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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05년 11월 07일 (월) 00:00:00 [조회수 : 273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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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게 흐느끼는 울음 속에 길게 이어진 박하의 긴 이야기가 끝나자 홍자는 자신을 감싸준 시어머니와 만약에 자신의 과거를 알았더라도 신나게 두들겨 패고 용서를 해 주었을 같은 죽은 남편을 만난 것이 행운이라는 생각을 하며 김이 다 빠진 맥주잔을 들이키고, 자신은 밤꽃이 되어 보지는 못했지만 자신이 데리고 있던 밤꽃들이 지금은 어떤 모습으로 살고 있는지 궁금한 생각에 운명이 달라진 두 동생을 번갈라 쳐다본다.
“애들이 많이 보고 싶지? 너가 살아있으면 자식들이 너를 찾아올 때가 있을거야. 그리고 세월이 더 지나면 추한 과거를 지녔던 엄마를 이해할 때도 있을거야.”
홍자는 박하에게 위로의 말을 하면서도 자신의 자식들에 대한 부탁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였다.
“언니, 오늘같이 기쁜 날에 슬픈 이야기를 해서 미안해. 이제 다시는 지나간 슬픈 이야기는 안 할께.”
박하는 손가락 등으로 콧물을 훔치고 손등으로 눈물을 훔치면서 하얀 미소를 지어 보인다.
“잘 생각 했어. 자식들이 찾아올 때 당당하게 만날 수가 있도록 맡은 일에 열심이 하고 좋은 사람이 나타나면 재혼을 하도록 해. 과부의 재혼은 시선이 곱지 않지만 버림 받은 사람의 재혼은 나는 당연하다고 생각을 하고 있어.”
부부 중에 한 사람이 먼저 죽는 것은 하늘의 뜻이지만 살아 버림을 받는 것은 인간의 뜻이므로 인간이 선택을 할 권리가 있다는 사람의 주장에 동감을 하고 있는 홍자였다.
“언니, 나 이제 영업 준비를 하기 위해 가 보아야 하겠어. 며칠 이곳에 머물거지?”
“응, 내일은 언니하고 어디 가서 하루 쉬다가 모래 오후에 갈 계획이니 모래 12시에 만나 점심이나 같이 먹자. 참! 언니, 우리 박하를 보성관까지 바래다 줍시다.”
홍자가 영이 엄마에게 자신들이 일하였던 집까지 가 보자는 것은 혼자서는 엄두를 못 낼 일임을 알고 있기에 영이 엄마는 머리를 끄덕이며 따라 나선다.
20년 전에는 2층의 목조 건물들이 3층의 시멘트 건물로 단장되어 쭉 늘어서 있었으나 손님을 받을 몸치장을 하는 밤꽃들의 웃음소리와 냄새는 변하지 않은 것 같았다. 아니 자신이 아직 이 방면의 사업을 하고 있기에 못 느끼고 있는 것 같았다.
“홍자 언니, 엄마는 없지만 영업장을 한번 구경 하실래요?”
“아니, 상호만 보아도 가슴이 뛰어. 다음 기회에 꼭 구경을 시켜줘. 내일은 언니끼리만 놀러 가서 미안해.”
“괜찮아요. 좋은데 갔다 와서 재미난 이야기나 들려 주어요. 큰 언니, 내일 낮에는 나도 족자를 도와 줄게.”
“고맙데이. 수고 좀 해 도고이.”
박하가 손을 흔들며 자신의 일터로 들어 가는 것을 쓸쓸히 지켜본 두 여인은 서로 손을 꼭 잡고 족자가 고양이와 자전거로 매일 힘차게 달리는 사창가를 거닐며 추억 속에 파 묻힌다.
과거에 힘들었던 시절을 보내던 장소를 방문하여 보면 무슨 힘으로 견뎠을까 하는 자신의 능력에 대한 신비함과 나이 들어 안정된 지금보다 차라리 젊었던 그 시절의 열정이 그리워지는 묘한 감정의 엇갈림이었다. 연약한 육체와 영혼으로 구성된 사람이지만 삶의 마지막 순간까지 열정을 가지고 사는 것이 행복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언니, 보성관 엄마 이제 돈을 많이 벌어 편안하게 지내지요?”
“정반대야. 우리보다 5~6년 나이 많고 공부를 잘한다는 엄마 아들 기억 나? 참으로 착한 오빠였는데 3년 전에 사업에 실패를 하여 이 건물과 충무동 건물, 살림집도 은행에 넘어갈 참이야. 오죽 했으면 이 동네 일수쟁이도 돈을 빌려 주지 않는 형편이야. 한 달에 한번 영업장소에 들려 우리 집에 오는데 아들이 차라리 공부를 못하여 이 장사나마 물려 받았으면 하는 푸념을 하곤 해. 우리도 좋은 엄마를 만났기에 이나마 일어설 수가 있었는데….”
박하가 이상한 사람들을 만나 슬픔 속에 있듯 삶에서 선한 사람을 만난다는 것이 행운인 것이다. 실제로 보성관 엄마는 다른 포주에 비해 밤꽃들에게 인간 대우를 해 주었으며 악착같이 원수 같은 돈을 모아 다른 세상으로 나가 가슴을 펴고 살라고 충고하신 분이었다.
저녁시간에 언니를 도우면서 족자가 족발과 김밥을 메고 고양이 친구와 함께 달리는 모습을 보며 20년 전에 홀로 김밥 양푼이를 이고 동대문 시장을 헤매던 시절이 생각이 났다.
“언니, 소문대로 족자가 대단하네요. 대단한 딸을 둘씩이나 둔 언니는 복도 많네요.”
“서방 복 없는 년에게 자식 복을 준 부처님께 감사할 따름이야. 너는 시어머니 복까지 있으니 복덩이야.”
홍자는 자신의 머리에 이고 있던 김밥과 행상에 놓인 순대를 바꾸어 먹자던 시어머니와 거의 20년을 같이 살면서 코 앞에 있으면서 생존을 알지 못하는 어머님에 대한 공백을 사랑으로 대신 채워 주었으며 홀로 사는 여자의 지조와 사업의 의지를 잡아주신 분이시기에 언니의 말이 백번 옳은 것이다.
“요새도 절에 다녀요?”
길일이나 명절에는 깨끗한 옷을 입고 영이를 업고 절에 가던 모습이 홍자의 뇌리에 생생하게 남아 있기에 물어 본 것이다.
“내일 어디로 놀러 가는지 몰라도 첫 코스는 너와 함께 홀로스님에게 들렸음 한다. 괜찮겠제?”
“내일은 제가 언니를 모시는 날이니 언니 좋으실대로 하세요. 그런데 언니, 박하가 크게 달라진 모습은 없나요? 언니는 봄부터 지켜보았으니 잘 알 것 같은데….”
늦은 이 시각에도 영업소 앞에서 손님을 당기고 있을 박하의 모습이 떠 올라 상세한 내용을 알고 싶었던 것이다.
“자식 생각에 소주 한 병은 매일 마셔야 하나 주정은 절대 하지 않아. 그 동안 점잖은 집에서 생활을 해서인지 품위도 갖추었는데 단지 빚 때문에 보성관이 오래 버티지 못하고 주인이 바뀔 듯 하니 일자리가 문제가 될 것 같아.”
하루 일과를 마친 38족발집은 여인들의 낮은 대화로 밤이 깊어 가는 줄 모른다. 족자는 손님을 위해 덥다는 핑계를 대며 홀에 테이블을 붙여 침대를 만들어 친구와 얼마 전에 다녀온 캠핑 이야기를 하면서 킬킬대고 있었고, 안방에선 손을 꼭 잡고 한 이불을 덮은 자매가 살아온 이야기 꽃을 피우는 것이다.
“짓궂은 손님이 오면 부엌에 붙어 있던 언니 방으로 도망을 가 영이를 가운데 두고 자던 일. 생각나우?”
“손님에게 가기 싫어하는 너를 한푼이라도 벌어야 한다며 자는 너를 깨워 돌려 보낼 때 마음이 아팠어.”
“언니가 있었기에 내가 독립을 했지. 언니가 없었으면 나는 매일 손님 방에서 도망을 쳤을거예요.”
밤꽃 생활에서 제일 고달플 때가 몸이 아플 때와 마음에 들지 않는 남자를 만나도 불평 없이 육체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사실이었다.
“이번 길에 생각지도 않던 박하를 만나니 반갑지만 걱정도 되군요. 어찌 도울 방법이 없을까요?”
“니 회사도 만들었으니 적당한 자리에 취직이나 시켜 주렴.”
“그래요! 박하를 보성관 사장으로 만들어 줍시다.”
“니 지금 무슨 소리하노? 그 집을 인수하고 운영을 하려면 엄청난 돈이 있어야 하는데….”
버선 속에 넣어 온 돈을 보아 돈은 많이 번 듯하나 자신의 슬픈 과거가 담긴 영업장을 인수하겠다는 말에 영이 엄마는 홍자 쪽으로 돌아 누웠다.
“시어머니가 한 우물을 파야 하며 모여서 파면 더 쉽게 팔 수가 있다는 방식이 저의 머리에도 박혀 있어요. 그래서 아까 ‘모이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는 말을 한 거예요. 저도 밤꽃 출신이라 그들의 장래를 생각해서 그들이 장사를 하고 싶으면 저는 자금을 대고 그들은 사장이 되는 동업을 했어요. 물론 실패하는 애들도 있었지만 밤꽃 장사와 관계 있는 일들이라 대부분 성공을 했기에 사장만 30명 정도 되어요. 물론 포장마차 사장도 있지만요.”
나홀로 포장마차 사장이라도 억만금을 받는 월급쟁이가 지닐 수 없는 특권이 있기에 홍자의 30명의 사장이란 말에 잠이 완전히 달아나는 것 같은 기분인 영이 엄마였다.
사실 홍자의 성격은 사장보다 안정된 월급쟁이 체질이었으나 남편 득에 떠 맡은 일수 사무실의 가족들이 홍자를 사장으로 변화시켰는데, 이는 자금 부족으로 넘어지는 업소를 자금횟수를 위해 떠 맡으면서 직원을 사장으로 앉히고 절반의 지분을 준 것이 사업의 성과를 올린 것이다. 자기 일이나 남의 일이나 성심을 다해야 하지만 자기 일은 더 열심히 하게 되는 것이 사람의 본성인가 보다.
10명 정도의 사장이 생기자 각 자의 자금 능력이 생겼기에 자신들이 잘 알고 있는 매춘 사업에는 어느 지역이든 서로 자본을 대어 사장을 양성하였기에 ‘모이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는 가족회사가 설립된 것이다. 작년부터 식구들이 부산에도 진출을 하였기에 완월동에 관심이 있어 홍자의 눈치만 보고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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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자의 외출 건은 성경구절 없이 이끌어 가 볼 생각입니다. 왜냐하면 홍자는 예수님을 잘 모르며 종교에 대한 애정보다 인본주의 여인이기 때문입니다. 현시대는 과학에 바탕을 둔 인본주의 시대임을 부정할 수가 없습니다. 이들을 타락한 세상 사람들이라 혹평하기 보다 이런 시대 속에서 우리는 어떠한 예수님의 형상이 되어야 하는지 깊이 생각을 하고 믿음의 사람끼리 서로 의견을 주고 받는 것이 “성령으로 교통하고”라는 말인지도 모를 일 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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