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광야에는 백향목과 아카시아와 화석류와 들올리브 나무를 심고 사막에는 잣나무와 소나무와 회양목을 함께 심겠다. (이사야서 41장 19절)
바른 삶은 다른 생명체에게 피해를 입히지 않는 삶이다. (스콧 니어링)

지구 온난화로 인한 환경재앙이 지구 곳곳을 덮치고 있다. 그 중에 사막화는 인류는 물론 지구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 지난 100년 동안 아프리카는 70%가 사막이 되었고 호주와 스페인, 중국과 몽골의 사막화는 이미 지구의 1/3을 사막으로 만들었다. 특히 몽골의 사막화는 몽골을 지구상에서 영원히 사라지게 할 기세다. 이대로 사막화가 진행되면 2100년엔 몽골이 사라질지도 모른다. 몽골은 지난 15년 동안 1500개의 샘이 사라졌고 800여개의 강과 하천, 700여개의 호수가 사라졌다. 사막화 지표 식물인 하르간이 90%영역에서 자라고 있어 전 국토에서 사막화가 진해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더 심각한 문제는 몽골 국민 스스로의 힘으로는 거세게 덮쳐오는 사막화를 막을 수 없다는 것이다. 결국 누군가의 도움의 손길이 없으면 몽골은 사막화로 인해 무너질 수도 있다.

몽골은 남한 면적의 17배, 인구는 2백 80만명이다. 경제수준은 우리나라의 70년대 초반과 비슷한 후진국이다. 하지만 몽골은 한 때 어느 제국보다도 넓은 땅을 지배했던 거대한 제국이었다. 그 위대한 지도자는 징기스칸이다. 그는 당대에 큰 명성을 떨쳐 어느 지역, 어느 곳에도 만사에 그렇게 뛰어난 군주는 없었다. 그의 제국은 징기스탄의 손자 쿠빌라이칸이 세운 원나라에서 절정을 이루었고 그 후손들의 통치는 700년 동안이나 유지되었다. 몽골족인 원나라는 한족인 명나라에 의해 망하고 몽골은 오랜 세월 중국의 식민 지배를 받는다. 이어서 소련 공산당에 의해 70여년동안 식민 지배를 받으면서 몽골의 민족성과 문화 등 모든 것이 파괴되고 왜곡된다.

하나님의 창조질서를 보전하는 길에서 이 시대의 징조를 보는 기독교 환경운동연대에서는 지난해부터 <몽골 은총의 숲 프로젝트>를 가동하였다. 몽골은 우리와 유전자가 비슷한 나라이며 외모도 비슷하다. 그래서 그런지 특별히 정감이 간다. 은총의 숲은 사막화를 막고 몽골을 살리는 프로젝트이다. 은총의 숲은 사막화로 무너져 내리는 몽골을 세우게 될 것이다. 연간 10,000그루의 나무를 심는다. 올 해 그 첫 사업이 시작되었다. 지난 5월, 푸른 아시아 조림지인 바양노루솜(울란바타르에서 서쪽 190km)에 청파교회와 논현교회의 후원으로 4,000그루의 나무를 심었다. 아울러 같은 달, 울란바타르 대학 실습농장이 있는 바트 슘베르솜(울란바타르에서 북쪽으로 70km) 500평 하우스에 양묘를 시작하였다. 어린 묘목이 잘 자라고 있다. 드디어 은총의 숲이 시작된 것이다.
지난 7월 12일부터 18일까지 은총의 숲 조림지와 양묘장을 둘러보고 직접 나무를 심는 은총의 숲 기행을 다녀왔다. 이번 기행은 은총의 숲 조림지와 양묘장을 둘러보고 관련된 단체나 지구를 만나는 기행이다. 실로 짧은 기간에 여러 단체를 만났고 은총의 숲과 관련된 여러 일들을 논의하였다.

12일(주일). 첫째 날.
주일 예배를 은혜 중에 마치고 교우들의 환송을 받으며 길을 떠났다. 밤 10시에 인천공항을 이륙한 비행기는 3시간 만에 몽골에 우리를 내려놓았다. 오랜만에 비가 많이 내렸다는 소식을 듣고 감사했다. 몽골엔 귀한 손님이 오면 비가 온다는 말이 있어 우리가 귀한 손님이 된 셈이다. 이 또한 고마운 일이다.

13일(월요일), 둘째 날,
바양노루솜으로 행했다. 나무 한 그루 없는 초원지대를 6시간 동안 달려 바양노루솜에 도착하였다. 서쪽으로 가면 갈수록 더 메말라가는 것을 보면서 서쪽에서부터 서서히 사막화가 진행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바양은 <많다>는 뜻이고 노루는 <호수>란 뜻이며 솜은 행정구역상 군이다. 이곳은 호수가 많은 지역이었다. 최근에 15개의 호수가 7개로 줄었다. 나머지 8개는 메말라 사막이 되었다. 사막화를 직접 눈으로 볼 수 있는 곳이다. 이재권 현장 책임자의 안내로 지난 5월에 심은 나무를 둘러보았다. 씩씩하게 잘 자라고 있었다. <은총의 숲>이란 표지판을 만나는 순간 감동의 눈물이 흘렀다. 표지판을 몇 번이나 쓰다듬고 또 쓰다듬었다. 표지판 앞에서 기도하고 기념사진도 찍었다. 드디어 몽골의 새로운 역사가 시작되었다.

우리 일행은 인근 오아시스 민박에서 하루를 쉬었다. 초원과 사막이 혼재된 곳에 아주 예쁜 오아시스가 있었고 호수 주변에 온갖 들꽃들이 제 철을 맞아 활짝 피어 있었다. 물매화, 메꽃, 민들레, 섬마타리, 키다리양지꽃, 부들 등 환상적인 꽃 잔치였다. 또한 수백 마리의 제비가 전기줄에 앉아 지지배배 노래하며 공중묘기를 연출하고 있었다. 어린 시절이 생각났다. 처마 밑에 둥지를 틀고 새끼를 깐 모습이 정말 정겹고 반가웠다. 우리 땅에선 이미 제비가 추방되었다. 섬 지역과 생태계가 잘 보전된 몇 군데 외엔 제비를 볼 수가 없다. 농약을 마구 살포하면서 제비의 먹을거리가 줄면서 제비도 자취를 감추었다.

14일(화요일), 셋째 날.
일행은 바양노루솜을 떠나 5시간을 걸쳐 울란바타르로 돌아와 한국인이 경영하는 식당에서 점심을 먹었다. 몽골엔 한국 사람들이 많이 진출해 있었다. 식사 후에 몽골 마지막 왕이 살았다는 겨울궁전과 황혜사를 보고 2시간에 걸쳐 바트 슘베르솜으로 이동하였다. 하루 종일 차로 이동한 셈이다. 바트 슘베르솜으로 가는 길은 참 아름다웠다. 초록 빛 찬란한 초원, 여기저기에서 소와 말, 양떼가 한가하게 풀을 뜯고 있는 목가적 풍경은 신비를 자아내고 있었다. 소와 양들의 천국이다. 별천지에 온 느낌이다. 바트 슘베르로 가는 길에 듬성듬성 숲이 나타나기 시작하였다. 모두들 숲을 보면서 탄성을 질렀다. 역시 숲이 필요하다며 은총의 숲 조성에 참여하게 된 것을 감사했다. 초원과 숲이 어우러져 아름다움의 극치를 연출하고 있었다.

실습농장으로 들어서는 언덕엔 백작나무와 소나무 숲이 있고 그 주변엔 들꽃들의 축제가 한창이다. 잠시 쉬면서 숲과 들꽃에 취한다. 그 언덕 이름을 은총의 언덕이라고 지었다. 대단한 풍광이다. 20년 30년 뒤엔 더 많은 초원과 민둥산들이 숲이 되어 있을 것을 생각하니 가슴이 벅차온다. 아름다운 자연이 세상을 구원하게 될 것이다.
드디어 실습농장에 도착하였다. 농장을 관리하는 청년들이 우리 일행을 반겼다. 교회에 들어가 도착 기도를 올리고 이곳에서의 2박 3일 일정을 시작하였다. 쉬면서 저녁을 준비하는 동안 하우스로 달려갔다. 달 포전에 뿌려 놓은 어린 묘목들이 자라고 있었다. 묘목을 붙들고 기도한다. 하나님 이 묘목들을 잘 키워주세요. 몽골을 구원할 나무들입니다. 이어서 나무들과 이야기한다. 나무야 씩씩하게 잘 자라다오. 몽골의 운명을 너희들이 짊어졌구나. 정신을 차리면서 몸을 떤다. 저녁은 양고기다. 정말 맛있었다.

15일(수요일), 넷째 날.
매일, 하루의 시작을 알리는 기도회를 가졌다. 오전엔 농장 주변에 100그루의 나무를 심었다. 보일스라는 품종이다. 기도하는 마음으로 정성껏 심었다.
점심을 먹고 오후엔 유목체험이다. 소 젓을 짜고 말도 타보고 유목민들이 사는 게르도 방문하여 주민들과 이야기도 나누었다. 모두들 은총의 숲 조성 사업에 깊이 감사하고 있었다. 처음엔 한국 사람들이 와서 숲을 조성한다는 것이 이해할 수 없었는데 이제는 자기 나라로서는 너무나 소중한 일이라며 깊이 감사했다. 오후 늦게 농장에서 북쪽에 위치한 은총의 산에 올랐다. 산에 올라 기도하고 마음가짐을 새롭게 했다. 사방에 펼쳐진 산과 초원은 정말 아름다웠다. 겹겹이 펼쳐져있는 민둥산에 나무를 심을 것이다. 저녁식사는 몽골 전통 양요리인 허럭이다. 정말 맛있었다. 게르에서 잠을 청했다. 참 뜨겁고 추운 밤이었다.

16일(목요일), 다섯째 날.
오전엔 양묘장 둑을 꾸미는 일을 도왔다. 풀을 뽑고 물을 뿌리고 둑을 만드는 일은 쉽지 않았다. 하지만 정말 보람된 일이었다. 여기에 나라스(소나무)가 파종될 것이다. 양묘장엔 사르화이스와 모너스, 소나무 등이 자라고 있었다. 점심을 먹고 울란바타르 농과대학을 졸업하고 농장 관리를 돕는 청년들과 좌담회를 가졌다. 은총의 숲 조성에 깊은 관심을 가졌고 당신들이 할 일을 한국교회가 도와주어 깊이 감사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렇게 시작한 나무심기를 끝까지 함께 하고 싶다고 말했다. 믿음이 갔다. 청년들과 아쉬운 작별을 하고 울란바타르대학으로 향했다. 예정시간보다 늦었지만 윤순진총장과 부총장, 기획실장, 기획처장이 영접해 주었다. 몽골 환경문제의 심각성을 이야기하고 대학에 환경학과를 신설해 줄 것을 제안했고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환경 세미나를 열어 학생들과 주변에 알리자는 제안도 적극 검토하기로 하였다. 농장에 은총의 숲 조성은 잘 관리해 줄 것을 요구하고 학교를 나섰다.

저녁엔 선교사들과 자리를 함께 했다. 식사는 만석교회 심재표장로님이 대접해 주었다. 원근 각처에서 많은 선교사들이 함께 했다. 은총의 숲 조성에 대한 설명을 드렸고 많은 공감을 했다. 함께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적극적으로 제안하는 선교사도 있었다. 상당히 좋은 성과이다. 동고비에서 선교활동을 하고 있는 최희철선교사는 동고비를 방문해 줄 것을 제안하여 다음에 방문하기로 하였고 후레대학의 김여일선교사에게 후레대학과도 은총의 숲 조성에 함께 할 수 있는 길을 모색하자고 제안하였다. 한국인이 경영하는 코리아나 호텔에서 여장을 풀었다.


17일(금요일), 여섯째 날.
돌아가는 날이다. 하지만 돌아가지 못했다. 억수같이 쏟아지는 장대비를 뚫고 비행기가 뜰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하루가 연장되어 내일 저녁에나 돌아간다. 목회자들이 여럿 있어 낭패지만 천재지변을 어쩌랴? 몽골에서 이렇게 많은 비가 한꺼번에 내린 것은 근래에는 없었던 일이란다. 환영할 일인지 아니면 긴장해야 할 일인지 기후가 변하고 있음을 느낀다.

오전엔 테렐지 국립공원에 다녀왔다. 울란바타르에서 1시간 30분정도 걸려 테렐지 거북바위에 도착하였다. 주변경관을 보고 돌아서 나왔다. 더 깊숙이 들어가면 그야말로 숲길을 걸을 수 있었을 텐데 시간이 여의치 않았다. 다른 지역에 비해 숲이 많이 보전되어 있었다. 하지만 거대한 숲을 상상한 것은 빗나갔다.
점심을 먹고 공항에 나갔지만 비가 많이 내리는 바람에 비행기가 뜨지 않아 허탕을 치고 시내로 돌아왔다. 돌아오는 길 여기저기가 침수되었다. 다음날 알고 보니 그 비로 다섯 명이 죽었다고 했다. 일행 중에 두 분이 꼭 돌아가야 한다고 하여 밤 12시 대한항공편으로 귀국했다. 남은 일행은 몽골 민속공연을 보았다. 논현교회 권영규목사님의 대접으로 저녁식사를 맛있게 먹었다.

18일(토요일). 일곱째 날

마지막 날이다. 날씨는 청명했다. 오전에 국립박물관을 견학하였다. 1990년 소련으로부터 독립을 한 해의 열기를 느낄 수 있었다. 그 열기가 지금은 어디에 가 있는 것일까? 그들은 징기스칸의 영화를 다시 찾을 수 있을까?
징기스칸은 전쟁에서 승리해도 전리품을 빼앗아 가져오지 않았다는 징기스칸은 다리를 가장 많이 건설했다고 한다. 동양과 서양의 가교역할을 하여 세계에서 가장 많은 왕래가 이루어졌다고 한다. 징기스칸은 구위의 많은 문명을 연결하고 융합하여 새로운 세계 질서를 만들었다. 징기스칸은 귀족적 특권과 출생에 기초한 봉건제를 부수고 개인의 장점과 충성심, 성취에 기초한 새롭고 독특한 체제를 건설했다. 그는 ‘비단길’ 주변에 고립되어 잇는 굼뜬 교역도시들을 점령하여 비단길을 역사상 가장 큰 자유무역지대로 조직해놓았다. 몽골은 부와 보물을 축척하는 제국이 아니었다. 대신 징기스칸은 전투에서 얻은 물자를 널리 분배하여 다시 상업적 유통망으로 들어가게 했다. 징기스칸은 국제법을 만들고 법위에 군림하지 않고 법의 지배를 받았다. 종교의 자유를 허락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