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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악 뮤지컬 심청전 공연 스케치(4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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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척의 진주초등학교를 찾았다. 오늘 이 초등학교에서는 특별한 행사가 열린다. 바로 반석교회(담임목사 이승재)에서 운영하는 반석지역아동센터(이하 반석센터)가 심청전을 각색한 “어머니 같은 하나님의 사랑”이라는 우리가락 뮤지컬을 공연하는 것이다.
반석센터는 반석교회가 지난 2003년에 정직, 자생, 공존의 목표를 위해 공부방 사무실을 임대하는 것으로 시작된 센터이다. 현재 반석센터에는 초등학생 27명, 중학생 13명이 함께하고 있는데 주로 수급자, 차상위 등 저소득층과 한부모나 조손가정, 맞벌이 가정 등의 자녀로 지역사회의 돌봄을 필요로 하는 어린이와 청소년들이다.
반석센터는 2004년에 공부방과 도서관(문고)을 설립하고 2005년에는 사물놀이패 ‘반딧불패’를 창단하였으며 올해 봄에는 독립적인 건물 한 동을 확보하여 이전하였다. 그러나 숙제, 학습지도, 독서지도 등의 단순한 공부방 차원에서 멈추지 않고 음악교육을 도입하여 바이올린, 플롯, 첼로 등의 악기교실을 열어 학생들을 지도하고 지역사회를 위한 연주회, 작품전시회, 어르신들과의 어울림 한마당도 몇 차례 개최하였다. 해마다 풍물이며 악기연주며 공연을 몇 차례씩 한다.
작년부터는 우리가락 뮤지컬 심청전을 만들기로 하고 극단 반디 활동도 시작하였는데 오늘 그 첫 공연을 무대에 올리게 된 것이다. 현재 반석센터는 반석작은도서관, 사물놀이반딧불패, 반디주니어필, 극단반디 등을 운영하며 아동보호, 아동교육, 아동문화, 지역연계 사업을 활발하게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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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석센터의 이번 공연은 아이들이 쉽게 접촉할 기회가 적은 문화예술분야이지만 아이들에게 사물놀이, 바이올린, 플루트, 첼로, 기타, 드럼 등의 악기를 한 가지 이상 익히게 하여 준비되었다. 아이들이 문화예술적인 소질을 개발하고 실력을 향상하는데 역점을 두었고 익힌 기량을 강원도, 삼척지역의 주민과 시설에서 발휘함으로 사회적 참여와 봉사의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하였다.
그리고 이런 취지와 과정에 2008년 4월부터 참여한 전문가들의 도움이 더해져 오늘의 공연을 만들어냈다. 극단 너영나영의 고봄이 대표를 비롯하여 극단반디의 최선미, 이연순 등의 전문가들이 꼬박 일 년 반을 함께 하며 준비하였다. 물론 어린이 단원들도 연기팀/노래팀, 풍물팀, 관현악팀, 스태프로 40여명이 주인공으로 참여하였다.
이번 공연에 심청전을 택한 것도 이유가 있다. 심청 이야기는 다름 아닌 바로 반석의 아이들, 우리들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심청의 가정사에서 겪을 수 있는 갈등과 아픔들이 어쩌면 바로 우리 아이들의 이야기이다. 심청의 이야기를 자신의 이야기로 토해냄으로 어린이들의 가슴이 뻥 뚤리게 되기를 바라는 것이다.
나아가 심청과 심청을 낳고 이 땅에 존재하게 한 어머니와의 만남이 아이들과 크고 끝없는 사랑과 은혜를 주시는 하나님과의 만남임을 보여주고 고백하게 하기 위함이다. 또한 결손가정과 빈곤가정에 있는 아동들에게 힘과 용기를 주어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당당히 자신의 꿈을 이루며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음을 보여주고자 하는 목적도 있다.
해가 많이 짧아졌다. 7시가 되니 어둠이 두껍게 깔린다. 펼쳐 놓은 의자는 다 찼다. 스탠드에도 많은 사람이 삼삼오오 앉아서 공연을 기다린다. 얼추 셈해 봐도 150명은 넘어보인다. 어린 아이부터 노년층까지 다양한 관객이 모였다. 7시 15분 경에 고봄이 대표가 신나게 민요를 부르면서 공연의 막을 열었다. 뱃놀이, 진도아리랑을 구성지고 맛깔나게 부르자 모두들 어깨가 들썩들썩 따라 부르면서 분위기가 고조된다.
한바탕 신나는 민요판이 끝나고 어린이들이 징이며 장구며 들고 나와 제법 숙달된 모습으로 자리를 잡고 사물놀이를 시작한다. 반석센터의 사물놀이 반딧불패이다. 긴장이 덜 풀렸는지 표정은 굳어있는 것 같지만 사물놀이는 절로 어깨를 들썩거리게 한다. 아이들의 실력이라고 결코 얕잡아볼 수 없겠다. 한바탕 신나게 두들기고 나자 이승재 목사가 인사를 한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는 말대로 모두들 복된 추석 명절을 보내시라’고 덕담을 하고는 삼척은 이 어린이들이 있기에 미래가 밝고 행복한 곳이라며 공원에 많은 호응을 보내줄 것을 부탁했다. 이승재 목사의 소개로 인사를 한 삼척시장은 ‘반석교회가 항상 좋은 일을 많이 해서 감사하다. 하나님이 오늘 이 자리를 만들고 하나님이 부르셔서 나왔다’며 어려운 이웃을 돌아보고 함께 나누는 명절이 되기를 바란다고 관객들에게 당부했다.
이어 본 행사가 시작되었다. 심청전은 심청이의 출생부터 심봉사와 모든 맹인들이 눈을 뜨다, 그리고 대동의 풍물놀이와 강강술래의 춤놀이판까지 모두 열 마당으로 구성되었다. 프로페셔널한 성인들처럼 정교한 맛은 없지만 성의와 정성을 다한 느낌이 든다. 엄청난 노력과 연습의 결실일 것이다.
무대의상이나 소품들도 아무거나 주워 입고 온 것이 아니라 직접 제작하여 잘 맞추어 입고 나온 것이 동네공연 수준은 훨씬 뛰어넘었다. 필자가 평소 뮤지컬을 즐겨보지는 않기에 뭐라 고급스러운 평론을 내리기에는 무리지만 참 잘 했다고 느꼈다. 심봉사와 심청이가 만나고 심봉사의 눈이 떠지는 장면에서는 관객들이 박수를 치면서 마치 자기 일이라도 되는 듯이 좋아하며 환호한다. 그런 모습을 보는 것이 낯설지만 정겹다.
공연의 마지막은 풍물패(오천교회 풍물선교단 하늘소리)가 어린이 배우들과 함께 춤을 추며 강강술래를 하는 것이었다. 관객들도 배우들과 풍물패의 손에 이끌려 무대 가운데 나왔다. 대동의 춤판이 벌어졌다. 보는 이도 춤을 추는 이도 모두 한마음으로 기뻐했다. 한가위의 정서가 바로 이런 것이었구나 하고 무릎을 탁 치며 미소를 짓게 된다. 그동안 잊고 있었던 마음이다. 관객들은 아쉬운 마음을 뒤로하고 다음번 공연을 기약하며 자리에서 일어서 초등학교 교문을 빠져 나갔다.
극단 반디는 국내 교회순회공연은 물론 해외공연까지 계획하고 있다. 내년에는 싱가포르와 인도네시아에서 공연한다. 춘천중앙교회와 양평 성실교회, 삼척문화예술회관에서의 공연일정이 잡혀 있다. 아이들이 만든 전통문화를 이웃과 나누는 것이 이 극단의 계획이고 목적이다. 차후 전통문화공연이 필요한 농어촌산촌지역, 노인복지시설, 병원 등에 공연할 예정이다. 이런 활동이 지역문화에 작으나마 도움이 될 것을 기대한다.
물론 어린이들 스스로도 더 넓은 세상을 보면서 폭넓은 가치관을 정립하고 비전을 품게 할 것이다. 우리가락뮤지컬을 통해 미래를 만드는 어린이들의 도전과 헌신은 보는 것만으로도 큰 감동이 된다. 이들은 이제 공연할 곳을 찾고 있다. 교회에서 혹은 단체에서 이 뮤지컬 팀을 초청하여 공연을 본다면 신앙적으로도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극단반디와 반석센터의 어린이활동은 뜨사롭고 포근하며 바다같이 넓은 하나님의 사랑을 체험하며 교육과정을 통해 하나님의 형상 따라 지음 받은 자아를 회복하게 되는 선교적 목적도 달성하게 될 것이다.
목회자로써 이 공연을 관람하면서 어색함을 느낀다. 수요일 저녁에 교회 예배당이 아닌 초등학교 운동장에서 교인들인지 아닌지도 모르는 사람들을 모아 놓고 다윗과 골리앗이나 룻과 나오미, 솔로몬의 재판 이야기가 아닌 심청전을 공연한다는 것이 말이다. 그러나 역시 도전 받는 기성 목회자의 시각은 여지없이 선입견을 무너뜨리게 된다. 과연 교회와 교회 밖이라는 틀이 있을까 하는 생각 때문이다.
교회가 교회라는 틀 안에서 교인들, 등록교인수만 늘리려고 혈안이 돼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런 관점에서 본다면 이번 공연은 쓸데 없는 세속적 공연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교회라는 틀을 넘어선다면 이 공연은 분명히 지역(마을)공동체에 봉사하고 지친 마음의 이웃을 위로하는 목회의 장이었다.
원치 않는 삶의 힘겨움을 강요당한 아이들이 그들의 삶을 개척해나가는 무대였고 하나님의 사랑과 자비가 언제나 우리를 향해 열려 있다는 사실을 모든 이웃에게 전하는 선교의 장이었다. 교회가 교회라는 조직만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이웃과 소통하고 이웃을 향해 마당을 열어주는 열린 모임이고 가까운 존재라는 사실을 알려준 친교의 장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이 공연, 반석교회와 반석센터의 시도는 매우 바람직한 교회의 모범을 제시했다고 할 수 있다.
요즘 지역아동센터가 유행이다. 너도나도 지역아동센터를 하겠다고 나서고 있다. 작은교회로써는 지역아동센터가 선교와 재정을 동시에 해결해주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 같이 인식되는 경향이 많다. 물론 어느 정도는 사실이다. 그러나 많은 경우 느끼는 것이 지역아동을 위한 복지 서비스가 전도라는 주제에 종속되어 나쁘게 말해 악용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인간을 위한 복지가 아니라 교회를 위한 복지라는 말이다.
그런데 반석교회의 반석센터 경우에는 복지라는 원칙에 충실하다. 도구적인 의미에서의 복지가 아니라는 말이다. 한 인간이 인간답게 설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자임한 것이다. 여기에 민족적 정서를 함양하는 것도 특이하다. 지역아동센터에서 풍물을 가르치는 경우는 그리 많이 보지 못했다. 저소득층 자녀들이 악기를 배우는 등의 문화교육 혜택을 받기는 쉽지 않은데 그 일을 해내는 것도 대단하다.
해마다 지역 노년층을 위한 행사도 운영하는데 그것이 교회에서 시혜적으로 베푸는 행사라기보다는 노인들이 와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가는 자리로 마련한다. 아이들의 공연은 물론 노래방 기계를 대여하여 노래자랑대회도 하고 작으나마 경품도 마련하여 하나씩 돌아가게 드린다. 그냥 식사나 한 끼 대접하고 농촌지역 같은 경우에는 목욕이나 하러 모시고 가는 것이 전부인데 고정관념에 따른 교회라는 틀을 넘어 노래자랑대회를 한다는 것이 매우 신선하게 들렸다. 잔치라는 행사를 통해 마을과 교회가 하나가 되는 순간이다.
반석교회와 반석지역아동센터의 활동은 작은교회들에게 매우 고무적이고 도전적인 모범을 보여준다. 또 이승재 목사의 우직한 목회에서도 많은 것을 배운다. 하루라는 짧은 시간에 반석교회와 반석센터를 다 경험하고 들여다보기는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그러나 이 시대에 바람직한 목회적 대안을 제시해주는 하나의 모델이 되기에는 충분하다. 부디 반석교회와 반석센터가 지역사회에서 존경 받는 교회와 센터로 지속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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