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기사는 뉴스앤조이 유연석 기자의 기사입니다.

	▲ 8월 7일 저녁 8시 서울 용산구 한강로 남일당 건물 앞에서 '용산참사 200일' 추모제가 열렸다. 추모제는 개신교, 불교, 원불교, 천주교 등 4개 종단 13개 단체가 주최하고 300여 명의 사람들이 참석했다. ⓒ뉴스앤조이 유연석

주님께서 스가랴에게 말씀하셨다. 나 만군의 주가 이렇게 말한다. 너희는 공정한 재판을 하여라. 서로 관용과 자비를 베풀어라. 과부와 고아와 나그네와 가난한 사람을 억누르지 말고, 동족끼리 해칠 생각을 하지 마라. 주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셨으나, 사람들은 듣지 않고, 등을 돌려 거역하였다. 귀를 막고 들으려고도 하지 않았다. (스가랴 7:8~11)

8월 7일 저녁 8시 용산참사 현장인 서울 용산구 한강로 남일당 건물 앞에서 용산 참사 희생자를 기리는 ‘용산참사 200일’ 추모제가 열렸다. 추모제는 개신교, 불교, 원불교, 천주교 등 4개 종단 13개 단체가 주최하고 전·현직 국회의원, 종교계 원로, 시민단체 대표, 시민 등 300여 명이 참석했다.

추모사 등 진행을 맡은 이들을 거침없이 MB정부를 비난했다.

지금 정부가 제대로 된 정부인가

	▲ 참사 첫날부터 지금까지 자리를 지킨 문정현 신부 . ⓒ뉴스앤조이 유연석

여는 말을 맡은 박덕신 목사(수유감리교회)는 “그동안 대통령에게 사과를 요구해 왔지만 이제는 사과할 때는 지났다”라며 노무현 전 대통령을 죽음으로 몰고 가고, 쌍용자동차를 폭력으로 진압하고, 미디어법을 날치기로 통과시킨 현 정부를 비난했다. 박 목사는 “국민을 가득 싣고 대한민국을 운전하는 버스운전사가 미쳤다”며 “이 땅의 양심 있는 모든 이들은 MB 정권의 반민주·반인륜·반역사·반통일 정책 불복종 운동에 동참하라”고 외쳤다.

용산 참사 첫날부터 지금까지 자리를 지킨 문정현 신부는 “폭력으로 자기 국민을 때려잡는 정부가 제대로 된 정부라고 할 수 있냐”고 반문하면서 경찰을 향해 “빈 관이 대체 뭐가 무서워 못 옮기게 하나, 상복이 뭐가 무서워 벗기려 하나, 현수막이 대체 뭐가 무서워 때어내려 하나”라며 한심해 했다. 문 신부는 "이제 눈물도 말랐다, 이 더위가 가기 전에 끝내자. 이제 행동으로 보여주자"고 호소했다.

당신들의 권력은 영원하지 않다

	▲ 김경호 목사(들꽃향린교회)는 " 당신들의 권력이 영원하지 않다"며 "언젠가는 진실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유연석

추도사를 맡은 김경호 목사(들꽃향린교회)는 “용산 남일당 옥상에 불이 붙던 날. ‘저 안에 사람 있어요’라는 목소리가 무시당하던 날. 열사들의 몸뚱이가 무너져 내린 날. 사랑과 설렘과 바람이 우리 앞에 까맣게 숯이 되어 돌아온 날. 사람의 몸을 입고 오신 하나님도 무너져 내렸으며, 우리의 몸이 하나님의 성전이라 하셨는데, 참다운 하나님의 성전은 참혹하게 불탄 날. 그와 함께 대한민국의 정의도 불타버린 날. 자본의 사주를 받은 용역깡패들의 폭력과 전경의 공포로 가득 차 혼돈의 땅이 된 날”이라며 용산참사가 일어난 1월 20일을 기억했다.

김 목사는 “열사들은 이제 고통도 없고 철거도 없는 세상으로 가셨지만 우리는 먹고 마시면서 또 싸워야 한다”며 “의혹투성이인 현장의 진실을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또 “만약 지금 정권 아래서 못 밝히면 3년 후에, 3년 후에도 안 되면 8년 후, 언제라도 당신들의 권력이 영원하지 않는 한 용산의 영령들이 당신들의 뒤꿈치를 잡고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마직막으로 “우리 앞에 역사가 있고, 진리가 있고, 하나님이 계신다”며 “하나님의 정의가 망치가 되어 그들의 정수리를 쪼개고 열사들 앞에 국민들 앞에 무릎 꿇게 하는 날이 올 것이니, 열사들이여 그때까지 참아 달라”며 열사들을 위로했다.

이제 다시 시작이다

	▲ 고 이상림 씨의 딸 현선 씨. ⓒ뉴스앤조이 유연석

이날 결의문을 발표한 이수호 공동대표(이명박정권 용산철거민살인진압 범국민대책위원회)는 "정부의 사과와 고인에 대한 명예 회복, 책임자 처벌이 있지 않은 이상, 절대 고인들의 장례를 치르지 않을 것"이라며 “시신의 관을 시청 앞으로 옮기는 천구의식을 다시 추진하고 고인들의 분향소 역시 시청 앞 광장에 설치하여 전 국민과 슬픔을 나누겠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오랜 시간이 걸리고, 더 큰 고통이 따른다 해도 용산 참사의 진실과 철거민의 명예회복 없이는 장례를 치를 수 없다"며 “용산참사 200일을 기점으로 새롭게 다시 시작하겠다”고 말했다.

사회를 본 김덕진 천주교인권위원회 사무국장은 “지난 4월 29일 100일 추모제 당시 사회를 보며 반년 안에 이 싸움을 끝내자고 했는데 200일이 왔다”며 “이제 더 이상 250일 300일 따위의 숫자를 세지 말고 이제는 승리만을 바라보고 나가자”고 말했다.

유가족들은 추모제 내내 흐르는 눈물을 닦으며 자리를 지켰다. 유가족인 전재숙 씨(고 이상림 씨 부인)는 “추운 겨울부터 지금까지 거리에서 함께 주무시는 등 노숙투쟁해 주는 사람들, 매일 미사 해 주시는 신부님들 그리고 여기 참석하신 분들을 보면 힘이 생긴다”며 고마움을 전하고 "끝까지 함께 해달라"고 부탁했다.

	▲ 200일이 지나도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촛불은 더욱 밝게 빛난다. ⓒ뉴스앤조이 유연석

	▲ 용산참사 200일이 지났지만 유가족들의 억울한 눈물은 마르지 않았다. ⓒ뉴스앤조이 유연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