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한덕희목사님으로부터 감리교게시판에서 공개적으로 원고를 청탁받아 쓴 글입니다. 한목사님께서 제게 요청한 주제는 <교회세습과 담임목사 성직매매>였습니다. 제가 자의적으로 쓰는 글이 아니라서 부담이 있습니다만, 짧은 식견이나마 성심을 다해 보려 합니다. 교회세습사에서 2000년은 중요한 해입니다. 광림교회가 사회적인 비판을 무시하고 총대를 메듯이 세습을 감행합니다. 그래서 당시 교회 안팎으로 교회세습에 대한 반대목소리가 어느 때보다 높았습니다. 그 정황을 소개하는 것으로 글을 시작합니다. 이번 글은 첫 번째글이라 담임목사 성직매매에 관한 언급이 없음을 이해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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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습론 그리고 세습론자들


이글에서 한국교회에서 교회세습을 찬성내지는 용인하는 논리를 나는 통틀어 세습론이라고 한다. 세습론자들의 주장을 보면 ➀목회자가 능력있다면 세습이 뭐 문제인가하는 데서부터 ➁전임자의 유업을 무리 없이 잘 계승할 수 있다는 점을 적극 주장하고-<이 대목에서는 일본에서 3대째 운영되고 있다는 국수집 이야기도 나왔다> ➂선친의 신앙유산을 계승한다는 차원에서 세습을 용인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➃또, 세습론자들이 공개적으로 주장하지는 않지만 또 하나의 이유는 권력화된 대형교회를 지배해온 세력들이 권력을 안정적으로 재생산하는 수단으로 세습이 적극 활용되어지고 있다는 점도 또 다른 감춰진 이유이다. .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교회 세습론자들은 대부분 세습이라는 말을 극도로 협오한다. 그래서 세습이라는 말 대신에 찾아낸 것이 <계대(繼代)>라는 단어이다. 도둑놈이 제 자국소리에 놀란다고, 세습론자들에게도 자신들의 세습이 정당하지 않다는 도덕적인 거리낌이 일말 작용을 하고 있시는 있는 것이 확실하다. 그러니 세습이라는 말에 대해서 극도로 예민하고, 신경질적으로 거부감을 표시하고 있으니 말이다. 그런데 세습이라는 말에 대해서 극도로 거부감을 보이는 이유에 대해서 나는 그동안 그들이 그렇게 비난해온 북한의 김일성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세습론자들은 대부분 스스로 보수주의(나는 그들을 보수가 아니고 수구적이라는 규정해야 맞다고 본다)자로 자처하고 있다. 그래서 이들 대부분은 그동안 맹목적인 반공주의로 북한체제에 대해서 극단적인 혐오감을 갖고 비난해온 행보를 해왔다. 그리고 그들이 비난해온 내용 가운데는 북한의 김일성의 권력부자세습도 포함되어 있었다. 그런데 그들이 그렇게 거품을 물고 비난해온 세습문제가 어느 날 보니 이제는 교회세습과 관련하여 자신들의 현실이 되어 있었다. 그동안 거침없이 김일성을 때려왔던 그것이 자뻑이었을 줄이야. 그래서 자신들의 세습을 북한의 김일성의 권력세습과 차별성을 드러내고 싶었을 것이다. 그 한심하고 얄팍한 꼼수가 자신들이 하는 세습은 <세습>이 아니고 <계대>라고 우기는 거다.


@교회세습에 대한 교회/교계의 시각


2000년 4월30일, 이 날은 주일이다. 그리고 이 날은 교회세습사에서 역사적인(?)의미를 갖는 날이기도 하고. 광림교회가 김선도목사를 그 이듬해 연회에서 은퇴하는 걸로 결정하는 한편 아들 김정석 목사를 담임목사로 공포한 날이다. 이 날이 교회세습사에서 중요한 것은 그때까지는 다른 대형교회에서는 세간의 여론이 무서워서 세습을 계획하고는 있었지만 대놓고 과감하게 밀어붙이지 못했다. 그냥저냥 눈치를 보던 중이었다. 그런데 강남의 대형교회인 광림교회가 일(?)를 친 것이다. 아들 김정석목사에게 교회세습을 한다고 선수를 치고 나간 것이다.

광림교회가 세습을 과감하게 세습을 감행했던 바로 그 무렵 교회안팎으로 세습에 대한 관심이 높았다. 아마도 그런 까닭이 있어서겠지만 그 무렵 감리교 본부 홍보출판국에서는 감리교회 게시판을 통해서 세습에 대한 여론조사를 했고 이어 C3-TV와 CBS 각각 여론조사를 했다. 그 결과를 보면 다음과 같다.

➀감리교본부게시판(홍출국)에서 교회세습 어떻게 생각하느냐 찬반 의견을 물었다. 안터넷투표결과 약 한 달동안 442명이 참가했고 전체 참가자의 88%가 세습반대표를 던졌다.

➁C3TV 여론조사-김리교회와 비슷한 시기에 인터넷방송C3-TV가 전국 교인비교인 구별없이 4,999명을 대상으로 <목회세습이 한국교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 여론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의 92.22%가 세습에 대해서 반대를 했다.

▲ 2001년 3월 25일, 기윤실(기독교윤리실천운동)을 비롯한 8개 기독교 단체 대표들이 광림교회의 담임목사직 세습에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앞 줄 왼쪽은 이만열 전 역사편찬위원장(숙명여대 명예교수), 오른쪽은 당시 기윤실 대표였던 손봉호 교수

▲ 경향신문 2000. 7.4 장도리

그러면 당시 사회여론은 어쨌는가? 2000년 6월30일자 조선일보와 한겨레신문 등 중앙일간지들은 일간지들은 일제히 광림교회 교회세습문제를 비판적으로 다루었다. 그리고 며칠 뒤 7월4일 다시 경향신문은 4단 만화 <장도리>로, 중앙일보는 만편에서 각각 교회세습을 비판하는 내용을 다루었고, 그 날치 한겨레신문은 사설에서 <교회마저 대물림하다>라는 제목으로 교회세습을 비판했다. 특히 중앙일보 만평 김상택의 만화세상은 <압구정동 광림교회>에서 그 아버지가 아들을 강단의 <왕(王)목사>석에 앉혀둔 채로 강대상에서 “세습반대하는 사람 손들어라”는 식으로 광림교회의 교회세습에 대해서 노골적으로 질타를 했었다.

또 한계레 사설에서는 “한국교회의 이상비대화 현상은 필연적으로 교회사유화를 가져왔고 세습은 예고된 것”이라고 지적하고, 교회세습은 “교리에도 맞지 않고 일반적인 정서로도 받아들일 수 없는 대물림과 사유화 등의 세속적인 모습을 교회가 보인다면 세상은 교회나 목사를 세속적으로 취급할 수 밖에 없다”는 입장으로 한국교회의 교회세습문제가 향후 한국사회에서 교회의 영적 지도력 상실로 귀결될 것이라는 점을 지적했다.

세습과 관련하여 교회 안팎 여론의 추이와 관련해서 눈여겨 봐야할 것은 권력화된 종교(대형교회)의 이기적이고 거침없는 행보이다. 교회세습은 주 예수 그리스도의 거룩한 성체인 교회를 인간의 사적인 소유로 환원시켜, 거룩함을 싸구려 물화시켜버린 죄악된 것이다.

@세습은 기득권을 지키면서 권력을 재생산하는 적극적인 수단


한국교회의 고도성장은 한국자본주의 비약적인 발전이 있던 산업화시기의 경제성장과 그 맥을 같이하고 있다. 그 시기에 대형교회로 성장시킨 목사들은 자연스럽게 교회 내 권력의 정점에 서게 되었다. 이들에게 내재되어 있는 의식은 자신이 오랫동안 담임목회를 하며 성장시킨 교회를 내 교회라고 생각하는 사적소유의식이다. 이 사적소유의식은 필연적으로 자신의 것을 아들에게 상속하는 세습이라는 현상으로 나타날 수밖에 없는 것이다.-물론 대형교회 목사 역시도 드러내놓고 목사 개인의 소유라고 말하지 않는다. 그러나 교회가 운영되는 양식을 보면 담임목사가 자신의 측근들과 함께 배타적으로 교회운영을 좌지우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광의(廣義)에서 사적 소유의 개념은 철저하게 적용되고 있다.

그래서 자식에게 교회를 넘겨주면서 빗발치는 여론에도 불구하고, 내 뜻대로 할 수 만 있다면 한국교회야 어찌되건 뭐 그리 중요한가 하는 이 극단적이고 병적인 이기주의가 여론은 없는 것으로 치부하고 거침없이 세습을 강행해 왔었다. 그리고 세습론자들이 공개적으로 주장하지는 않지만 이들이 세습에 집착하는 가장 원초적인 이유는 권력화된 대형교회를 지배해온 자신의 기득권을 지키면서 권력을 안정적으로 재생산하는 적극적인 수단으로 세습이 활용되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