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는 자존심의 나라다. 이런 시가 있다. 이성으로 러시아를 이해할 수 없다.어떤 척도로도 잴 수 없다.러시아는 비교할 수 없으니,오직 믿어야 할 뿐. 츄체프(Fyodor Tyutchev, 1803-1873)의 시인데, 러시아인들이 자주 인용한다.

박효원   2020-11-11

‘루스키 감렛’이라는 현대 발레가 있다. 러시아 발음에는 ‘ㅎ’(H)이 없다. ‘ㅎ’은 목구멍 소리로, 모음이 붙으면 유성음이 된다. 러시아 자음 중 비슷한 것으로 ‘ㅎ’을 표시해야 하는데, ‘ㅎ’(Х) 발음은 무성음이므로 피하고, 목구멍 소리와 가장

박효원   2020-11-07

표트르 1세 이후 러시아는 급격하게 변했다. 변화의 내용은 러시아의 유럽화가 아니라 세속화였다. 과거 러시아는 교회의 권위가 지배자의 권력과 같은 위치에 있었다. 본래 동방 정교회 국가의 전통이 그랬다. 개혁군주 표트르 1세는 교회를 세속화해서 국가

박효원   2020-10-28

차르스코예셀로(Tsarskoye Selo)는 상트페테르부르크 근교에 있는 도시 이름인데, ‘황제의 마을’이란 뜻이다. 지금은 ‘푸쉬킨’(Pushkin)이라는 이름으로 불린다. 여기서 황제는 예카테리나 2세(1729-1796)를, 푸쉬킨(1799-183

박효원   2020-10-17

18세기 러시아 정교회 상황은 프랑스 혁명 이후 가톨릭의 예와 같았다. 18세기 러시아 국가 권력은 교회를 확실하게 제압했다. 15세기부터 17세기까지 번성했던 교회와 수도원은 경제력을 잃었다. 세속 권력을 누리지 못하게 됐으므로, 남은 성직자들은 침

박효원   2020-08-21

도스토예프스키는 도박으로 모든 돈을 날렸다. 그가 머물던 곳 가까이에 러시아 작가 투르게네프(Ivan Turgenev, 1818-1883)가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투르게네프는 모스크바 대학, 상트페테르부르크 대학, 베를린 대학에서 문학과 철학을 공부

박효원   2020-08-11

“‘양국놈들이 요술단을 꾸며 왔어.’ 모화는 픽 웃고 이렇게 말했다. 굿과 푸념으로 사람 속에 든 사귀 잡귀신을 쫓는 것은 지금까지 신령님께서 자기에게만 허락하신 자기의 특수한 권능이었다.” 김동리의 ‘무녀도’에 나오는 대목이다.경주 지방에서 용하다는

박효원   2020-08-08

뉴욕 시에서 북서쪽으로 가면 오나이다(Oneida) 호수가 나온다. 그 지역에는 대대로 인디언 부족이 살았다. 오나이다 부족은 백인들에게 내몰려, 5대호 북쪽 길로 1600킬로미터를 걸어서 위스컨신 주로 이주했다. 1821년부터 2년에 걸쳐 일어난 일

박효원   2020-07-11

후터형제단의 공동체인 부르더호프(Hutterische Bruderhof) 웹사이트는 다섯 언어로 되어 있는데, 그 중 하나가 한국어다. 이것은 한국인에게 공동체에 대한 관심이 많다는 뜻이고, 많은 사람들이 공동체를 방문한다는 뜻이다. 감리교 목회자들

박효원   2020-07-02

수도원(修道院)을 직역하면 ‘도를 닦는 거처’다. 한국 가톨릭에서는 수도원이라는 낱말을 주로 사용하지만, 개신교에서는 공동체라는 낱말을 더 많이 사용하는 것 같다. 수도원에 가장 가까운 영어는 ‘애비’(abbey)이고, 공동체에 가장 가까운 영어는 ‘

박효원   2020-06-25

수도원 생활은 내면을 성찰함이 목적이다. 성찰을 위해 기도와 명상이 필요하므로 수도원은 세속과 떨어져 있다. 이런 목적이라면 수도원은 긍정적이다. 부정적인 면도 있다. 제국에 속한 수도원은 세속 권력과 결탁하며 공생한다. 제국이 팽창하면, 수도원의 땅

박효원   2020-06-04

2019년 4월 15일, 매년 1,300만 관광객이 찾는다는 파리 노트르담 성당이 불탔다. 성당은 1163년에 짓기 시작해서 100년도 더 넘긴 1272년에 완공했다. 예수가 썼다는 가시관도 갖다 놓았다니, 노트르담 성당은 가톨릭의 성지라고 할 수 있

박효원   2020-05-13

서구적이고 금욕적인 프리메이슨(Freemasonry)은 러시아 지식인들에게 맹렬히 흡수됐다. 반면 지식인이 아닌 민중은 종말론적이고 현실 도피적인 신앙으로 기울었다. 이들의 공통점은, 1760년대를 전후해서 정교회에서 분리해 나왔다는 것과 교회의 조직

박효원   2020-05-08

“노동이 자유케 하리라.” 간결한 이 말은 사용하기에 따라 뜻이 달라진다. 독일 목사였던 로렌츠 디펜바흐(Lorenz Diefenbach, 1806-1883)가 1873년에 쓴 계몽소설 제목이 ‘노동이 자유케 하리라’(Arbeit machts frei

박효원   2020-04-25

1697년 표트르 황제는 젊은 귀족 250명을 이끌고 유럽 여러 나라 순방에 나섰다. 18개월 동안, 르네상스와 종교개혁 후 발전한 유럽을 체험하고 러시아로 돌아왔다. 나이 25세. 호기심 많았던 그는 손수 많은 기술들을 익혔다.황제는 귀국하자마자 가

박효원   2020-04-16

독일에 부퍼탈(Wuppertal)이라는 도시가 있다. 그곳에서 유학생들이 모여 세미나를 했다. 주제는 독일 통일이었고, 동독의 민주화 운동을 주도한 목사들이 함께 참여했다. 삼십 년 전 일이다.부퍼탈은 1929년 바르멘(Barmen)과 엘버펠트(Elb

박효원   2020-03-05

1613년 보야르(Boyars)가 미하일 로마노프(Mikhail Romanov)를 차르(황제)로 선출하고부터 러시아 로마노프 왕조가 시작됐다. 보야르는 서유럽의 기사단처럼 동유럽 국가들에 존재했던 의회 형태의 귀족집단이었다. 로마노프 왕조는 1917년

박효원   2020-02-29

니콘 자신은 경건했다. 그러나 성격이 불 같아서, 자신의 개혁을 반대하는 자와 명령을 거부하는 자들에게 자비가 없었다.차르(황제)는 교회 개혁을 시작한 장본인이었건만, 개혁의 실패를 예견하자 니콘에게 혐의를 씌웠다. 니콘이 대주권자(the Great

박효원   2020-02-07

니콘(Patriarch Nikon, 1605-1681, 재위 1652-1666)은 모스크바로 그리스 학자들을 불러들였다. 그러나 러시아 교회 의식을 그리스식으로 고쳤다는 것들은 정확한 것이 아니었다. 콘스탄티노플 교회 의식의 원본은 없거나, 있더라도

박효원   2020-01-31

한 외국인이, 아직도 한국인들에게 양인과 천민을 나누는 양천제(良賤制)나 양반과 상민을 구별하는 반상제(班常制)가 잔존하냐고 묻는다면 무엇이라 답할까? 오십 년 전만 해도 그렇다고 답했을 것이지만 지금은 아니다. 그 동안 이룩한 한국 사회의 민주화 덕

박효원   2020-01-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