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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방문기5 "고속도로의 결투"10차선이나 되는 고속도로 가운데서 아이들이 싸움을 할 정도로 고속도로는 여유로운 모습
박인환  |  gojumool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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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05년 11월 12일 (토) 00:00:00 [조회수 : 44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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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고속도로의 결투”

   
남포에서 평양까지는 60km 길이의 10차선 고속도로가 있다. 평양 아리랑축전을 관람하기 위해 이 고속도로를 탔다. 왕복10차선의 고속도로! 우리나라에는 그렇게 넓은 고속도로가 없다. 세계 여러 나라의 고속도로를 타 봤지만 아직까지 그렇게 넓은 고속도로를 본 적이 없다. 북한이 무언가 야심찬 경제적인 안목으로 건설한 것임에 틀림없는 고속도로였다. 남포로 떠나기 전에 이 고속도로에 대한 얘기는 들어서 알고 있었다. 그런데 정작 눈으로 직접 확인한 것은 생각 밖의 것이었다.

우선 톨게이트가 없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중앙분리대가 없고 도로 양쪽에 가드레일이 없는 것이 우리와 달랐다. 또 한 가지 우리와 다른 것은 고속도로 양쪽에 아스팔트로 포장된 자전거도로가 있는 것이었다. 남포에서 평양으로 가는 60km 고속도로 양쪽의 자전거도로에는 많은 사람들이 자전거를 타고 가고 있었다.

그리고 수많은 사람들이 걸어가고 있었다. 언젠가 북한을 다녀온 사람이 하는 말이 “이북에 가보니 사람들이 어디론가 하염없이 걷고 있더라” 하는 것이었다. 당시에는 그 말이 이해되지 않았었다. 그런데 내 눈으로 직접 보니 알 수 있었다.

십 수 년 전부터 우리는 웬만하면 차를 타고 다닌다. 불과 몇 백미터 거리만 되어도 차를 탄다. 그러니 자동차도로는 복잡해지지만 걸어 다니는 사람은 눈에 많이 띄지 않는 것이다. 그러나 북한은 웬만하면 다 걷는다. 아니, 걸을 수밖에 없다. 우리처럼 차가 일반화되지 않았고 또 차를 타고 다니는 일에 익숙하지 않기 때문이다.

고속도로 양편에서 걷고 있는 사람, 자전거 타고 가는 사람들은 그저 ‘하염없이 가고 있는’ 사람들이 아니다. 각자 일터로 가거나 혹은 퇴근하여 집으로 가는 길이다. 이것을 거두절미 하여 “북한에 가보면 사람들이 하염없이 걷더라”고 말해 버리면 거기서부터 오해가 생기는 것이다.

남포를 출발해서 약 20분 쯤 지났을까, 어느 큰 마을이 보이는 곳을 지나고 있는데 왼편 자전거도로에서 열두어 살 쯤 보이는 아이들 수 십 명이 줄지어서 뛰고 있었다. 아마 학교 체육시간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였다.

그런데 뛰어가는 아이들 보다 약 100미터 쯤 앞에서 두 아이가 싸움을 하고 있었다. 두 주먹을 움켜쥐고 서로 심각하게 노려보고 있는 폼이 곧 치고받기 직전이었다.

“김목사님, 쟤들 봐. 싸우네. 애들 싸우는 것은 남한이나 북한이나 같네 그려” 하면서 김성복목사와 함께 허허거리며 웃다가 보니까 뭔가 좀 이상했다.

그 아이들이 싸우는 장소가 웃기는 것이었다. 고속도로! 고속도로 안으로(5차선) 들어와 싸우는 것 아닌가.

한 번 상상해 보라. 지나다니는 자전거와 사람들을 피해 고속도로에 들어가서 싸우는 아이들의 모습을. 우리들 상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그러고 보니 고속도로 보다는 고속도로 양편의 자전거도로가 훨씬 더 복잡하였다. 고속도로는 말이 고속도로지 더 이상 고속도로가 아니었다. 차량도 많지 않은 평양까지의 60km 길을 1시간 넘게 달렸으니 말이다.

길은 넓게 만들어 놓았지만 오랜 동안 보수한 흔적이 보이지 않는다. 군데군데 파인 데도 많고 울퉁불퉁하다보니 운전사는 마치 80년대 초 내가 군목생활을 하던 전방의 비포장도로를 운전하듯이 운전하고 있었다. 아마 석유화학공업이 발달되지 않아서 도로포장재를 쉽게 조달하지 못하는 결과일 것이라는 생각을 하였다.

이것은 그 날 오전에 우리가 가지고 온 물품을 확인하기 위해 남포항에 나갔을 때 이미 확인한 것이었다. 요즈음 북한에서 물동량이 제일 많다고 하는 남포항 야적장의 대부분이 비포장이었다.

그날따라 바람이 심하게 불어 흙먼지가 날리는 통 애를 먹었다. 야적장에 우리나라 기업인 SK가 보내온 도로 포장용 콜타르 수백 드럼이 있기에 “그것으로 남포항 야적장을 포장하려는가 보다” 하고 생각했었지만 그것이 아니었다. 평양 순안비행장 활주로를 보수하기 위해 보내 온 것이라고 하였다.

북한의 어려움은 식량문제만이 아닌 것 같다. 물질적인 면에서는 총체적으로 부족한 것 같다. 그도 그럴 것이 20여 년 간 경제적으로 봉쇄를 당하면서 북한 땅 안에서 나는 것으로만 살아야 할 터이니 부족한 것이 얼마나 많겠는가? 그런데 한 가지 엉뚱한 생각이 드는 것은 ‘어느 면에서는 궁핍한 만큼 여유로운 모습도 있다’는 것이다.

10차선이나 되는 고속도로 가운데서 아이들이 싸움을 할 정도로 고속도로는 여유로운 모습이었다. 왕복 10차선이나 되는 고속도로를 주민들이 자유롭게 횡단하여도 누구 하나 말리거나 나무라는 사람이 없다.

남한에서는 온 국민이 바쁘다. 도시화.산업화를 거치며 경제적으로 많이 여유로와 졌다. 그러나 식구들이 함께 모여 식사하는 것마저도 쉽지 않을 만큼 삶의 ‘여유로움’을 잃어버리고 말았다. 도로에는 차들이 얼마나 많은지, 그리고 얼마나 세게 달리는지 길을 걷는 것마저도 긴장해야 하게 되었다. 도로의 주인자리는 사람이 아닌 자동차가 차지하고 말았다.

북한은 통제의 사회이고 자유가 없는 사회인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그런데 적어도 도로에서만큼은 자유로운(?) 모습이었다. 그리고 아직까지는 사람이 도로의 주인행세를 하고 있는 듯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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