세미나를 개최코자 한다. 금번 세미나에 초청된 분들은 지적 설계론을 전적으로 신뢰하는 과학자 이승엽 교수님, 진화 생물학적 입장에서 뇌 과학을 전공하는 박문호 박사님 그리고 종교와 과학의 연관성을 주제로 공부한 신학자 박일준 박사님이다. 이들은 저마다 자기 영역에서 독보적 입장을 구축한 학자들이다. 이들의 이야기를 듣고 상호 비판적 토론을 하는 것은 토론이 부재한 오늘의 학문적 풍토에서 향연(饗宴)이 될 것이다. 지적 설계론과 유물론적 진화론간의 대립적 시각을 충분히 공부하고 그 사이에서 진화론적 신학의 자리를 확보하려는 것이 본 세미나의 방향이다. 진화론과 기독교의 관계를 대립도, 상호 무관심도 그렇다고 상호 일치도 아닌 공명(Consonance)의 관점에서 보려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먼저 우리는 진화론 자체의 시각을 좀 더 겸허히 듣고 배울 생각이다. 그리고 양 극단의 입장을 통해 우리의 생각에 미진한 부분이 있다면 더 공부하고 매진해야만 할 것이다. 다윈의 진화론이 신학 함에 있어 축복이고 은총임을 금번 세미나를 통해 함께 느낄 수만 있다면 주최 측의 기쁨이 되리라. 패널로 참여하신 세분 학자들, 책임 질문자로 공헌 하실 이한영, 신익상 두 신학자들께 감사드리며 특히 본 모임을 섭외하고 성사시킨 김장생 박사의 수고에 고마움을 전한다. 조교 최중민의 군의 섬세한 배려 역시 잊을 수 없는 일이 될 것이다. 감신의 후학들역시 이런 주제와 씨름하는 큰 사상가들로 자라기를 기원하며 세미나를 여는 마음을 여민다.

'진화론, 지적설계론, 그리고 신학' 주제발표

세 가지 토론 주제에 대한 의견을 2008년 저의 저술인 “뇌, 생각의 출현 (휴머니스트)”에서 관련되는 내용을 발췌하였습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책임연구원 박문호

① 우주의 목적과 자연의 우발성(우주와 자연은 목적이 있는가?)

--> 우주와 자연은 목적성이 없지만(대칭성), 생명현상은 목적지향적(대칭의 붕괴)이다.

신경과학자 에델만이 “대칭이 깨어질 때만, 화학 작용이 일어날 때만, 크고 안정된 분자들이 나타날 때만, 환경에 영향을 받지 않는 사건이 선택적으로 일어날 때만 기억은 마음이 출현하게 이끈다”고 했죠. 대칭은 물리학자들에게도 중요하게 다루어지는 것입니다. 브라이언 그린의 《우주의 구조》에 이런 구절이 있습니다.

리처드 파인만이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현대과학이 이룩한 모든 업적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을 골라 하나의 문장으로 요약하라면, 나는 ‘이 세계는 원자로 이루어져 있다’는 문장을 꼽을 것이다.” 그런데 여기에 또 하나의 문장을 추가할 여지가 남아 있다면 아마도 대부분의 과학자들은 ‘우주가 운영되는 법칙의 저변에는 대칭성이 깔려 있다’는 문장을 선택할 것이다.

생명현상 역시 대칭성과 무관할 수 없습니다. 우주 대칭이 깨어져 네 가지 힘이 분화되어 지구 생명현상의 발현으로까지 연결되니까요.

우리가 알고 있는 물질 시스템 우주의 구성은 생각보다 아주 간단합니다. 지금까지 이야기한 구성 입자 페르미온(페르미 입자)과 아교 입자 보존(보즈 입자)이 전부죠. 그중에서도 우리가 꼭 알아야 할 것은 네 가지입니다. 업 쿼크, 다운 쿼크, 전자, 중성미자. 이것이 우리 별, 지구, 인간 등 생명체를 구성하고 있는 아주 기본적인 입자들이죠.

여기서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우주의 구성 입자들이 우주의 힘과 연계되는지의 문제입니다. 우주에 존재하는 힘은 딱 네 가지죠. 가끔 제5의 힘을 발견했다는 뉴스가 나오기도 하는데 과학계에서 검증된 건 아무것도 없습니다. 네 가지 힘의 첫 번째는 중력, 두 번째는 전자기력, 세 번째는 약한 상호작용, 네 번째는 강한 상호작용입니다.

대칭의 자발적 붕괴와 숨겨진 대칭에 의해서 우주의 네 가지 힘이 다 설명됩니다. 우주 구성의 출발점은 대칭입니다.

오늘날 물리학자들은 중력적, 약한, 전자기적, 그리고 강한 상호작용 네 가지 모두가 이 게이지 장들에 기반을 두고 있다고 믿는다. 양-밀즈 게이지 장의 아이디어는 결과적으로 대칭성의 개념을 장의 개념보다 우선적으로 취급했다. 즉 게이지 장들이 대칭성의 결과이다. (출처: 놀라운 대칭성, 애서니 지)

게이지 장이라는 것은 결국 우주에 존재하는 네 가지 힘의 장이고, 그러한 힘의 장들이 입자화된 것이 중력자와 포톤, w입자, z입자, 글루온 같은 것들입니다. 대칭이 깨어지든지 대칭이 하드론 안 핵자 속에 숨겨지든지 해서 네 가지 힘이 분화되기 시작했고, 우주를 구성하고 있는 기본 입자들 역시 대칭의 결과로 초래되었다는 것이죠.
우주의 역사를 다시 보면 맨 처음에 양자 중력quantum gravity 시대가 있죠. 양자역학과 상대성이론이 융합될 수 있는 시대, 즉 거의 빅뱅 초기가 됩니다. 프랑크 타임의 10-43초 지점. 아주 찰나적인 순간입니다. 온도가 낮아지면서 중력이 먼저 분화되어 개별적인 힘으로 나오죠. 그리고 강한 상호작용, 약한 상호작용이 차례로 개별화되어 나옵니다.

그 다음이 쿼크 속박quark confinement 시대입니다. 쿼크들이 양성자, 중성자를 만드는 것이죠. 하드론을 만드는 것입니다. 두 개의 쿼크가 모이면 중간자인 메존을, 세 개의 쿼크가 모이면 하드론을 만드는데, 그러한 쿼크들이 양성자나 중성자의 핵 속에 갇히는 것이죠. 이는 2004년에 노벨 물리학상을 받은 그로스, 폴리처, 윌첵의 점근성 자유라는 이론으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중성자나 양성자 핵에 있는 쿼크를 끄집어내려고 할 때 거리가 멀어지면 멀어질수록 더 많은 힘이 작용합니다. 핵 안에 있을 때는 힘을 느끼지 못하는데, 핵 바깥으로 끄집어내려면 거의 무한대에 가까운 힘을 주입해야 분리할 수 있는 거죠. 그래서 원자핵 속이 아닌 자유 입자 형태의 쿼크를 아직도 발견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점근성 자유라는 것은 유리된 쿼크를 관측할 수 없다는 것이지요.

쿼크 속박 시대를 잇는 것이 헬륨 원자핵인 알파 입자가 형성된 태초의 3분이고, 빅뱅 후 38만 년 되어서야 우주의 온도가 3000K쯤으로 식으면서 쿼크들이 유리된 상태에서 자유롭게 움직이다가 하드론 속에 갇히게 됩니다. 마이너스 전기를 띤 전자 역시 우주 공간을 자유롭게 운동하다가 전기를 띤 양성자에 포획됩니다. 우주가 투명해지는 거죠. 그러면 전자가 양성자에 갇히기 전에는 전자에 충돌해서 무수하게 난반사하던 포톤, 광자가 방해 없이 전 우주를 향해 계속 쏟아집니다. 투명한 우주로 쏟아지던 이 빛을 WMAP라는 위성이 2003년에 측정했던 거죠.

우주 전체 역사에 있어서 중요한 사건을 서너 개 꼽으라고 하면, 중력이 프랑크 타임 때 분화되어 나온 것, 약한 상호작용과 전자기 상호작용이 아주 찰나적으로 분화되어 나타난 것, 쿼크가 양성자와 중성자 속에 유폐된 것, 우주가 중성미자에 대해 투명해진 것, 38만 년쯤 되었을 때 우주가 빛에 대해서 투명해진 것을 이야기할 겁니다. 사실 그 다음의 나머지 우주 역사는 기타 등등에 해당하죠. 은하가 생기고, 태양처럼 핵융합을 하는 별이 생기고, 그 주위로 태양계과 같은 행성계가 생기고, 그 행성계 속에서 적정한 온도와 물이 존재함으로써 생명체가 생기는 것 등등요. 모두가 수소가 타고 남은 재에서 생긴 부차적인 산물들입니다.

우주 전체 흐름에서 가장 중요한 현상 하나만 꼽으라면, 당연히 자발적 대칭 붕괴죠. 대칭이 붕괴되거나 숨겨져서 아주 찰나적인 순간에 강한 상호작용, 약한 상호작용, 전자기 상호작용이 분화되어서 지금과 같은 힘이 만들어졌고, 그 힘 중 하나인 전자기 상호작용에 의해서 지구상의 생명체가 출현했죠.

② 생명 현상과 그 배후(생명 현상은 스스로 발생하는가?)

--->생명현상의 주역은 전자기 상호작용이다.

우주에 존재하는 중력과 원자력을 제외한 대부분의 물리현상, 생명현상은 세 가지로 거의 다 설명할 수 있다는 파인만의 이야기를 떠올려봅시다.

첫 번째, 광자가 여기에서 저기로 움직인다.
두 번째, 전자가 여기에서 저기로 움직인다.
세 번째, 전자가 광자를 흡수하거나 방출할 수 있다.

식물 엽록체의 틸라코이드 막에서 일어나는 탄소동화작용은 모든 생명체 에너지의 기원이죠. 이것을 입자물리학의 관점에서 보면 이렇습니다. 탄소동화작용은 막 단백질에 의해서 일어나는 생화학 반응이죠. 물이 올라오지 않습니까. 물 분자가 올라와서 분해됩니다. 그러면 수소 원자핵(양성자)이 나오고, 산소가 대기 중으로 분출되어 우리가 숨 쉬는 데 필요한 산소의 기원이 되죠. 여기서 중요한 것이 햇빛, 태양에너지, 광자(포톤)입니다. 햇빛이 들어가 엽록체의 광계Ⅰ, 광계Ⅱ에서 흡수되어 물이 분해되고 부산물로 산소가 나갈 때까지 여러 가지 작용을 하는 거죠. 이것이 바로 첫 번째 문장, 빛이 여기서 저기로 움직이는 것입니다.

두 번째 문장이 전자가 여기에서 저기로 움직인다는 거죠. 막 단백질에서 일어나는 것이 전자의 이동입니다. 빛에너지를 흡수해서 고에너지 상태가 된 전자가 막 단백질을 통해 에너지를 단계적으로 낮추면서 여러 가지 생화학 반응을 일으키는 거죠. 엽록체 틸라코이드 막과 미트콘드리아 내막에서 일어나고 있는 현상을 생화학자들은 전자 전달 시스템electron transfer system이라고 합니다.

포톤이 태양에서 지구 표면 식물의 잎으로 이동하면, 빛을 흡수한 고에너지의 전자가 엽록체의 틸라코이드 막 여기에서 저기로 움직이는 거죠. 빛이 움직이고, 전자가 이동하며, 전자가 빛에너지를 흡수하지요. 이것이 물리현상, 생명현상의 세 번째 이야기고, 바로 생명 에너지 생성의 출발점입니다. 그리고 높아진 전자의 에너지가 낮춰지면서 광합성(광화학 반응에 의한 이산화탄소와 유기물의 합성 과정)이 일어나죠.

이 모든 과정을 입자물리학으로 표현하면 이렇습니다. 포톤이 여기에서 저기로 움직이고, 그것에 호응하여 전자가 여기에서 저기로 움직이고, 그 전자가 빛에서 오는 에너지를 방출하거나 흡수한다.


③ 자연의 부산물과 종교(종교는 자연의 부산물인가?)

--> 철학과 종교는 뇌의 산물이며, 뇌는 자연의 산물이다.
따라서 종교는 당연히 자연의 산물이다.

우리 뇌 전체를 총괄하는 네 가지 영역이 있습니다. 주의 연합 영역attention association area, 정위 연합 영역orientation association area, 시각 연합 영역visual association area, 언어개념 연합 영역verbal-conceptural area이죠. 여기서 우뇌에서 일어나는 초월 현상하고 관계되는 영역이 주의 연합 영역과 정위 연합 영역입니다. 주의 연합 영역은 전전두엽, 정위 연합 영역은 두정엽, 시각 연합 영역은 측두엽, 언어개념 연합 영역은 상측두엽이 관장하고 있죠.

초월 상태에서 중요한 정위 연합 영역은 좌뇌, 우뇌에 대칭으로 위치해 있습니다. 좌뇌 정위 연합 영역, 즉 왼쪽 두정엽의 역할은 팔 길이만큼의 우리 몸뚱이 안에 있는 자극, 체감각 신호를 받아들여서 처리하는 것이죠. 그래서 우리 몸이 여기 있음을 아는 것입니다. 몸이라는 느낌은 3차원 공간을 채워야 하지요. 3차원 공간 좌표를 만드는 곳이 바로 우뇌 정위 연합 영역, 즉 오른쪽 두정엽입니다. 우측 뇌는 공간지각하고 관련이 있다고 흔히들 말하죠.

좌측과 우측 두정엽에서 극단적 명상 상태에 들어갈 때 두 가지 다른 흐름이 생깁니다. 우선 우측과 좌측 정위 연합 영역, 즉 양쪽 두정엽에서 수입로가 차단됩니다. 더 이상 신경 입력이 들어가지 못하는 거죠. 아주 기가 막힌 현상이죠. 그렇게 되면 어떤 일이 일어나느냐. 오른쪽은 공간지각을 만들어준다고 했죠. 그 공간의 경계가 사라집니다. 동시에 우리 몸 왼쪽에서 올라오는 신호, 즉 자아감이 사라집니다.

자아라는 것은 결국 우리 몸의 감각을 중심으로 생기는 것입니다. 팔 안에 있는 것이, 팔의 거리 안에 있는 것이 내 몸이지 않습니까. 왼쪽 두정엽에서 정보가 차단되어 어떤 것도 검출할 수 없으면, 내 몸에서 올라오는 신경 자극이 없으면 내 몸뚱이가 없어져버리는 거죠. 그와 동시에 오른쪽 두정엽에서 자극이 안 올라오니까 공간이 사라져버립니다. 공간하고 시간은 바로 연결되어 있죠. 결국 시간과 공간이 모두 사라집니다. 초월 명상 상태를 겪은 선각자들이 공통적으로 느꼈다는 게 있죠. “천지와 내가 한 몸이 되었다.” 앤드류 뉴버그는 이를 일컬어 초월적 일체감이라고 표현합니다. 공간이 사라지고, 시간도 사라지고, 천지가 사라지고, 나도 없어져버리는 것이죠. 천지에 아무것도 없는 막막한 상태가 되어버리는 겁니다.



진화론과 지적설계론과의 논쟁:
생물학적 복잡성, 틈새의 하나님, NOMA 그리고 생물학 정보의 생성 문제

이 승 엽
지적설계연구회 회장,
서강대학교 기계공학과, 바이오융합과정 교수
sylee@sogang.ac.kr

올해 2월 12일이 ‘진화론의 아버지’인 찰스 다윈이 탄생한 지 200주년이고 올해 11월은 그의 대표적인 저서인 ‘종의 기원’이 출간된지 150주년 되는 해이다. 따라서 고향인 영국을 비롯하여 전 세계에서는 다윈을 기념하는 각종 학술대회 및 이벤트가 벌어지고 있다. 그러나 생명의 기원에 관해서 주류 과학계가 인정하는 유일한 이론인 진화론과 창조론과의 논쟁은 종의 기원과 더불어 150년 동안 끊이질 않았고 최근에는 진화론에 대한 대안적인 이론으로 시도되고 있는 지적설계론이 가세하면서 양 진영 사이에 치열한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지적설계론이 현재의 자연주의 철학에 입각한 진화론 과학과는 다르다고 무조건 비과학이라고 치부하는 주류 과학계의 입장에 대해서 또한 과학과 종교의 관계에 대해서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져 보면서 본 글에서 지적설계론 관점에서 대답해보고자 한다.

1. 현재 진화론에서는 최초 생명체 탄생에 대한 타당한 이론을 갖고 있는가?
2. 현재의 과학에서는 다윈주의적 진화론에 대한 학술적인 비판과 토론을 허용하는가? 진화론은 비판이 불가능한 일종의 철학이고 형이상학이 아닌가?
3. 자연현상과 생물학적 기원을 설명하는데 비자연주의적 관점은 과학이 될 수 없는가?
4. 종교와 과학은 양립 가능한 것인가 아니면 양립 불가능한 것인가?
5. 자연선택이 생명정보의 생성을 가능하게 하는가?

1. 지적설계론의 출현과 진화론과의 논쟁
1859년 다윈의 <종의 기원>이 영국과 미국에서 동시에 출간되면서 초기의 창조-진화 논쟁은 주로 영국에서 발생했다. 다윈의 <종의 기원> 관련 생물학 분야뿐만 아니라 정치, 경제, 철학 등 사회 각 영역에 걸쳐 다층적으로 이루어 졌으며 영국에서의 논쟁은 대략 지식인들 간의 논쟁이 주류를 이루었으며 반진화론적 흐름도 있었으나 전체적으로 보아 영국교회는 진화론과 타협 또는 화해를 이루는 방향으로 나아갔다. 반면 미국의 경우는 반진화론적 경향이 우세했으며 진화론 논쟁은 처음부터 사회적인 논쟁으로 치달았다. 1920년대 본격화된 이 논쟁은 지금까지도 계속되고 있으며, 따라서 창조-진화 논쟁사에 있어서 중심무대를 차지하는 것은 미국이라고 할 수 있다. 대표적인 것이 1920년대 스코프스 법정 논쟁으로 대표되는 반진화론 운동과 1980년 아칸소 법정논쟁으로 정점을 이룬 창조과학운동이 그것이다.

1920년대 진화론을 금지한 테네시주의 스코프스 법정 논쟁은 법률적으로는 진화론 측이 패소했으나 자유적 경향의 미국 주류언론들은 이 논쟁을 원숭이 재판으로 희화화하고 반진화론적 근본주의자들을 조롱거리로 만듦으로서 근본주의 진영이 큰 이미지 손상을 입게 된다. 1960년대에는 반진화론 운동이 창조과학 운동으로 부활한다. 미국의 공교육이 창조론에서 진화론으로 크게 이행하자 위기를 느낀 지질학자 헨리 모리스, 생화학자 듀안 기쉬, 신학자 존 휘트콤 등은 창조론의 연구기관인 창조과학연구소(ICR: Institute for Creation Research)을 설립하면서 무에서 유의 창조와 젊은 지구론 그리고 노아 홍수에 의한 전 지구적인 홍수에 대한 과학적인 연구를 시도하는 창조과학 운동을 전개하면서 진화론자들과 활발한 논쟁 및 교과서 개편을 위한 노력을 기울여서 1981년 공립학교에서 생명의 기원에 관련하여 진화론과 동등하게 창조과학도 의무적으로 가르칠 것을 요구한 소위 동등시간법 (Equal-Time Law)이 아칸소주와 루이지애나주 교육위원회에서 통과되었다. 이에 미국시민자유연명(ACLU)가 주축이 되어 공립학교에서 종교를 가르칠 수 없다는 헌법에 대한 위헌 소송을 제기한다. 결국 아칸소주는 1983년 연방지방법원에서, 루이지애나주는 1987년 연밥대법원에서 창조과학을 가르치는 것은 미헌법이 명시한 정치와 종교의 분리에 위배된다는 판결이 내려지게 된다.


그림 2: 필립 존슨의 최근 모습과 <심판대의 다윈> 원서와 국내 번역판

1991년 저명한 버클리 대학교 법학과의 필립 존슨(Phillip Johnson) 교수가 <심판대의 다윈, Darwin on Trial>을 출간한다. 지적 설계 역사에서 시초라 할 수 있는 이 책은 기존의 반진화론 학자들이 주장한 대진화와 화학 진화의 증거 부족만을 다룬 것이 아니라 진화론 자체가 철학적 자연주의에 근거한 것으로서 종교적 관점을 갖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진화론 자체에 대한 의심이 불가능하도록 논쟁의 규칙을 잘못되어 있음을 논리적으로 규명한다. 이 책이 출간된 후 사이언스와 네이처 등의 전문 학술지의 서평뿐만 아니라, 출판 첫해에 5만 부가 팔려나갈 정도로 일반 대중 및 언론의 관심을 끌었다.

1996년에 일어난 두 번째 중요한 사건은 미국 리하이 대학교의 마이클 비히 교수가 <다윈의 블랙박스: Darwin’s Black Box> 출간한 것이다. 필립 존슨의 <심판대의 다윈>에 대한 사이언스지의 비판적 서평에 대해서 반론함으로써 지적 설계 운동에 참여하게 된 그는 <다윈의 블랙박스>에서 생물학적 시스템 중에는 박테리아 편모와 같이 자연선택과 돌연변이의 자연주의적 방법으로 생성될 수 없는 많은 복잡한 구조가 존재한다고 언급했다. 이러한 생물학적 복잡성을 가지는 시스템을 비히는 환원 불가능한 복잡성(irreducible complexity)의 정의하는데 이는 진화의 과정으로 만들어질 수 없는 설계에 대한 증거로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비히는 <다윈의 블랙박스>에서 환원불가능한 복잡성을 다음과 같이 표현한다.

“환원 불가능한 복잡성을 가지는 시스템을 쥐덫과 같이 여러 개의 부속들이 조화롭게 상호작용하며 기본 기능을 수행하되 여기에서 어느 하나의 부속만 빠지더라도 그 기능을 멈추게 되는 단일 시스템”으로 정의한다. 이러한 시스템은 이보다 먼저 존재했던 시스템으로부터 연속적인 조그만 변화를 통해서 얻어질 수 없다.“

처음으로 지적설계를 생물학 연구 프로그램에 접목시킨 결과를 제시한 이 책은 뉴욕 타임스등 주요 신문과 잡지뿐 아니라 사이언스나 네이처 등 전문 학술지에서 비평되었고, 크리스천너티 투데이(Christianity Today)에서는 “올해의 책”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비히는 이 책에서 분자생물학 학술지에서 복잡한 생물학 메커니즘을 진화 과정으로 설명한 논문이 없음을 밝히면서, 이는 곧 “다윈주의가 복잡한 생화학 시스템의 기원을 설명하는 데 부적절한 이론임을 나타내는 강한 징표”라고 말하면서 자연주의적 원인만을 고집하지 않는다면 많은 생화학적 구조가 설계되었다고 주장한다. 지적설계론의 중심 원리라 할 수 있는 환원불가능한 복잡성은 진화론자들과 격렬한 논쟁 중에 있으며 마이클 비히 교수는 2007년에 <진화의 경계: The Edge of Evolution>이란 책을 출간하면서 지적설계 관련 논란과 진화론에 대한 심도 있는 비판을 가한다.

지적설계 관련 정보이론가인 윌리엄 뎀스키는 1998년에 캠브리지 대학교 출판부에서 <설계 추론: The Design Inference>과 그 다음 해 <지적설계: Intelligent Design>(1999)를 출간하면서 과학적 연구 활동에 적합한 설계 개념을 정보 이론을 사용하여 정밀하게 검증할 수 있는 기준을 제시했다. 수학박사이자 철학박사인 윌리엄 뎀스키는 지적 원인이 경험적으로 탐지 가능하고, 관찰한 데이터에 기반하여 지적 원인과 방향성이 없는 자연적 원인을 믿을 만하게 구분할 수 있는 방법이 존재하며, 여러 특정 과학에서 이미 이런 구분을 끌어내기 위한 방법들이 법의학, 암호학, 고고학, 그리고 외계지성탐사(SETI) 분야에서 다루어지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뎀스키의 설명을 찾는 여과기(Explanatory filter)는 개념에 의하면 어떤 사건이 설계의 결과인지를 결정하는 데는 우연성, 복잡성, 특정성의 세 가지 단계를 거친다. 비히의 생물학 시스템의 환원 불가능한 복잡성이 윌리엄 뎀스키의 복잡 특수 정보(Complex Specified Information) 이론으로 구체화되어 과학적 연구 프로그램으로서의 가능성을 열어주었다.

2000년에 지적 설계운동을 주도하는 디스커버리 연구소가 설립되는데, 캠브리지 대학교에서 생명의 기원과 과학적 방법론을 전공한 스티븐 마이어 박사가 디스커버리 연구소 소장으로서 지적 설계운동을 이끌게 된다. 스티븐 마이어 박사는 2004년 9월에 전문 학술지인 Proceedings of the Biological Society of Washington에 “생물학적 정보의 기원과 상위 분류학적 범주들(The Origin of Biological Information and the Higher Taxonomic Categories)”라는 제목의 논문을 발표한다. 생물학 정보와 화석 증거에 기반을 둔 분류의 기원을 설명하는 다양한 이론들을 비교한 후 지적 설계가 가장 설득력 있게 설명할 수 있음을 주장했다. 설계론적 개념이 주요 내용으로 포함된 논문이 학술지에 발표되자 네이처와 사이언스지에서 이를 비판하는 기사를 낸다. 결국 이 논문의 게재를 승인한 학술지의 편집인 리처드 스턴버그가 사퇴하고 그가 일하고 있던 스미소니언 박물관의 연구원 자리도 박탈당하게 되는데, 이에 많은 논란이 벌어진다.


그림 3: 학술 분야에서 부당한 대우와 탄압을 받는 지적설계론자들을 다룬 영화 “추방, 허용되지 않는 지성” 포스터

2007년에는 아이오와 주립대 천문학과의 길레모 곤잘레스(Guillermo Gonzalez) 교수가 지적설계 관련 저서인 <선택받은 행성>(The Privileged Planet)을 출간하며 관련 연구를 수행했다는 이유로 우수한 연구 업적에도 불구하고 정교수 승진에 탈락하게 됨으로써 학문의 자유에 대한 논란이 벌어지게 된다. 2008년에는 지적설계론자들에 대한 불공정한 편견과 부당한 대우를 다룬 영화인 "추방, 허용되지 않는 지성(Expelled, No Intelligence Allowed)"이라는 제목의 영화가 미국에서 개봉되면서 학문의 자유에 대한 논쟁이 더욱더 가열된다.


2. 논쟁의 핵심 이슈: 생물학적 복잡성
진화론자들은 창조과학 뿐만 아니라 지적설계론이 신이 존재한다는 것을 과학적으로 입증하려고 시도‘ 즉 종교적 관점에서 출발한 것이라 주장하면서 이는 과학적 증명이 불가능하므로 과학의 범위에 속하지 않는 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종의 기원> 이후 현재까지 화석학적으로나 생물학적 증거들이 자연선택과 돌연변이의 신다윈주의 진화 매커니즘이 생물학적 기원과 생명체의 복잡성을 모두 설명할 수 없다는 과학적 비판에서 출발된 것이다. 다윈 자신도 같은 종내의 변이(소진화)를 관찰한 후 이것이 오랜 세월에 걸쳐서 축척되면 종분화(대진화)가 이루어질 수 있다는 가설을 제시하면서 <종의 기원>을 썼으며 그 책을 쓸 당시 다윈도 종분화에 명백한 증거가 없기 때문에 다음과 같은 언급을 포함시켰음을 주목해야 한다.

“수많은 연속적인 작은 수정에도 생길 수 없는 복잡한 구조가 존재한다는 것이 보여진다면 나의 이론은 완전히 깨질 것이다”.

문제는 다윈의 예상과는 달리 현재와 같은 복잡하고 다양한 생명체의 대진화 매커니즘에 대한 결정적인 증거는 발견되지 않았으며 이에 따라 신다윈주의적 설명과 다른 다양한 소수 이론들이 진화론자 사이에서 제시되어 왔다. 단속평형설, 분기적 분류론, 자기조직화 이론 그리고 구조주의론 등이 바로 그것이다. 현재의 진화론이 당면하는 새로운 문제는 생물학적 정보의 기원과 생명 정보의 증가를 설명할 수 없다는 데 있다. 생물학적 다양성과 생명체 구조의 복잡성을 자연선택과 돌연변이로서 설명하는 신다윈주의는 물질과 에너지만을 전제하는 자연주의 과학에 기반한다. 따라서 복잡한 상향 진화에 필요 조건인 생명 정보의 기원과 진화된 생명체가 갖는 정보의 증가를 설명하지 못한다. 다윈이 표현한 “수많은 연속적인 작은 수정에도 생길 수 없는 복잡한 구조”를 과학적인 근거를 가지고 증명하려고 하는 시도를 지적설계론이라고 말할 수 있으며 이를 “환원 불가능한 복잡성”이라고 표현하는 생물학적 구조나 생명 정보가 탐구하고자 하는 것이다. 외계지성탐사(SETI) 프로젝트가 우주에서 오는 신호를 판독하여 외계 지성체가 보낸 신호이냐 아니면 우연한 무작위적 신호이냐를 과학적(수학적) 기준으로 구분하는 것처럼 생물학적 매커니즘이나 생물 정보가 우연에 의한 결과냐 아니면 지적인 존재에 의해서 설계된 것이냐를 과학적 기준으로 구분할 수 있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진화론의 주류인 자연선택과 돌연변이의 신다윈주의를 캄브리아기 지층의 화석학적 증거에 기반하여 비판한 고생물학자인 하버드대 스티븐 제이 굴드를 통하여 진화론 내부의 주목해야 할 몇 가지를 살펴볼 수 있다. 그는 신다윈주의 주요한 몇가지 관점에 도전하는 자신의 이론을 발전시켰는데 그것은 진화는 점진적인 변화가 아니고 불연속적이며 진화는 진보(progress)가 아니라는 것이다. 진화생물학에 끼친 그의 가장 큰 공헌은 동료인 앨드리지와 함께 단속평형설 이론을 제시한 것이다. 그는 고생물학자로서 화석의 증거를 연구하면서 점진적인 변화에 의한 생명체의 출현을 말하는 신다윈주의 진화론에 반기를 들게 된다. 정통 다윈주의인 점진적인 진화론의 커다란 난제는 중간화석의 부재와 불연속적인 화석 증거를 설명해야만 한다는 것이다. 화석 기록을 보면, 원생대의 화석에는 단세포 생물들의 기록만 존재하고, 대 빙하기 이후 캄브리아기의 화석에는 무수히 많은 고등생명체들의 화석이 '폭발적'으로 발견되는데 이를 캄브라아기 대폭팔이라고 불리운다. 굴드가 화석 증거에 기반하여 제시한 단속평형설은 자연선택에 의한 변화율이 진화론자가 생각하듯이 일정한 것이 아니라 오랫동안 사실상 아무런 변화가 없다가 짧은 기간 동안 급격한 변화에 의해서 단절된 증거가 화석으로 나타나므로 중간단계로 추정되는 증거는 많지 않다는 것이다.

굴드는 이전에 점진적인 진화론에 반대하는 도약진화설을 제시하였다가 진화론자들에게 공격을 받고 학계에서 매장당한 버클리대의 골드슈미스 교수를 복원시키게 된다. 골드슈미스 교수와 어떤 면에서 유사한 이론을 내놓지만 그의 학술적인 비중과 진화론자들이 인정할 수 있는 자연주의 과학을 벗어나지 않는 이론을 내놓으면서 도킨스를 비롯한 신다윈주의자들을 신랄하게 비판하면서 진화론의 좌파 및 급진주의자라 별명을 얻게 된다. 그는 리처드 르윈턴과 함께 1979년에 "산마르코의 스팬드럴(공복)과 팡글로스적인 패러다임(The Spandrels of San Marco and the Panglossian Paradigm)"이라는 유명한 논문에서 진화생물학자들이 자연선택의 필연성을 강조하여 충분한 증거도 없이 사소한 관찰 결과를 통하여 진화의 패턴을 확신하는 오류를 "그럴 듯한 이야기(Just so story)"라 신랄하게 비판한다. 여기에서 공복이란 중세교회에서 사용되었는데 기둥 꼭대기에 설치된 역삼각형 모양인데 둥근 아치들 사이에서 형성된 구부러진 곳이다. 이 공복은 아치 위에 있는 돔을 설치하는 과정에서 생긴 부산물일 뿐이고 교회 건축에서 계획(자연선택)의 결과가 아니라는 것이다.

3. 논쟁의 핵심 이슈: 종교/과학의 관할권 문제
또 다른 논쟁의 핵심 이슈는 종교와 과학에 대한 범위와 관할권에 대한 것이다. 진화론자 고생물학자인 스티븐 제이 굴드와 진화론 전파의 핵심 단체인 미국 국립과학교육센터(NCSE) 유진 스콧 박사 모두 과학과 종교의 NOMA(겹치지 않는 교도권, Non-Overlapping Magisterium)을 주장한다. 종교의 교도권은 ‘궁극적 의미에 대한 질문들’을 다루는 반면, 과학의 교도권은 ‘경험적 영역’을 다루기 때문에 둘은 실체를 바라보는 두 가지 다른 각도라는 것이다.

굴드는 “종교는 인간의 윤리와 씨름하지만 과학은 사실에 근거한 실재(factual reality)만을 다루기 때문에 과학과 종교는 구별되나 중요성에서는 동등하다”라고 언급한다. 이것은 간단하게 말하면 자연주의적 형이상학일 뿐이다. 필립 존슨은 <심판대의 다윈>에서 “사실에 근거한 실재”가 무엇인지를 정의하는 세력이 결국은 사고방식을 지배하며, 종교를 자연주의적 틀 안으로 가두는 세력이 된다고 말한다.

대부분의 진화론자는 과학적 자연주의안에서만 생물학적 기원과 복잡성을 다루어야하고 이를 방법론적 자연주의라 표현한다. 이를 다른 형태로 말하면 빈틈의 하나님 (God of gaps)라는 용어를 사용하는데 현재 생명 현상을 자연주의 관점의 진화론으로 설명할 수 없는 부분도 향후 연구 발전이 이루어지면서 설명되어 질 수 있으므로 현재 그 빈틈에 초월적인 존재의 개입을 허용하는 것은 과학적인 방법이 아니라는 것이다. 진화론자들은 이러한 NOMA를 주장함으로써 자연스럽게 창조과학이나 지적설계론을 거부할 수가 있는데 아이러니 하게도 철저한 무신론 진화론자인 리처드 도킨스는 이러한 NOMA를 거부한다. 그에게 있어서 종교는 가장 흔한 형태의 미신일 뿐이므로 합리주의의 한 형태인 과학은 그 어떤 형태로도 이에 대한 허용을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지적설계론은 NOMA의 입장을 거부한다는 점에서 리처드 도킨스와 같은 같지만 그 이유는 매우 다르다. 즉 현재 초자연적 개입을 허용하지 않는 자연주의 과학은 실체를 바라보는 잘려진 관점 (truncated view of reality)일 뿐이기 때문에 생명 현상을 더욱 잘 설명할 수 있는 새로운 형태의 유신론적 과학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지적설계론은 종교와 과학의 화해를 말하는 유신론적 진화론과 같은 개념과는 태생적으로 다르며 양립할 수 없다.

4. 논쟁의 핵심 이슈: 생물학적 정보 생성의 문제
물질과 에너지의 관점에서만 자연 현상을 설명하는 현재의 자연주의 과학이 종교와 형이상학 그리고 사이비과학을 과학의 범위 밖으로 몰아내고 현재와 같은 과학의 발전을 이룬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생물학적 기원에 대해서는 여전히 논쟁적인 부분이 있음에도 물질과 에너지 이외의 비자연주의적 설명은 과학적 증거의 유무에 상관없이 비과학으로 치부해버리는 것은 다양한 이론들을 함께 토론하여 발전하는 과학의 원칙과는 맞지 않는 것이다. 또한 생물학적 정보 생성의 난제를 갖고 있는 진화론이 자연선택이 정보의 생성과 증가를 가능하게 한다는 주장은 정말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다윈의 종의 기원이 출간될 당시에는 생명 현상의 근원인 유전자에 대한 지식의 부재로 인해 복잡한 생명체로의 진화를 복잡한 구조가 자연선택에 어떻게 만들어졌는지에만 집중하였다. 그러나 분자생물학의 발전으로 인해 생물학적 복잡성은 디지털 신호인 생명 정보의 생성을 요구한다는 커다란 난제에 해결해야만 했다.

도킨스는 “눈먼시계공”에서 원숭이가 타자기를 치면서 세익스피어의 햄릿의 구절을 칠 수 있는 지에 대해서 말한다. 도킨스 자신도 이것이 100억년의 시간을 가정하더라도 확률적으로 불가능 일임을 알기 때문에 문장을 연속적으로 쳐야 하는 대신 선행 결과의 좋을 것을 저장하여 실행하는 누적 선택이라는 개념을 도입하면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선행 결과의 목적성을 누가 알려주는지에 대한 해답이 전혀없다. 무작위적인 돌연변이와 자연선택이 이를 알려주는 “똑똑한 자연”이 지적인 능력을 갖고 있지 않고 어떻게 가능한지 정말 아이러니하다. 도킨스 보다는 진화 정보학자인 Schneider (“Evolution of Biological Information”, Nucleic Acids Research, Vol. 28, 2000)나 Lenski, Ofria, Pennock, Adami (“The Evolutionay Origin of Complex Features”, Nature, Vol. 423, 2003)의 전문 연구가들이 생물학적 정보의 생성 문제를 학술적으로 다루었다. 그들의 논문에서 디지털 유기체를 활용해서, 생물학적 정보생성에 성공하였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그들은 역시 동일하게 각 단계마다 확실한 피드백을 주는 “똑똑한 자연”을 가정함으로써, 진화 알고리즘 자체에 엄청난 양의 정보를 추가한다. 흥미로운 것은 Lenski의 논문에서 이러한 단계별 피드백을 주지 않았을 경우 전혀 정보가 생성되지 않았다는 것을 보고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러한 생물학적 정보 생성의 문제도 설명이 불가능한데 하물며 네 개의 염기로 구성된 4진법의 디지털 코딩으로 되어 있는 유전 정보에 대한 정보공학적 복잡성을 자연선택으로 어떻게 설명할 수 있는지 무척 궁금하다. 현재의 생명체의 존재가 자연선택에 의한 진화론을 증거한다는 동어반복적인 오류를 생명정보에 대해서도 범하고 있는데 전문가들은 별로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현재의 과학에서는 자연선택에 의한 진화 방법 이외에는 생명 현상을 설명할 수 다른 방법은 없다. 우리는 언제까지 이같이 토론이 불가능한 과학 패러다임을 유지해야만 하는 것일까?

다행히도 2009년 9월에 윌리엄 뎀스키(W. Dembski)와 로버트 J. 마크 II (R.J.Marks II) 가 쓴 새 논문 "탐색 문제에서의 정보 보존: 성공 비용 계산하기"가 IEEE 저널인 '시스템, 인간, 사이버네틱스'(IEEE Transactions on Systems, Man and Cybernetics, Part A: Systems & Humans) 에 실렸다. 이 논문은 컴퓨터 시뮬레이션 및 정보이론을 사용하여, 새로운 기능적 유전정보를 생성한다고 주장되어온 다윈주의 진화 과정을 반박한다. 다윈주의 진화론은 그 핵심에 있어서 하나의 탐색 알고리즘이다. 그것은 돌연변이(random mutation)와 맹목적인 자연선택(unguided natural selection)이라는 시행착오 과정을 통해, 높은 적응도(생존과 재생산)를 갖는 표현형(생체분자 및 신체설계)에 해당하는 유전형(DNA 시퀀스)를 탐색한다. 뎀스키와 마크의 논문은, 적응도 함수공간의 어느 지점이 가장 높은 적응도를 갖는지를 알려주는 모종의 정보를 가지고 시작하지 않는다면 어떤 알고리즘을 쓰더라도 무작위 탐색보다 그 평균 성능에 있어서 나을게 없다는 것을 설명한다. 이것은 다윈주의 탐색알고리즘에도 마찬가지로 해당되다는 사실이다.

뎀스키와 마크는 진화 탐색의 다양한 예제를 평가 한 후에 리처드 도킨스의 유명한 예제 "METHINKSITISLIKEAWEASEL" 처럼 컴퓨터 시물레이션을 통해 다윈주의 진화론을 모델링하려는 시도들을 살펴본다. 그리고, 이러한 시도들은 하나같이 "탐색 목표나 탐색공간 구조에 관한 문제에 특화된 정보"를 가지고 시작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논문에 의하면, 그러한 시뮬레이션들은 목적지로 인도하는 정확한 사전정보, 즉 "활성 정보"가 존재하기 때문에 진화의 목적지에 도달한다. 만약, 그 탐색이 아주 드문 기능적인 유전적 시퀀스들을 성공적으로 찾는다면, 그것은 당연히 어떤 지적인 프로그래머가 활성 정보를 탐색에 활용하고 있다는 것을 함축한다. 뎀스키와 마크는 "활성정보는 보통 크기의 탐색 문제에 조차도 분명 필수적이다"고 결론짓는다. 뎀스키는 그의 블로그 Uncommon Descent에 그의 논문이 어떻게 지적설계를 지지하고 있는지를 설명하며 다음과 같이 말한다.

"우리를 비판하는 사람들은 즉시, 이건 사실 지적설계를 지지하는 논문이 아니라 다른 어떤 것에 관한 논문이라고 이야기 할 것이다. ( 일단 지적설계에 관한 연구가 피어-리뷰(peer-review)를 통과하는 일이 발생하면, 항상 이런 식의 이야기가 들려오는 것을 나는 십년이상 봐왔다.) 당신이 이런 이야기를 믿기 전에, 한번 그 논문을 살펴봐라. 예를 들자면, 거기서 우리는 리처드 도킨스의 ETHINKS*IT*IS*LIKE*A*WEASEL (p. 1055) 를 반박했다. 그리고, 이 질문에 생각해보라. 도킨스가 그 예제를 소개할 때, 그는 다윈주의를 지지하고 있었던 걸까? 그래, 그랬다. 그리고, 우리는 그의 예제를 비판하고 정보는 맹목적인 진화 과정들에 의해 창조되지 않는다는 것을 주장하면서, 지적설계를 지지하는 주장을 정말로 하고 있는 것이다."

뎀스키와 마크의 논문은 2006년 9월에 SCI 저널에 게재된 스티븐 마이어 박사의 논문보다 훨씬 영향을 미칠 것이다. 마이어 박사의 논문은 생물학적 복잡성에 관련하여 지적설계의 가능성을 제시한 논문이지만 뎀스키의 논문은 정보 이론을 통한 수학적 증명을 하였기 때문에 그 파급 효과는 매우 크다고 할 수 있다. 향 후 뎀스키의 추가적인 논문들이 게재될 예정이므로 지적설계론이 엄격한 수학적인 근거를 가지고 진화론의 자연주의적 아성에 본격적인 도전이 시작되었다고 본다.


그림 4: 지적설계론자인 스티븐 마이어와 윌리엄 뎀스키의 최근 모습

5. 결 론
지적설계론자들의 영향으로 인해 최근에 “자연주의적 설명”만을 과학이라고 정의하였던 미국의 대부분의 주 교육위원회가 과학의 정의를 “자연 현상에 적절한 설명”이라는 표현으로 바꾸었음은 매우 고무적인 것이다. 지적설계론의 출현으로 과학의 범위와 종교/과학의 영역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들에 대한 대답이 다시 한 번 요구되는 시점이다. 현재 미국에서는 지적설계론에 대한 논쟁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지적설계론이 과학적인 논쟁에서 살아남지 못하면 과학이론이 될 수 없을 것이므로 비자연주의적 관점을 말한다고 해서 종교로 치부하여 논쟁 자체를 차단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만약 지적설계론이 혹독한 과학적 반증 논쟁에서 살아남는 다면 토마스 쿤이 말한 새로운 과학 패러다임으로 인정될 수도 있을 것이며 그렇지 않다면 폐기될 것이다. 과학은 증거로만 말해야 하지 이론이 근거하는 철학적인 기반이 결론을 말하도록 해서는 안 된다.

생명의 기원에 유일한 과학 이론으로 여겨지는 진화론은 증거에 기반한 정상 과학이 아니며 진화론이 근거하는 자연주의적 관점과 다른 유신론적 관점의 과학을 원천적으로 거부한다. 지적설계론은 현재의 진화론 과학이 생명의 기원을 설명하기에 충분하지 못하다는 인식에서 시작되었고 이를 설계론적 관점으로 해결하려는 과학적인 시도를 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지적설계론이 향후 과학의 체계로 인정받는다면 현재의 진화론에 대항하는 최초의 유신론적 과학이 될 것이다. 무신론적 관점에 근거한 진화론에 도전하는 유신론적 과학의 등장은 기독교적인 관점을 뒷받침한다는 점에서 매우 고무적이다. 다만 지적설계론은 과학일 뿐이고 기독교적 측면에서 세례요한과 같이 주의 길을 평탄케 하는 역할 만을 감당할 것이다.

참 고 문 헌
(1) www.discovery.org/csc
(2) Michael Ruse, “But Is It Science: The Philosophical Questions in the Creation/Evolution Controversy”, pp. 300-304, New York: Prometheus Books, 1988
(3) Tomas Woodward, 2004, “Doubts about Darwin: A History of Intelligent Design”, Baker Books
(4) Percival Davis and Dean Kenyon, "Of Pandas and People", Haughton Pub. 1989
(5) 마이클 덴턴, 임번삼 외 역, 진화론과 과학(Evolution: A Theory in Crisis), 1990
(6) 필립 E. 존슨 저, 이승엽, 이수현 역: “심판대 위의 다윈; 지적설계논쟁”, 까치, 서울,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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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윌리엄 뎀스키, SCR 역, 지적설계, IVP, 2002
(9) Stephen Meyer, “The Origin of Biological Information and the Higher Taxonomic Categories” Proceedings of the Biological Society of Washington, Vol 117 pp. 213-239, 2004
(10) 리처드 도킨스, 홍영남 역, 이기적 유전자, 을유문화사, 2002
(11) Stephen Meyer, Scott Minnich, Jonathan Moneymaker, Paul Nelson, "Explore Evolution, The Arguments for and against neo-Darwinism“, Hill House Publishers Pty. Ltd. 2007
(12) William Dembski and Jonathan Wells, "The Design of Life", August 2007
(13) Michael J. Behe, The Edge of Evolution: The Search for the Limits of Darwinism, Free Press, June 2007
(14) William A. Dembski, 2006, “Darwin’s Nemesis: Phillip Johnson and the Intelligent Design Movement”, InterVarsity Press.
(15) 이승엽, 2006, “필립 존슨과 지적설계”, 제5회 지적 설계 심포지엄 논문집 2005년 8월.
(16) 생명, 그경이로움에 대하여, 스티븐 제이 굴드, 김동광 역, 경문사 2004
(17) 유전자와 생명의 역사 (Dawkins vs. gould : survival of the fittest), 킴 스티렐니, 장대익 역, 몸과마음 2002
(18) 생물학의 철학적 문제들 (Philosophy of biology today), 마이클 루스, 박은진 역, 이화여자대학교출판부, 2003
(19) 다윈주의자가 기독교인이 될 수 있는가? (Can a darwinian be a Christian? : the relationship between science and religion), 마이클 루스, 이태하 역, 청년정신, 2002

“진화론, 지적 설계론 그리고 신학”:
기독교통합학문연구소 주관 토론회 발표 원고 (2009년 10월 6일)

신학적 창조론의 모색: 우연의 신학적 해석으로서 목적성과 창조성
박일준 (기독교통합학문연구소 연구교수)

• 토론 주제 :
① 우주의 목적과 자연의 우발성(우주와 자연은 목적이 있는가?)
② 생명 현상과 그 배후(생명 현상은 스스로 발생하는가?)
③ 자연의 부산물과 종교(종교는 자연의 부산물인가?)

서론

진화론과 지적 설계론의 두 입장들 사이의 이슈를 한 마디로 정리하자면, 오래전 자끄 모노가 발표했던 책의 제목, ‘우연과 필연’이 아닐까 생각한다. 생명 기원의 우연성 혹은 무작위성이 진화론을 기표하는 언어들이라면, 하나님의 섭리와 계획이 소위 ‘성서적’ 창조론의 기본 입장이라 여겨지기 때문이다. 본고는 우선 이러한 단순한 이분법적 도식이 기독교적 창조론 그리고 창조주 하나님 교리의 기본 토대와 잘 들어맞지 않음을 논구하고자 한다. 오히려 세상의 체재와 논리의 눈으로 보면, 우연적이고 부차적이고 잉여적인 것을 통해 하나님은 창조와 새 창조를 말씀을 통해 전하고 계시며, 우연성의 개입을 통한 창조를 통해 하나님은 인간의 논리와 계획과 이성의 체재를 끊임없이 해체(de/construction)하고 계시다. 이렇게 우리 인간이 구축한 지식 체재와 권력으로부터 배제된 것들을 통하여 하나님은 가난하고 낮은 자들에게 임하신다는 것은 곧 그들의 다양한 억압과 착취의 조건들에 대하여 ‘우리가 예기치 못한’ 방식으로 혹은 ‘우연으로 간주되는 방식으로’ 개입하신다는 것을 의미하며, 이는 우리 인간의 눈으로 보기에 미리 설계되었거나 작정되었던 것이 아니라, 오히려 우리가 ‘계획하고 구성하고 설계한 것들’을 부수며 도래하는 것을 의미할 것이다.
따라서 본고에서는 ‘지적 설계론’이 함축하는 근대 이신론적 신관을 까탈스럽게 문제 삼을 것이다. 우주의 모든 것을 설계하신 하나님을 강조한 근대 이신론의 신관은 결국 낮은 자들을 향해 임하시는 하나님의 성육신 론을 약화시킬 수밖에 없었으며, 낮은 자들과 함께 하는 하나님의 얼굴이 보이지 않을 때, 그 가난한 자들은 착취의 대상으로 쉽게 계수되었던 근대의 역사를 주지하고자 한다. 아울러, 진화 이론 자체에는 담겨있지 않았던 무목적성(randomness)이나 자연발생(spontaneity)이 이론의 필요한 변수의 차원이 아니라, 이론 자체의 함축성으로 달리 확대 해석하면서 발생하는 과학적 문자주의의 문제는 우리 시대가 처한 과학적 맹신주의의 문제를 우회하는 지식 권력의 기제임을 지적하고자 한다.

1. 종교와 과학에서 우발성의 문제: 목적성과 창조성, 그 우연의 해석학

진화론의 문제에서 기독교와 과학은 “우발성”(accident)을 주제로 충돌한다고 말하여지기도 한다. 하지만 이러한 통상의 이미지는 각 분야에 대한 피상적인 이해에 근거하거나 전반적인 이미지에 근거한 경우가 더 많다. 예를 들어 자연 과학 분야가 “우발성”에 근거한다는 것은 근거 있는 이야기일까? 여기서 문득 양자 역학의 확률성을 예로 들면서, 우주 과정은 우연적 확률에 그 존재를 근거해 있다고 말할는지도 모른다. 각 개별 존재들은 양자역학이 적용되는 차원에서 그렇게 확률에 근거하여 존재했다 소멸하기를 반복할지 모르지만, 적어도 확률의 법칙만큼은 규칙적이다. 무규칙적인 전적인 우연발생을 말하는 과학 분야는, 필자의 짧은 상식으로, 없다. 자연 법칙의 규칙성은 오히려 창조주라는 존재의 기적적이고 전적인 개입을 말하는 신학 담론에 대항하여 근대 시대 내내 주장하던 과학 방법론이다. 자연은 규칙적이다. 그렇기에 자연을 연구하는 학문 분야들은 자연 안에 담지된 법칙들의 규칙성에 근거하여 이론들을 세우고 가설을 설정하여 실험해 나갈 수 있었다. 근대 과학의 시조들인 데카르트, 라이프니쯔, 뉴턴 등은 오히려 과학은 자연 과정의 규칙성과 필연성을 말하면서, 신앙의 분야를 기적적이고 우연한 것들을 말하는 분야로 한정하거나 혹은 규칙성 자체가 하나님의 속성에 근거하고 있다고 보기도 하였다. 지금의 우연/필연 = 진화/창조 = 과학/신학의 대칭 구조와는 자뭇 다른 담론의 구조를 갖고 있었던 셈이다. 과학 분야에서 우발성 혹은 우연성이 개입되고 있다는 말은 특정한 담론 맥락에서만 유효한데, 태초부터 하나님이 계획하고 목적하신대로 우주의 혹은 자연의 사건이 예인되어간다는 기독교적 창조관과 대립하는 진화론적 자연/생명관이라는 맥락에서만 그렇다. 그리고 이러한 대립 구조는 미국이라는 특수한 지적 문화적 풍토에서 벌어진 창조/진화 논쟁과 재판들로 인해 공고해 졌다. 하지만 이 생명의 시작이라는 관점에서 충돌하고 있는 것은 사실 우연/필연의 대립 구조가 아니다. 생명의 시작에 하나님의 손길이 개입되어 있느냐 아니면 자연발생적으로 일어났느냐의 문제이다. 다시 말하자면, 우편/필연의 대립적 구조가 종교/과학 혹은 기독교/생물학 또는 창조/진화의 대립 구조로 발전해 나아가기 시작했던 것은 과학의 논리나 종교 혹은 신학의 논리 때문이 아니었다. 거기에는 이러한 논리가 발전되어 나갈 수밖에 없었던 사회적, 문화적, 경제적, 정치적 요인들이 있었다. 우리가 진화/창조의 구조를 구성하는 대칭적 이분법들을 좀 더 세심히 관찰한다면 우리는 그러한 대칭적 구조들이 얼핏 보이는 바와는 달리 매우 모순적인 대칭 구조를 담지하고 있음을 보게 된다. 근대 과학의 융성기에 가졌던 대칭 구조와 소위 원숭이 재판 이후의 대칭 구조가 정확히 딱 들어맞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따라서 진화/창조의 문제를 목적, 필연, 창조/임의성, 우연성, 진화 식의 이분법적 구조의 연장선에 놓는다는 것은 우리의 논의가 원숭이 재판을 벌였던 정치, 경제, 사회적 구조에 우리를 동일시하는 것을 의미할 뿐, ‘진화와 창조론의 의미 있는 대화’를 진척시켜 나가기에는 빈약한 논리를 갖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필자는 진화/창조의 담론을 새로운 담론 구조에서 조망하기를 제안한다. 그것은 곧 ‘우연성’의 논의 범주로 나아가 보자는 것이다. 준비되고 계획되어진 것 혹은 의미 있고 방향성을 갖는다는 말의 반대 의미를 지닌 우연성은 사실 신학적 담론의 언어이다. 하지만 신학 분야에서 뿐만 아니라 과학 분야에서도 이 용어는 상대방의 논리를 폄하하기 위한 용어로 우선적으로 사용된다. 예를 들어 우리에게는 태초부터 계획된 목적이 있다거나 혹은 우리는 진화의 법칙으로부터 “기대되는 바”(the expected)라는 주장들은 곧 신학이든 과학이든 이 ‘우연성’에 담지된 부정성을 의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런데 신학적 창조론은 이 우연성에 달라붙은 우리의 부정적 감수성에 정확히 반하여, 바로 그 부정적인 힘이 하나님의 창조성임을 주장하는 것이다.
우연성 개념은 사실 생물학 담론 내에서도 매우 애매 모호한 자리를 차지하는데, 예를 들어 도킨스는 『이기적 유전자』라는 책을 통하여 유전자의 작동 기제는 자기 스스로의 ‘복사와 전달’에 있으며 모든 생명의 작동 방식은 이 ‘이기적’ 방식에 기반하여 작동한다고 하였다. 그런데 책을 읽어 나가다 보면 우리는 묘한 역설을 접하게 된다. 도킨스가 설명하고 있는 것은 비단 유전자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유전자 보다 더 근원적인 기제 즉 ‘자기-복사자’(self-replicator)와 그 ‘운송체’(vehicle)라는 것이다. 이 자기 복사자는 단지 생물학적인 유전자의 차원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문화 차원에서 ‘밈’(meme)이라는 형태로 존재하며, 따라서 다시 반복하자면 우리의 생물학적이고 육체적인 차원은 ‘유전자’에 의해, 정신적이고 문화적인 차원은 ‘밈’에 의해 지배되는데, 유전자와 밈은 모두 ‘자기-복사자’의 작동 기제를 공유하며, 바로 이 기제가 생명과 문화를 예인해 가는 힘이다. 그런데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 이론은 역설적으로 우리가 유전자의 지배를 받는 운반체로서 우리의 삶과 문화와 정신이 그 생물학적 근본 기제에 전적으로 결정된다는 것을 말하려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우리는 그러한 결정론적 기제에 맞서 우리의 삶을 스스로 개선해 나갈 수 있는 ‘주체성’(subjectivity)을 갖고 있다고 말한다. 그의 말로 직접 인용해 보자:

우리에게는 우리를 낳아 준 이기적 유전자에 반항하거나 더 필요하다면 우리를 교화시킨 이기적 밈에게도 반항할 힘이 있다. 순수하고 사욕이 없는 이타주의라는 것은 자연계에는 안주할 여지가 없고 세계의 전 역사를 통해 과거에 존재한 예도 없다. 그러나 우리는 그것을 의식적으로 육성하고 교육하는 방법도 논할 수 있다. 우리는 유전자 기계로서 조립되어 밈 기계로서 교화되어 있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이들의 창조자에게 대항할 힘이 있다. 이 지구에서는 우리 인간만이 유일하게 이기적인 자기 복제자들의 전제에 반항할 수 있다.

도킨스는 자기-복사자 기제들이 어떻게 생물학적으로 ‘유전자 기제’를 발생시킬 수 있었는지 혹은 유전자 기제로부터 ‘밈’이 발생할 수 있었는 지에 대하여 전혀 설명하지 않는다. 그저 이 ‘이기적’ 자기 복사자의 운영방식이 유전자와 밈을 지배해 나간다고 말한다. 이때 생명의 세계에서 ‘자연 발생’이나 ‘우연 발생’은 당연한 것으로 전제되어진다. 위의 인용문은 유전자나 밈의 기제로부터 어떻게 우리 인간이 그들과 구별된 ‘주체’ 혹은 ‘자아’의 구조를 갖게 되었는지를 설명하지 않는다. 오히려 우리는 그 이기적 기제들로부터 ‘당연히’ 자연스럽게 발생해 왔고, 그래서 각 기제는 이전 기제들이 담지하고 있지 않는 새롭고 창조적인 발생물이며, 각각의 창조적 발생물들은 그들 나름대로의 주체 구조를 자연스럽게 담지하고 있음을 도킨스는 당연시 한다. 따라서, 우리가 도킨스의 (인용문에 드러난) 말을 철저히 따라간다면, 우리는 유전자들의 부산물에 불과한 것이 아니라, 유전자나 밈이 갖고 있지 못한 창조적 주체성을 갖고 있다. 바로 그것이 우리로 하여금 ‘이타주의’를 “의식적으로 육성하고 교육하는 방법”을 생각하도록 한다고 도킨스는 말한다. 이때 도킨스는 자신이 말하고 있는 것이 어떤 틈과 모순을 담지하고 있는지 숙고해 보는 데에는 전혀 관심이 없어 보인다. 하지만, 복사자가 운반체의 마음을 창출하려는 것 만큼이나, 운반체는 복사자에 저항하여 자신만의 주체성을 간직하려는 욕구가 있음을 도킨스가 위 인용문을 통해 드러내고 있는 것만은 분명한 것 같다. 여기서 필자는 도킨스의 생각이 과학적으로 사실인지 혹은 이론에 그치고 마는 것인지 혹은 자신의 개인적인 바람이든지를 밝히는 데에는 관심이 없다. 다만 도킨스가 ‘이기적 유전자’를 통해 보여주고 있는 생명의 구조는 전적인 ‘창조성의 개입’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자기-복사자 기제로부터 유전적인 생물학 기제가 발생한 것도, 유전 기제로부터 문화 기제로서 ‘밈’이 발생하게 된것도, 그 두 자기-복사자 기제로부터 우리 자신의 ‘주체 의식’을 갖게 되는 것도, 이전에 존재하던 구조에는 전혀 담지 되어 있지 않았던 전혀 새롭고 창조적인 어떤 것의 발생을 말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 창조적 출현은 그 이전의 구조와 체제로부터 예측되거나 계획될 수 없는 어떤 새로운 것이 출현했다는 것이고, 그 기존 체계의 관점으로 보자면 이는 전적으로 “우연적인” 일이고 “부차적인” 일이며 “귀찮고 짜증나는 사건의 발생”에 불과하다. 하지만 도킨스가 인간의 우연한 주체에게 그 모든 (유전자와 밈의) 체제를 전복할 힘을 부여하듯, 우연한 주체의 출현은 결코 작은 일이 아니다. 도킨스가 이후 저술들을 통해 수행하는 종교 비판을 보면, 도킨스 자신은 스스로 진술한 이 말의 진정한 의미를 이해하지 못했던 것 같다.
과정철학자 화이트헤드(A.N. Whitehead)와 프랑스 철학자 바디우(Alain Badiou)는 그 우연성을 ‘창조성’과 ‘주체성’의 담론으로 재해석해 주고 있다. 현실을 살아가는 가장 기본 단위를 ‘사건,’ 즉 “합생”(concrescence)으로 보았던 화이트헤드는 합생의 사건 과정을 통해 언제나 이전에 기존하지 않았던 새로움(novelty)이 현실체의 과정 속으로 진입하고 있다고 말한다. 이러한 새로움의 도래 과정을 화이트헤드는 ‘창조성’(creativity)이라 하였는데, 이 창조성은 과거 계기들로부터 유래하는 것도 그리고 우리의 바램과 원망으로 발생하는 것도 아니다. 매 순간 이전 순간들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움이 일어나는 것이 바로 ‘과정’(process)이고, 이 과정의 흐름이야 말로 곧 실재(reality)인 것이다. 이 전적으로 새로운 것의 도래는, 화이트헤드에 따르면, 하나님의 주체적 시초 목적(subjective initial aim)으로부터 비롯되는데, 곧 하나님이 이 새로움의 도래를 가능케하는 작인으로 기능한다. 통상 화이트헤드의 하나님은 실재하는 하나님을 가리키기 보다는 화이트헤드 철학의 논리적 필연성을 뒷받침하기 위해 요청된다고 말한다. 하지만, ‘우연’의 관점으로 그의 철학을 뒤집어 읽어 본다면, 하나님은 곧 새로운 우연의 근거로서 작용하며, 이는 화이트헤드 철학의 전체 과정에서 아주 중요한 한 축으로서, 철학자 화이트헤드가 창조주 하나님(God the Creator)을 자신의 철학 속에서 재해석하는 방식이며, 이 창조성은 그래서 우리가 이해하고 있는 전통적 신관을 넘어선 자리에 배치되기도 한다.
그와는 다른 맥락에서, 바디우는 기존의 진리 체재로부터 공백으로 간주되는 것이 진리 사건을 통해 기존 체재로 진입하는 것, 그래서 기존 지식 체재에 구멍을 내면서 새로운 체재를 이루도록 만들어 가는 그 무엇을 주체라 하였다. 이 주체의 도래는 이름 없는 자들로 이름되는 비존재를 존재로 도래케 하는 것이며, 이는 기존 상황의 진리와 지식 체계에 담겨있지 않는 어떤 새로움의 도래이다. 화이트헤드의 창조성이 ‘새로움’의 측면에 강조를 두었다면 바디우의 주체는 공백으로서의 진리, 즉 비존재로서의 진리 다시 말해 존재로 간주되지 않던 군상들에게 존재를 부여하는 사건으로서 가난한 자와 불법체류자와 몸파는 군상들의 얼굴들 위로 하나님의 얼굴을 보는 사건에 더 가깝다. 그래서 진리는 도래하는 것이 아니라, 사라지며, 그 사라짐은 바로 우리의 기존 체재가 담지하고 있는 폭력성을 가리키며 진리 사건의 발생을 희구케한다. 그렇기에 주체와 그로부터 비롯되는 진리 사건은 언제나 우연적(aleatory)이며, 기존 담론의 권력과 지식 체계로부터 보자면, 주체가 전하는 진리를 믿는 것은 언제나 무모한 짓이다. 믿음은 곧 이러한 무모함 앞에서 결단하는 사건으로서, 이 믿음의 결단을 통하여 주체는 우리의 세계에 창조성을 도입하며, 이 창조성은 “우연성”으로 도래하게 된다.
바디우와 화이트헤드의 주체와 창조성 이론을 통해 필자는 하나님이 드러내 주시는 ‘목적성’을 신학적으로 다시 한번 재고해 볼 것을 제안한다. 하나님의 목적, 그것을 인간의 이성이 알거나 확인할 수 있다는 생각이 바로 인간의 원죄가 지시하는 바가 아니었을까? 우리가 생각하기에 우리 모두는 ‘몸을 파는 여인’이 되도록 지음받지 않았음을 확신하며, 그러한 인생들을 바라보며 경멸하며 저런 인생이 되지 않도록 열심히 성실히 살아가야 한다고 설교하지만, 우리의 그런 확고부동한 믿음에도 불구하고 세상에는 수많은 가여운 인생들이 ‘돈’과 ‘생존’을 위해 몸을 팔아야 하는 끔찍한 일들이 벌어지며, 그들의 몸을 사는 인생들은 그들을 그 죄악된 상황으로부터 구원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의 욕망을 충족시켜 자존감을 회복하고 즐기기 위하여 그들의 몸을 탐닉한다. 여기서 그 어떤 지적인 존재가 이러한 현실 세계를 미리 설계해 놓았고, 그들은 그렇게 더럽고 끔찍한 세상에서 그토록 참혹한 현실을 살도록 설계되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인가?를 묻지 않을 수 없다. ‘태초에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하셨다’는 성서의 말씀은 그러한 참혹한 현실에도 불구하고 하나님은 세상의 모든 조건을 지으실 수도 폐하실 수도 있으신 전능한 분임을 선포하는 신앙 고백인가 아니면 이 더러운 현실이 이미 설계되어 있던 일이고, 우리는 다만 그분의 설계대로 돌아가는 세상 속에서 그분의 놀라운 솜씨에 영광을 돌리며 내가 사는 현실을 설계해 주신 그분께 감사하며 창조를 “사실”(fact)로 확증하려는 것인가?

2. 우연/필연의 이분법: 문자주의를 통해 현실의 부정의를 우회하고 회피하려는 몸짓

카톨릭 신학자 존 호트(John F. Haught)는 과학과 종교, 특별히 생물학과 기독교 신학 간의 대화에 가장 큰 장애가 되는 요인으로, 공히 두 분야들에서 드러나는 모습들은 상이한 형태이지만, 문자주의(literalism)를 꼽는다. 과학과 신학은 모두 텍스트의 해석에 관한 학문인데, 과학은 ‘자연’이라는 책을 해석하고, 신학은 ‘하나님의 책’을 해석한다. 이 두 해석학의 위험은 텍스트의 문자를 너무 문자적으로 읽어내는 것이라고 호트는 지적한다. 즉 창세기의 창조 이야기를 ‘문자 그대로 사실’로 읽어내려는 노력이나 다윈의 진화 이론을 통해 우주의 무목적성이나 생명발생의 맹목성을 읽어내려는 것은 모두 텍스트를 구성하고 있는 문자의 성격을 완전히 오해하고 있다는 것이다.
과학은 생명의 기원이나 목적에 대하여 말하지 않는다. 과학은 주로 생명의 작용이 어떻게 그리고 어떤 방식으로 작동하고 있는지를 알고 이용하려는 방식에 관심한다. 세포 생물학 개론서에는 박테리아나 균류로부터 원핵 세포를 거쳐 진핵 세포로 그리고 단세포 생물로부터 다세포 생물로 진화해 왔을 것이라는 추측만 잠깐 언급하고 넘어갈 뿐 그 구체적인 과정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는다. 물을 수 없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진화의 의미와 목적에 대하여 묻지 않는다. 마치 역사에서 부질없기 때문에 ‘if’를 묻지 않는 것과 같다. 진화라는 패러다임 하에서 현재 생물 종들은 ‘결과’이고, 따라서 이러한 결과가 도출되기 까지의 과정을 역으로 소급해 추론할 뿐이다. 이러한 사유 방식 속에서는 기존하는 법칙들과 인과율들을 위반하는 새로운 것이 등장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등장해서도 안된다. 아인쉬타인이 양자역학에 반대하였던 근본적인 이유이다. 하지만 역사나 과학이 묻지 않는다고 생명의 작용에 그러한 목적이나 의미의 차원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단정하는 것은 또 다른 일이다. 다윈의 진화론적 패러다임을 통해 생명의 작용과 발달을 읽는 것이 틀린 것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동시에 다윈의 진화론과 그의 후예 패러다임들은 모든 것을 대답하기 보다는 오히려 대답하는 것보다 더 많은 것들에 대해 침묵하거나 심지어 질문하는 방법조차 갖고 있지 않았다. 이런 맥락에서 진화에 대한 다양한 사유들이 전개되고 있다는 것은 의미있는 일이다. 요점은 과학의 언어는 모든 문제들에 대한 답을 제공하는 언어가 아니라, 특정한 문제들에 대한 답을 구하도록 특화된(specialized) 언어라는 것이다. 따라서 과학 텍스트로부터 본문의 내용들이 의도하지 않는 것들, 예를 들어 의미와 목적의 지평과 연관된 무목적성과 무의미성을 읽어내는 것은 상당히 비과학적인 추론이다. 여기서 과학의 시대에 지식의 종합이 요구되고 있는 것은 우연이 아님을 절감한다. 특화된 대답 체계인 과학의 지식이 점증할수록 각 전문화된 지식을 통전적으로 연관시켜주는 지혜의 지식이 빈곤해 졌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는 과학의 언어를 통해 그 지식들이 전달하려는 내용만큼이나 그 내용들이 드러내 주는 공백과 틈 그리고 결핍에 대하여 보고 말할 수 있는 ‘안목’이 요구되어진다. 그러한 안목이 진정한 의미의 통전 혹은 ‘통섭’(consilience)을 가리켜 줄 수 있으리라 소망해 본다. 과학이 자연이라는 텍스트를 읽을 때 혹은 우주라는 텍스트를 읽을 때 발생하는 이 여백(the margin)과 공백(the void)은 비존재성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과학이라는 지식 체계로부터 체계적으로 혹은 체재적으로 추방된 혹은 은폐된 자리가 아닌가? 즉 과학은 그 지식 체계의 고유한 특성 때문에 맹점(blind spot)을 자체에 담지하고 있을 수밖에 없다. 과학적 문자주의, 즉 과학적 지식으로 삶의 지평을 향한 권고를 읽어내려는 부질없는 노력은 이 맹점을 부인하고, 과학을 제일 학문 혹은 제일 지식의 자리에 놓고, 신이 추방된 자리에 스스로를 앉히려는 우리 시대 지식 권력 작용을 답습하는 것 이외에 다름 아니다.
다른 한편으로 종교적 문자주의는 ‘의도적으로’ 성서의 본문을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읽으면서, 그것만이 ‘문자 그대로 사실’이라고 주장하려는 성향을 갖는다. 예를 들어 창조 과학 류를 전하는 이들은 창세기 1장의 본문들이 과학적으로 문자 그대로 참인 것을 주장하면, 자신들의 믿음이 증명된다고 착각하는 성향을 갖는다. 그러나 자신들의 주장 방식이 우리 시대의 ‘과학주의’(scienticism)라는 이데올로기적 지식 권력에 편승하고 있으며, 신앙의 영역에서 그 과학주의를 더 확산시키고 있음을 괘념하지 않는다. 결국 창조 과학이 참이라면, 그것은 과학적으로 참인 것이고, 그것이 과학적으로 참인 것으로 증명되었기 때문에 하나님의 창조는 입증(verify)된 것이다. 여기서 진정한 판단자는 과학이지 하나님이 아니다. 그리고 과학자는 하나님의 생각과 목적을 읽어낸 새로운 사제(priest)가 된다. 아이러니는 그렇게 창조과학을 주장하는 분들이 자신들이 과학적으로 증명하고 있는 분야의 “과학” 전문가인 경우는 매우 드물다는 사실이다. 태초의 자리는 ‘무’(nothing)가 아니었다. 그곳에는 땅이 있었고, 혼돈과 공허가 있었으며, 수면이 존재하는 자리 위에 하나님의 영이 머물고 있었다. 그 어둡고 혼재한 곳에서 일어난 하나님의 창조는 어둠과 혼란이 지배하는 세계 속에 빛과 조화의 질서를 가져오는 하나님의 주권과 능력을 선포하는 것이지 결코 창조라는 물리적 사건을 과학적으로 증명하려는 것이 아니었다. 이는 하나님의 창조를 사실적으로 부인하고 문학적 허구로 삼으려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창조 과학 담론 안에 담지되고 은폐된 과학주의 혹은 과학맹신주의를 지적하려는 것이다. 모든 언어는 실재(reality) 자체가 아니라 그 실재를 가리키거나 의미와 목적을 전달하려는 기호(sign)이다. 기호의 본질은 그 자체로 아무 것도 아니라는 것이다. 기호의 존재감은 그것이 그 자신이 아닌 어떤 것을 가리켜 지시하거나 상징하거나 전달하는데 있다. 즉 문자는 그 자체에 의미 기반을 갖고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자신이 갖고 있지 못한 것, 즉 그것이 가상적으로 기술하여 전달하는 것에 그의 존재 근거를 둔 기호 체계이다. 그렇다면 성서의 본문을 ‘과학적 사실로 증명함으로써’ 본문의 언어를 ‘문자 그대로만’ 읽어낸다는 것은 인간의 언어가 담지한 ‘기호적 기능’을 전혀 인지하지 못한 채 언어와 실재의 등가성을 맹목적으로 주장하는 것이다. 이는 인문학적 무지를 드러내는 일이다.
호트는 과학과 신학 내에 기존하는 문자주의를 모두 “환원론적 독법”(reductionistic reading)이라고 비판한다. 자연을 기술하는 과학의 본문들을 통해 생명의 의미와 목적에 대해 언급하는 성급한 과학적 심성이나 우리 시대 과학과 과학자들의 문화적 권위를 통해 성서 본문을 과학적 본문으로 읽어내어 사실성을 증명하고자 하는 일부 종교인들의 심성에는 공통적으로 우리 시대 ‘과학주의’ 혹은 ‘과학적 엘리트주의’가 도사리고 있다고 보고 있다. 종교적 문자주의든 과학적 문자주의든 모두 본문이 담지한 성스러움과 신비와 의미와 목적 등의 차원들을 단지 한 측면 즉 과학적 담론의 언어로 ‘환원’(reduction)시켜려 한다는 점에서 작동 기제가 갖다는 것이다. 바로 이점에서 호트는 이러한 환원론적 독법은 결국 “잡종적 독법”(hybrid reading)이라고 꼬집는다. 의미와 목적을 가리키는 기호작용 속에 있는 본문을 우리 시대의 과학 담론의 독법과 혼융하고 있기 때문이다.
호트는 이 문자주의적이고 환원론적이고 잡종적인 ‘본문’ 읽기를 넘어서서 우주적 목적을 읽어낼 수 있는 방법을 탐구하려 하는데, 의미와 목적 특별히 하나님의 의미와 목적은 “다윈이나 설계 보다 더 심층적인 곳에 놓여있다”는 것을 전제한다. 이 심층성(depth)을 통해 호트는 우주를 (하나님의) “약속”(promise)으로 이해하기를 제안한다. 약속은 미래에 이루어질 어떤 것에 대한 신뢰이자, 현재 안에서 약속을 믿는 믿음은 우리의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그 약속의 실현은 현재 안에서 단지 가능성 만으로 존재하기에 기존하는 것만을 바라보는 관점에서 평가한다면, 약속의 실재란 비존재(non-being)이다. 비존재는 존재의 관점에서 언제나 ‘우연적인’ 존재, 그래서 부차적이고 잉여적인 존재를 가리키는 이름이다. 호트는 종교와 과학 간의 대화가 진척되기 위해서는 두 분야의 사람들이 각기 다른 방식들로 매달리고 있는 공통의 기제, 즉 문자주의적 이해를 넘어서서 기존 권력과 지식 담론의 눈으로 보자면 존재하지 않는 것, 무가치한 것, 하찮은 것, 잔여나 잉여에 불과한 것인 우연성과 사건을 자연을 보다 중층적이고 다양하고 풍성하게 이해하려는 우리의 노력 가운데 품자고 제안하는 것이다.
성서의 창조론은 바로 이 ‘우연성’을 하나님의 주권으로 선포하며, 우리가 기존 체계의 힘 아래 놓여있는 모든 것들이 사실은 우리가 알 수 없는 전지전능한 하나님의 ‘우연적’ 개입을 통해 근거해 있다는 사실을 밝혀주는데 전념한다. 유대인들이 천지창조의 기사인 창1:1-2:4 전반부까지를 작성한 시기는 통상 포로기로 알려진다. 바벨론 포로기 때, 더 이상 하나님의 선민으로서 하나님이 그 택한 백성 이스라엘에게 주신 약속을 신뢰할 수 없는 어둡고 암울한 시대에 성서 기자들은 하나님의 빛과 질서를 세우는 창조 이야기를 문서로 작성한다. 과연 이 문서를 작성하는 이들에게 본문의 내용을 과학적으로 신뢰할 만하게 증명한다는 것이 의미가 있었을까? 그리고 그들은 기존 세상의 질서와 권력을 구성하는 인과율 혹은 연기(緣起)의 작용에 반하여 하나님의 전적인 주권으로 일어나는 우연성, 그분의 창조주적 힘을 좌절과 실패와 고난에 빠져 있는 민족의 백성들에게 다시 알리는 일을 하고 있었다.

3. 창조성과 우연성

다시 말하자면, 창조는 세상이 전적으로 우연한 것(the contingent)으로 간주하는 것이 우리의 권력과 체계보다 우월한 어떤 힘의 작용으로 일어났음을 고백하는 것이며, 그 사건은 곧 이 땅의 낮은 자와 가난한 자를 향한 하나님의 사랑이었음을 증언하는 사건이다. 여기서 필자는 창조의 ‘설계’(design)를 말하는 지적 설계 담론의 ‘창조론’이 바로 유대 창조 담론의 이러한 측면을 철저하게 간과하고 있음을 지적하고자 한다. 이미 호트는 지적 설계 이론이 기존하는 생명 기제들의 설계의 신비스럽고 환원불가능한 복잡성에 근거하여 ‘창조주’를 가정하고 제시하는 방식은 도리어 현재 체제의 고정성을 주장하면서, 사회정치적으로 기존 체재를 고착화시키는 담론으로 작용할 뿐임을 지적한바 있다. 창조는 우리가 예측하고 가정하는 범위를 설정하는 우리 지식과 권력 체계 너머에 우리가 설명 요인으로 간주하지 않는 공백이 존재하고, 그 공백이 전능자의 힘을 통해 기존 체계 안으로 도래하였다는 것을 주장하는 것이지 결코 기존하는 것이 신의 완벽한 설계와 구현이라는 것을 말하지 않는다. 바로 이점에서 지적 설계 이론은 성서의 본문이 말하는 바를 정반대로 뒤집고 있는 것이다.
더 나아가 지적 설계론이 주장하는 설계의 작인(intelligent agent)이 존재한다 해도 이는 하나님의 존재 증명으로 쓰일 수 없음은 이미 토마스 아퀴나스의 신 존재 증명과 페일리의 시계공으로서의 하나님 논증에서 밝혀진 바 있다. 예컨대 신 존재 증명을 통해 ‘신’이라는 존재를 증명한다 해도 그 존재가 우리가 믿고 고백하는 하나님과 동일한가의 문제는 또 다른 문제이다. 또한 예를 들어, 길거리에 떨어진 시계를 통해 그 제작자를 유추해 볼수 있다고 해도, 시계와 생명은 전혀 다른 차원의 피조물들이다. 시계는 스스로 삶을 영위하며 운영해 나아가는 조직이 아니지만, 생명은 살아가는 동안 스스로의 결정과 의지를 통해 과정을 선택해 나아가고 조직해 나아갈 수 있는 여지를 갖고 있다. 비록 유전적으로 그리고 환경적으로 그 선택의 여지가 제한되어 있더라도 말이다. 따라서 지적 설계 이론은 진화/창조의 대립적 담론 구도 속에서 ‘창조주’의 존재를 증명하거나 논증하거나 설명하는데 사용하기에는 부적당한 이론이다. 왜냐하면 최종적으로 그 이론을 통해 증명될 것은 우리의 하나님이 아니기 때문이다. 어떤 신적 존재의 개입의 흔적을 간접적으로만 드러낼 수 있을 뿐이다.
창조는 도리어 ‘설계’가 아니라 우리 삶 속에 너무도 생생하게 현존하는 ‘우연성’을 주장하는 것이다. 내 삶과 계획과 생각에는 전혀 맞지 않는, 그래서 한번도 하나님의 뜻이라고 여겨보지 않았던 일, 가난한 자의 눈과 마주하는 사건, 그 사건을 통해 나는 그분이 나를 이 땅에 보내시고 창조하신 목적이 내 존재의 완벽한 작동이나 완전한 구현이 아니라, 그들을 향한 그분의 사랑을 나누는 것이었음을 절감하지 않는가? 그래서 새 창조의 시간이 우리와 함께 하는 것 아닌가? 예수가 하나님 나라가 가까움을 경고하면서 명령한 회개, 즉 metanoia는 새로운 마음을 갖는 것(have a new heart), 즉 새 생명을 갖는 것이다. 이는 세례를 통해 이전 자아의 죽음을 경험한 후 그리스도의 마음으로 새 생명의 영을 얻는 것을 의미하며, 바로 이런 맥락에서 metanoia는 곧 새 창조 혹은 “재-창조”(re-creation)를 의미한다. 태초의 창조가 어둠 가운데 놓여있는 세상에 빛을 선포하고 밝히는 과정이라면, 두 번째 창조는 바로 내 마음 속 어둠 가운데 빛을 선포하고 그리스도의 빛으로 밝히는 과정인 셈이다. 곧 창조란 물리적 사건에 국한된 ‘사건’이 아니라는 것이다.

4. 생명의 설계, 자발성? ― 우연의 배제는 창조?

통상 생명의 기원에 ‘우연발생’이라는 설명 인자를 두고 자연과 생명을 논하는 것이 진화론자이고, 이러한 진화적 담론은 하나님의 존재를 부인한다는 것이 우리 시대 담론의 구조였다. 하지만 필자는 여기서 ‘하나님’을 세상에 ‘우연으로 여겨지는 창조성’을 도입하는 인자(factor)로 볼 것을 제안한다.
‘생물학자’ 마이클 베히는 생명의 과정에서 보여지는 “환원불가능한 복잡성”(irreducible complexity)은 지적 설계의 증거임을 주장하면서, 다윈의 진화론에 대한 대안으로 지적 설계론을 주장하였다. 사실 그의 지적 설계론의 내용들이 새로운 자료들과 설명들로 이루어져 있긴 하지만, 설명 자체가 새로운 것은 아니었다. 우리는 이미 근대의 기계론적 자연관과 이신론자들이 주장하던 류의 설계 이론을 알고 있고, 또한 윌리엄 페일리의 설계 이론도 알고 있다. 근대 이신론자들은 창조주가 태초에 세상의 모든 과정들을 규칙적인 우주 법칙들을 통해 창조하고 난 후 우주의 과정으로부터 뒤로 물러 나셨다고 설명하면서, 왜 자연 과정의 설명에서 태초의 시점을 제외하고는 ‘하나님이라는 설명 인자’를 배제해야 하는지를 정당화시켰다. 또한 페일리는 생명 유기체들을 복잡한 시계에 비유해서, 그토록 복잡한 기관들과 조직들을 구성하는 유기생명체들이 임의대로(at random) 발생하였다고 볼 수 없다고 주장하였다. 즉 “우연”(coincidence)은 창조를 설명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역으로 물어야 할 물음이 있다: 만일 그렇다면, 초기의 설계 혹은 계획은 신적 존재의 필연성을 증명하는가?
베히도 이미 인용하듯이, 카우프만(S. Kauffman)은 이 환원불가능한 복잡성을 ‘자기-조직화’(self-organization)의 맥락 속에서 설명하면서, “우연적”(accidental) 요인을 생명의 기원을 설명하는 요인으로 삼기를 거절한다. 그래서 카우프만은 우리 인간은 “기대된 바”(the expected)라고 말한다. 카우프만은 우연성 대신 ‘자발성’(spontaneity)을 도입한다. 우주의 질서는 바로 이 자발적 질서의 창발(emergence)로 생겨난다고 보는 것이다. 이 “자연적 창발”(spontaneous emergence)은 “수학 자체에 뿌리를 두고 있기” 때문에 결코 우연(chance)이 아니라는 것이다. 카우프만은 한 시스템이 복잡계(complex system)로 구성되면, 전체를 나타내는 창발적 특성이 “자체로 법칙적인” 형식으로 나타난다고 보며, 이것이 자연 선택에 선행한다고 본다. 따라서 진화는 이 “자기-조직화”와 “자연 선택” 모두로 구성되어 있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한 이 전일적인(holistic) 창발적 특성은 그 전체를 구성하는 부분들로 환원 불가함을 명확히 한다.
그런데 이 창발적 전체성의 특징이 드러나는 것은, 카우프만의 말로, “마술적”(magically)이다. 즉 이 전체적 창발성의 출현은 그 전체를 구성하는 기존 부분들로는 전혀 설명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며, 동시에 기존 부분들의 논리로는 전혀 도출될 수 없는 새로운 결과라는 것이다. 바로 이 점이 핵심인데, 베히도 마찬가지로 환원 불가능한 복잡성이 부분들로부터 추론되어지지 않음에 동의한다. 그래서 베히는 자연스레 그 시스템 내부에 존재하지 않는 외부적 요인, 즉 외부의 ‘지적 설계자’ 가설을 도입하는 것인데, 바로 여기서 카우프만은 이러한 마술적 특성이 시스템 내부적으로 자발(spontaneous)할 수 있다고 본다. 사실 창발적 발생은 로보틱 분야에서 지능 연구를 하면서 정신의 창발적 발생을 증언한 바 있다. 허버트는 MIT 실험실 안에서 마시고 남은 음료수 빈 캔들을 수집하는 로봇을 제작하였는데, 이 로봇은 중앙처리장치를 통해 모든 가능한 정보와 시나리오를 입력한 채 작동하는 것이 아니라, 각 부분이 (중앙처리장치 없이) 평행처리장치들로(parallel processors) 병렬로 구성되어 작동하는데, 마치 중앙처리장치가 모든 것을 정리하여 명령하고 있는 듯이 작업을 수행하였다고 클라크는 기술한다. 즉 부분들로 부터는 존재하지 않던 지능적 정신이 전체로부터 창발적으로 환경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출현하는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창발적 출현은 허버트가 “설계”한 로봇의 활동을 통해 출현하는 것이지, 결코 그 로봇 자체가 아무런 처리가 되지 않는 순수한 물질 재료로부터 자발적으로 구성된 것은 아니라는 점에서 클라크의 창발적 출현 예증은 베히의 요점을 논파하지 못한다. 하지만 여기서 카우프만의 논의를 도입하는 이유는 환원 불가능한 복잡성이 반드시 ‘지적 설계자 가설’을 통해서만 설명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환기시키기 위함이다.
여기서 필자는 베히로 돌아가서, 베히가 ‘지적 설계 가설’이 담지한 논리적 결함, 즉, 비록 지적 설계 가설을 통해 지적인 설계자의 존재를 증명한다 하더라도, 그 존재가 우리가 생각하는 ‘신’ 혹은 ‘하나님’일 것인가의 문제를 크릭(F. Crick)의 말을 빌려 외계 생명체를 통한 지구의 생명체 도입 가설을 진지하게 다루던 부분을 생각해 보고자 한다. 이는 ‘설계자는 누가 설계를 했는가?’를 묻는 도킨스의 비판에 대한 답을 구하는 작업이기도 하다. 여기서 베히가 외계로부터 혹은 외계생명체로부터 생명의 도래를 진지하게 물어보는 이유는 무엇일까? 결국 지적 설계 가설이 참으로 증명된다면, 결정적인 물음은 그 ‘설계자’가 우리가 믿는 신이냐 아니면 우리의 기대와는 전적으로 다른 그 어떤 것이냐는 물음이 되고, 베히는 바로 그 물음의 논리적 중요성을 간파한 것이다. 여기서 외계 생명체는 생명의 기원이 우리의 생각이나 추론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도래했을 가능성을 나타내는 문자적 상징이 된다. 따라서 ‘우연’을 배제하고, 지적 설계자의 필연적인 손길을 논증하려는 베히의 결론부는 그의 의도처럼 생명의 설계를 논증해 주기 보다는 오히려 생명 기원의 ‘우연성’ 혹은 사건성을 강화시켜 주는 효과를 가져다 준다. 창조주의 전적인 개입이 생명의 시작을 낳았고, 이는 기존 지식 담론의 관점에서 전적으로 우연적일 수 밖에 없는 사건이다. 베히처럼, ‘우연성’을 생명의 기원에 대한 설명에서 삭제하려는 노력은 카우프만에게서도 발견되는데, 그는 구태여 우리 인간이 우연의 산물이 아니라, 자연의 진화 과정으로부터 ‘기대되던 바’임을 강조한다. 그런데 그러한 고등 생명체의 출현은 고등 유기체의 시스템 내부로부터 “창발”하지만, 그 창발한 전체는 그를 구성하는 부분들에겐 전적으로 ‘우연적’인 것이면서 동시에 무근거한 것이다.
창조를 말하는 그 지점에서 우리는 우리의 생각과 계획과 이성을 뛰어넘는 그 어떤 존재를 염두에 둔다. 왜? 우리 삶의 결정적인 계기마다 우리는 그러한 “우연적 개입의 창조적 힘”이 우리 삶을 예인해 가는 것을 경험하기 때문이다. 이 경험이 기독교인들로 하여금 창조주를 고백케 하는 것이지, 결코 기존 권력 체계의 작용 하에서 펼쳐지는 이 세계를 하나님이 태초부터 설계해 주셨기 때문에 그분을 고백하는 것이 아니다. 창조주 하나님 관념은 바로 이 ‘우연성’을 가리키며 증거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창조란 우리의 생각과 기대로부터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우리의 기대와 예측에 반하는 참으로 창조적인 하나님의 활동이다. 여기서 우리는 욥에게 대답하시는 하나님의 대답을 다시금 돌아보게 된다.

내가 땅의 기초를 놓을 때에 네가 어디 있었느냐 네가 깨달아 알았거든 말할지니라 누가 그것의 도량법을 정하였는지, 누가 그 줄을 그것의 위에 띄웠는지 네가 아느냐 그것의 주추는 무엇 위에 세웠으며 그 모퉁잇돌을 누가 놓았느냐 (욥 38:4-6; 개역개정).

‘창조’란 고난의 현실에 대한 신학적 대답이지, 결코 물리 사건의 참/거짓을 증명하는 게임이 아니다. 물리적으로 혹은 생물학적으로 참/거짓으로 판명된다는 것은 결코 ‘진리’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토마스 영의 쌍 슬릿 실험 이전에 빛은 입자였고, 영의 실험 이래로 빛은 파동이었으며, 아인슈타인은 그 빛이 ‘입자’임을 증명하는 실험으로 노벨물리학상을 받았다. 이제 우리는 빛을 입자/파동의 이중성으로 이해하려고 노력한다 (이 이중성이 이성적으로 깔끔하게 이해되어지지는 않기 때문이다). 이론이 그런 이중적 성질을 예측하기 때문이다. 증명된 과학적 사실은 단지 그 시대를 위한 답인 경우를 우리는 무수히 목격한다. 우주의 근본 법칙으로 여겨졌던 뉴턴의 중력 법칙은 이제 초끈 이론을 통해 대통일 이론을 구성하는 하나의 지역적 이론으로 간주되고 있으며, 빛보다 빠른 속도로 우주를 가로지를 것으로 여겨졌던 중력이 사실은 결코 빛의 속도 보다 빨리 공간을 통하여 전달될 수 없다는 사실도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원리를 통해 밝혀졌음을 기억하자. 과학의 답은 우리 시대가 생각하는 문제에 특성화된 답일 뿐이다.
원숭이 재판을 돌아 보자. 당시 스콥스 선생님을 상징하는 소위 진보 세력은 재판을 정치적 이념의 문제로 몰아가려 하고 있었고, 브라이언 검사로 상징되는 보수 세력들은 재판을 도덕적 보편성의 문제로 환원하려 하고 있었다. 당시 브라이언 검사는 “만약 진화론이 이긴다면, 기독교는 사라진다”고 주장하였고, 스콥스 선생님을 변호하는 대로우 변호사는 ‘지금 재판받고 있는 것은 스콥스 선생 개인이 아니라 문명 자체’라고 맞받아쳤다. 진화론은 생물학 분야에서 현재까지 창조론을 제압했고, 기독교는 여전히 사라지지 않고 건재하다. 또한 여전히 많은 나라와 문화들에서 진화와 창조는 문화의 문명의 문제가 아니라 개인적 신앙과 신념의 문제이다. 이것이 문명의 문제가 되는 것은 미국 남부의 특별한 문화적 분위기 때문이지, 결코 모두가 공감하는 갈등과 분쟁의 씨앗은 아닌 것이다. 특별히 우리 나라처럼 종교가 다원화되어 있는 현실이 기독교의 전래보다 앞서 있는 나라와 문화들에서는 더 그러하다.

5. 결론: 종교의 자리

그렇다면, 종교는 ‘우연의 자리,’ 시대의 체재와 권력이 미처 감싸안지 못하는 자리에서만 그의 존재 의미를 획득하는가? 결국 종교는 역으로 ‘계급의 문제인가?’ 종교 특별히 기독교는 우연/필연의 이분법이 그 담론의 구조 속에 배정하지 못한 자들과 더 가깝다.


종교는 시대의 ‘부산물’이다. 그래서 시대는 종교를 부차적인 것으로, 없어도 상관없는 잉여의 것으로 간주한다. 카푸토는 정확히 바로 이 자리가 종교의 자리임을 시인한다. 하지만, 이 부차적인 잉여의 자리에서만 이 시대를 부차적으로 살아가는 그래서 이 시대의 잔여물로 간주되는 영혼들의 삶의 세계가 드러난다는 점에서 이 ‘부차성’은 필수불가결한 부차성이다. 이 부차성의 자리에 하나님의 예측 불가능한 개입이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위 예는 얼핏 ‘하늘 나라’의 자리를 심리적으로 예증하는 글로 읽혀질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그 ‘하늘 나라’에 대한 어떤 개념적 이해나 혹은 그 논리가 담지한 논리성에 대하여 글의 저자인 주원이는 관심이 없다. ‘죽음’이라는 끔찍한 사실도 그에게는 실감 있게 와 닿지 않는다. 아직 그러한 문제들을 이해하기에 세상은 그저 재밌고 즐거울 뿐이다. 하지만 자신이 자신의 첫 번째 애완생물로 여기고 돌봐주던 장수풍뎅이가 ‘죽었고,’ 그에 대하여 슬플 뿐이다. 누가 그 보잘 것 없는 생명의 삶을 기억해 줄 것인가? 그 기억은 플라톤의 말처럼 진리의 회상(re-collection)이 아니라, 자신이 살아가는 삶의 세계의 재구성(re-membering)이다. 누가 우리를 기억해 줄 것인가?

그러나 하나님께서 세상의 미련한 것들을 택하사 지혜 있는 자들을 부끄럽게 하려 하시고 세상의 약한 것들을 택하사 강한 것들을 부끄럽게 하려 하시며 하나님께서 세상의 천한 것들과 멸시 받는 것들과 없는 것들을 택하사 있는 것들을 폐하려 하시나니 (고전 1:27-28; 개역개정)

도킨스의 인용문으로 돌아가 보자. 도킨스는 모든 유기체는 유전자라는 복사자의 조종을 받는 유전자 기계라고 하였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이 유전자 복사자가 자신과 다른 태생의 복사자 ‘밈’을 만들거나 만나게 된다. 이제 유전자 복사자는 인간의 몸을 제어하고, ‘밈’은 우리 정신과 문화를 제어한다. 그런데 이 복사자들이 지배하는 세계 한 복판에 이들에 맞서야 겠다는 의식을 가지고 복사자들에 의해 지음 받은 유기체-운반자들이 교육을 통해 저항세력을 키워나간다.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인가? 왜 약자를 보호하고, 가난한 자를 보살피라는 ‘명령’이 복사자들의 세계로부터 일어나는 것인가? 이타주의의 진화를 설명하려는 윌슨(David S. Wilson) 같은 이들은 나름대로 종교의 장치들을 통하여 인간 문화 가운데 이타주의가 생물학적 이기주의를 활용하여 번성할 수 있다고 강변하지만, 맹자는 인간 마음의 시초는 “측은지심”(惻隱之心)이라고 하였다. 종교는 “가난한 자를 향한 마음”이다. 시대로부터 버림받은 영혼들을 향한 마음, 그것은 곧 이 시대의 체재와 권력의 경계 너머에서 이 체재로 침노해 들어오는 위반의 목소리와 모습이다. 들뢰즈는 존재의 모든 체재는 이 ‘국가 체재’와 ‘그것을 위반하고 탈주하는 힘’으로 구성된다고 말한다. 이를 통해 들뢰즈는 기존의 진화론적 이해 체계란 지식 권력의 기존 체계이며, 이를 들뢰즈는 수목적 체계(arborescent system)라 한다. 이러한 체재는 늘 실재를 중심부의 시각에서 조망하기 마련이고, 언제나 기존의 위계 질서를 전제로 모든 것을 이해하려 든다. 이러한 담론 체계의 맹점을 지시하는 들뢰즈의 용어는 “리좀”(rhizome)이다. 이는 기존 진화 담론의 구조를 박테리아와 바이러스의 관점에서 조망해 볼 것을 주장했던 굴드의 시도와 매우 근접하다. 학문은 증명하고 입증하여, 자신의 사고와 체계가 시대의 중심으로 진입하기를 시도하는 지식 엘리트들의 게임이다. 그래서 우리의 담론은 늘 체계와 권력 중심이다. 우리의 비판과 분석은 늘 그 중심부를 향해 있어서, 그 중심부를 비판할 때 조차도 나는 중심에 매여 있다. 이를 “이중 구속”(double bind)이라 한다. 그러한 우리의 세계 권력 담론 중심주의를 벗어나려면, 우리는 이 모든 논의에서 다음의 질문을 던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1) 지적 설계론은 이 시대의 가난한 자들을 위해 어떤 복음을 전하려 하는가?; 2) 이 시대 진화론은 그렇게 버림받은 영혼들에게 어떤 사실을 알리려 하는가?



이승엽 박사님의 논문, “진화론과 지적설계론과의 논쟁: 생물학적 복잡성, 틈새의 하나님, NOMA 그리고 생물학 정보의 생성 문제”에 대한 질문①


감신대 이한영



먼저 이 질문이 대부분 이승엽 교수에게 한정된 점에 대해 양해를 구한다. 왜냐하면, 본인이 받은 글이 이것뿐이기 때문이다. 다른 발제자들에 대한 질문은 현장에서 던질 수밖에 없다. 다만 공통으로 적용될 수 있는 질문을 뒤에 추가하기로 한다.

1) 지적 설계론을 비과학이라고 치부하는 주류 과학계의 입장을 거부한다. 진화론이 자연주의 철학에 입각한 과학이며(p. 1), 특히 신다윈주의는 물질과 에너지만을 전제로 하여 자연선택과 돌연변이로 생명을 설명하려는 자연과학인 반면에(p. 5), 지적 설계는 물질과 에너지 이외의 비자연주의적 설명이며 과학이 다양한 이론들을 통해 성립한다는 점을 생각할 때 지적 설계론을 비과학이라고 치부하는 것에 이의를 제기한다(p. 7).

[질문] ① 신다윈주의가 물질과 에너지만을 전제로 한다는 것은 어떠한 근거에서 하는 말인가? 더 근본적인 것은 유전자 단위가 아닌가?
② 신다윈주의가 자연선택과 돌연변이로 생명을 설명한다는 말은 무엇인가? 신다윈주의는 자연선택이론과 유전자학이 결합된 형태로 알려져 있다. (거대)돌연변이는 오히려 굴드의 진화론에 더 적합한 것이 아닌가?
③ 과학과 비과학을 가르는 기준은 입증가능성, 검증가능성, 반증가능성 등에 의한 것이 아닌가? 지적 설계론이 주장하는 바는 이 기준에 부합하는가?
④ 궁금한 것은 자연을 대상으로 하는 진화론은 철학 또는 형이상학이 아니냐고 하면서도, 오히려 비자연주의적 관점은 과학이 될 수 없느냐(p. 1 문제제기 3)고 묻고 있다는 점이다. 자연과학은 형이상학이라고 하면서, 거꾸로 비자연주의는 과학이라고 하는 이상한 주장이 아닌가?

2) 진화론은 과학이 아니라 철학이고 형이상학이라고 주장한다(p. 1, p. 2-3). 현재 과학이 진화론에 대한 비판과 토론을 허용하지 않으며(p. 1), 이념적으로 철학적 자연주의에 근거한 것이며, 진화론 자체에 대한 의심을 하지 못하도록 설정되어 있다(p. 3).

[질문] ⑤ 진화론 역시 초기부터 지금까지 과학의 발전과 함께 변화되어 왔다. 그것이 과학의 기본속성이 아닌가? 미리 정해진 대전제를 증명하는 것이 아니라, 계속해서 수정 발전하는 것이 과학의 기본속성이 아닌가? 문제는 진화론 자체를 의심한다는 큰 틀에 관한 것인데, 과학이란 진화론 자체를 부정하고 대체할 만한 새로운 패러다임이 등장한다면 언제든지 수정될 수 있는 것이다. 그렇지만, 창조과학이나 지적 설계론이 진화론 자체를 완전히 대체하거나 적어도 진화론과 대등한 위치에 서 있다고 생각하는가? 그렇다면 어째서 그러한가?

3) 마이클 비히의 <환원불가능한 복잡성(irreducible complexity)>을 지적 설계론의 핵심으로 보면서(p. 3) 진화론을 비판하는 핵심개념으로 보고 있다. 쉽게 말해 생물체 또는 생명체에 있는 복잡성으로 볼 때, 진화론으로는 도저히 이를 설명할 수 없으며 진화의 과정 속에서는 이러한 복잡한 구조가 생성될 수 없다고 하는 주장이다. 이 글은 그 근거로 ‘박테리아의 편모’를 들고 있다(p. 3). 여기서 말하는 환원불가능한 복잡성이란 소위 시스템을 의미하는 것으로, “어느 하나의 부속만 빠지더라도 그 기능을 멈추는 단일 시스템(p. 3. 비히의 글 인용)”을 의미하는 것이다. 간단히 말해, 생명체의 복잡한 구조가 설계의 증거란 것이다. <쥐덫의 예>

[질문 ⑥] 그런데 진화론에도 복잡성의 원리가 있다. 이것은 구조론적 복잡성이 아니라 생성론적 복잡성을 말한다. 즉 우주는 단순한 것에서 복잡한 것으로 진화되어 왔다는 것이다. 구조론적 복잡성이 아니라 생성론적 복잡성의 원리는 설계가 아니라 진화를 설명하고 있다. 이 원리에 대한 논란은 제쳐두더라도 복잡성 원리가 진화론을 설명하기 위한 개념으로 사용되어 온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4) 윌리엄 뎀스키가 설계 개념을 정보이론과 결합하여 설계논증을 검증할 수 있다고 한 주장을 그대로 수용하여 지적 설계론이 과학임을 천명하고 있다(p. 3-4).
지적 원인과 방향성이 없어 보이는 자연도 여러 특정 과학들에 의해 지적 원인과 방향성을 경험적으로 탐지할 수 있으며 데이터에 의해 관찰할 수 있음이 밝혀졌으므로 지적 설계론은 경험적인 과학이다.

질문 ⑦ 경험적으로 탐지할 수 있으며 관찰할 수 있는 데이터로는 어떤 것들이 있는가? 구체적인 사례들을 예시해주길 바란다.

5) 지적 설계론에서 진화론을 비판하는 주요 이슈는 생물학적 기원과 생명체의 복잡성에 관한 것이다(p. 1의 문제제기 1 / p. 5) 이 중 <생명체의 기원에 대해 설명할 수 있는가?>를 보자. 주된 논지는 축적된 변이에 의한 진화론은 생물학적 기원을 설명할 수 없다는 것이다.

⑨ 생명의 기원에 대한 문제는 진화론이 갖고 있는 약점이다. 소위 틈새이다. 질문은 이것이다. 이 틈새에 지적 설계론이 들어갈 자리는 있는가? 즉 지적 설계론은 생명체 기원에 대해 설명할 수 있는가? 또는 하고 있는가? 있다면 그것은 어떻게 설명되고 있는가? 동일한 질문이 지적 설계론에도 던져질 수 있는 것이 아닌가?

7) 굴드의 단속평형설은 신다윈주의의 진화론을 부정한다. 굴드와 르원틴의 ‘산마르크의 스팬드럴’의 예를 들어 부산물 이론을 강조하면서 신다윈주의의 자연선택을 부정한다.
굴드, 르원틴 등을 인용하여 점진적인 진화론인 신다윈주의를 비판하고 있는데, 비판의 요지는 중간화석의 부재, 불연속적인 화석, 캄브리아기 대폭팔을 들어 점진적 진화는 없었다고 주장한다(p. 6). 그리고 스팬드럴은 부산물이지 자연선택이 아니라는 굴드와 르원틴의 주장을 인용한다.

질문을 던지기 전에 먼저 의문이 드는 것은 굴드나 르원틴 역시 진화론자라는 점이다. 그렇다면 신다윈주의 진화론은 거부하고 굴드의 단속평형론의 진화론과 부산물 이론은 인정한다는 말인가? 왜 진화론을 부정하면서 다른 진화론자의 주장을 비평 없이 그대로 인용하고 있는가?
[질문] ⑩ 점진적 진화론이 아닌 격변적 진화론은 인정하는가? 노아홍수지질학이나 젊은 지구론을 믿는가? ⑪ 중간화석의 부재에 대한 반론을 주장하는 리차드 도킨스나 필립 키처등의 주장에 어떻게 답할 것인가? (아직 발견되지 않는 화석, 화석으로 남는 생물이 그다지 많지 않다는 것, 바다에 사는 어류, 양서류, 원생생물 등이 화석으로 남을 가능성은 매우 작다는 것 등). ⑫ 굴드를 인용하여 캄브리아 대폭팔기를 설명하면서 중간화석, 단절된 화석의 이유를 설명하고 있는데, 태초에 지적 설계로 모든 생물이 다 이미 다 창조되었다고 하는 원창조설을 부정하는 것인가? 아니면 캄브리아기처럼 몇 번의 대진화는 인정하고 있는 것인가? ⑬ 부산물이론 역시 진화론에서 나온 이론이다. 이 글은 이 스팬드럴에 관한 굴드의 주장을 인용함으로써 점진적 진화론을 부정하는데 이용하고 있다. “부산물일 뿐이고 교회건축에서 계획(자연선택)의 결과가 아니다.” 그러나 이는 전혀 지적 설계를 지지하는 말이 아니다. 진화의 산물이 아니라 진화의 부산물이란 굴드의 입장을 왜 인용하고 있는가?

8) 굴드의 노마(NOMA)를 비판하면서도, 도킨스 등 과학환원주의 입장을 거부하며, 타협하는 유신론적 진화론도 거부한다. 그리고 지적 설계론의 방법으로 종교와 과학의 일치를 주장한다.

⑭ 한국에서의 지적 설계론은 창조과학과 구별되는가? 창조과학처럼 창 1, 2장의 창조이야기를 문자 그대로 인정하는가? 이와 관련된 신화적, 심리적, 문학적, 종교적 의미에 대해서는 생각해보았는가? 진정 종교와 과학이 양립할 수 있는가?

9) 생물학적 정보생성의 문제: 진화론이 생물학적 정보생성의 난제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자연선택이 정보의 생성과 증가를 가능하게 한다는 주장은 아이러니라고 주장한다. (p. 8) “분자생물학 발전으로 생물학적 복잡성은 디지털 신호인 생명 정보의 생성을 요구한다는 커다란 난제를 해결해야만 했다.” 여기서의 주장의 핵심은 DNA를 디지털 정보와 동일하게 놓고, 그것을 계획이라는 개념과 연결시키고 있는 점이다. 결국 정보가 주는 대로 생명체가 설계된 것이 아니냐 라고 주장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생명정보의 생성은 계획에 의한 것이지, 점진적 진화의 결과물로서 정보가 생성된 것이 아니라고 하는 주장인 셈이다.

질문 ⑮ 유전자는 정보의 복제라고도 볼 수 있다. 도킨스마저도 그러한 생각에 빠져 있는 것 같다. 그러나 그것이 반드시 미리 설정된 계획이 있었다는 것을 가정해야만 하는 것이 아니다. 왜냐하면 자연선택과 적응이라는 개념을 배제한다고 하더라도, 유전자는 새로운 조합에 의해 새로운 정보를 창출해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구조적) 복잡성이란 오히려 새로운 조합에 의한 새로운 정보 창출의 결과가 아닌가?

<기타 질문>
1. 진정 종교와 과학이 대화할 수 있는지? 그렇다면 어떠한 점에서 그러한가?
2. 뇌과학이 말하는 신은 무엇이고, 지적 설계론이 말하는 신은 무엇인가?
뇌의 진화 또는 뇌의 기능적 관점에서 볼 때, 신은 무엇인가? 또한 인간의 뇌의 발달과 종교의 발달은 어떤 상관관계가 있는가?
3. 종교는 설계인가? 마음의 적응인가? 부산물인가? 밈인가? 도킨스의 말대로 진화의 부작용이거나 정신병적 바이러스에 불과한 것인가? 두뇌를 연구해 온 입장에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또한 지적 설계론에서는 이에 대해 어떻게 응답하고 있는가?
4. 신이 지성적 존재라면 그것은 인간의 지성이라는 특징을 신에게 투사한 것은 아닌가?
5. 진화론 자체에 대한 이론의 다양성도 있지만, 진화론에 대한 해석에 있어서는 특히 특정 이념이 반영되어 있는 것 같다. 동의하는가? 부정하는가? 예를 들어, 굴드는 진보를 부정하고 도킨스는 진보를 수용한다.
6. 진화론자들이 자연에는 목적(또는 일부에서는 방향까지도 포함)이 없다고 주장하는 생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7. 과연 진화의 기제는 우연인가 필연인가? 우연과 필연의 문제를 어떻게 생각하는가?
8. 유신론적 진화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9. 자연의 운동은 설계에 따른 것인가, 변화인가(우발성, 다양성) 진보인가?(자연선택, 적응, 축적, 점진)



이승엽 박사님의 논문, “진화론과 지적설계론과의 논쟁: 생물학적 복잡성, 틈새의 하나님, NOMA 그리고 생물학 정보의 생성 문제”에 대한 질문②


감신대 박사과정 신익상



1. 이른바 ‘활성 정보’라는 것을 통해서 지적 존재를 상정하고자 하는 시도가 18세기 서구 계몽주의자들에 의해서 제시되었던 “이신론”과 어떤 점에서 다른가? 다시 말해서 그것이 초기조건(initial condition)이 되었건 경계조건(boundary condition)이 되었건, 물리적 세계를 가능케 할 조건 속으로 신을 미루어버림으로써 신에 대한 논의를 “자연과학에 관한” 논쟁 속에 가두어버리는 결과를 낳지 않는가? 물리세계의 조건으로 기능하는 “지적 설계자”는 세계를 그대로 내버려두는 방치자가 되지 않겠는가? 그렇지 않다면, 진화의 조건이 되는 “지적 설계자”가 있다는 사실이 곧 기독교가 말하는 신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확증한다고 보고 있는 것인가? 그러나 “조건을 주는 신”과 “역사하는 신” 사이에는 엄청난 차이가 있지 않겠는가?

2. 좀 더 거시적인 논의로 넘어가자면, 존 호트(John F. Haught)와 같은 진화론적 유신론자들은 진화론과 진화론적 유물론, 진화론적 유신론과 지적 설계 이론을 서로 구분하면서, 진화론적 유물론자들과 지적 설계 이론 주창자들은 자신들의 형이상학과 진화생물학을 혼합 내지는 융합함으로써 “설계의 깊이 속으로 파고드는 더 긴 여정을 시작하기도 전에 성급하게 서두르고 있다”(존 호트, 『다윈 안의 신』, 193)며 양 극단을 모두 비판한다. 다시 말해서,

진화론적 유물론자들과 지적 설계 이론 주창자들은 형이상학적인 조급함 속에서 설명들의 풍부한 위계를 과학적 차원과 궁극적 차원이 뒤섞인 단일한 차원의 평원 속에 구겨 넣거나, 또는 설명의 통로는 단 하나뿐이라고 여기면서 이를 놓고 서로 경쟁한다.(존 호트, 197)

고 보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한 양 진영의 논평을 듣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