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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칼럼] 빛을 나르는 사람들
빛을 나르는 사람들어느 해 가을, 만산홍엽(滿山紅葉) 시절에 산길을 걷지 않는 것은 죄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나님이 창조하신 세계를 바라보며 경탄하는 것이야말로 인간의 인간됨을 지탱하는 기둥이 아니던가. 모처럼 산의 품에 안긴 채 느긋하게 걷는 동안
김기석   2023-12-07
[오늘의칼럼] 씨앗을 손에 쥔 채로
팔레스타인 가자 지구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은 우리를 ‘인간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 앞에 세운다. 서방 언론은 이 전쟁을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라 칭하고, 아랍게 언론은 이스라엘-가자 전쟁이라 칭한다. 한쪽은 암암리에 전쟁의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가를
김기석   2023-11-17
[오늘의칼럼] 오뎃의 사자후
“오늘 너도 평화에 이르게 하는 일을 알았더라면, 좋을 터인데! 그러나 지금 너는 그 일을 보지 못하는구나”(눅 19:42). 예루살렘을 보고 우시며 하신 예수님의 말씀이다. 하마스와 이스라엘 사이에 벌어진 광기어린 전쟁을 보며 주님의 마음에 피멍이
김기석   2023-11-07
[오늘의칼럼] 니토크리스의 묘
그리스 역사가 헤로도토스는 ‘역사’라는 책에서 바빌론 여왕 니토크리스에 관한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는 도시 중앙을 통과하여 곧게 흐르던 유프라테스 강에 운하 몇 개를 파 물이 몇 구비로 굴절되어 흐르게 했다. 홍수를 예방하는 효과는 물론이고
김기석   2023-11-02
[오늘의칼럼] 불온함을 잃어버릴 때
불온함을 잃어버릴 때김기석/청파교회무릇 살아있는 것은 부드럽고 죽은 것은 딱딱하다. 살아있는 나무는 바람에 흔들리지만 고사목은 흔들리지 않는다. 흔들림은 변화를 받아들이는 것이다. 사람은 자기 동일성 속에 머물 때 안정감을 느끼지만, 낯선 세계와 만날
김기석   2023-10-20
[오늘의칼럼] 명랑함으로 잿빛 도시를 밝히는 사람
밴쿠버를 찾는 이들이 즐겨 찾는 개스타운 근처에는 노숙자들이 몰려 있는 거리가 있다. 약물에 취해 비틀거리는 사람, 끼리끼리 모여앉아 몽롱한 시선을 주고받는 사람들, 남루한 차림새로 길에 누워 있는 사람. 묵시록적 풍경이 아닐 수 없다. 차에 탄 사람
김기석   2023-10-14
[오늘의칼럼] 그대, 안녕하신지요?
어린 시절, 아침에 길을 걷다가 동네 어른들을 뵐 때마다 ‘진지 잡수셨어요?’라고 인사했다. 진지는 누구나 알듯이 밥의 높임말이다. 밥을 먹었는지 먹지 않았는지가 궁금했던 것은 물론 아니다. 이 인사는 사람들의 기본적인 욕구가 해결되기를 바란다는 기원
김기석   2023-10-04
[오늘의칼럼] 물이 흘러가는 곳마다
영웅 헤라클레스는 자기 죄를 씻기 위해 에우리스테우스 왕의 종이 되었다. 심술궂었던 왕은 그에게 열두 가지 과업을 해결하라고 명령했다. 아우게이아스 왕의 외양간을 하루 동안에 청소하는 일도 그중의 하나였다. 그 외양간에는 소가 수천 마리 살고 있었고,
김기석   2023-09-28
[오늘의칼럼] 히드라의 비열한 소스라침
경희대 김진해 교수는 라는 책의 표제 컬럼을 통해 흥미로운 관점을 보여준다. 스마트폰이 보급된 이후에 사람들은 직접 통화보다는 문자를 주고받거나 채팅 창을 통해 이야기를 나누는 걸 더 선호한다. 김진해 교수는 문자를 보낼 때 말끝을 어떻게 맺고 있는지
김기석   2023-09-16
[오늘의칼럼] 학습된 무기력을 떨쳐버리고
학습된 무기력을 떨쳐버리고세상이 펄펄 끓고 있다. 기후 위기는 징후가 아니라 전면적 현실로 우리 앞에 당도했다. 만기가 도래한 약속어음처럼. 집중호우에 제방은 무너지고, 편리를 위해 만든 터널이 무덤으로 변한다. 벌목과 택지 개발이 이루어졌던 산은 흘
김기석   2023-09-07
[오늘의칼럼] 경외심을 가르치는 교육
경외심을 가르치는 교육초등학교 5학년 때 담임선생님은 부모님과 떨어져 객지에 나와 살고 있던 나를 늘 세심하게 보살펴주셨다. 종종 어려운 일은 없는지 물으며 언제라도 도움이 필요하면 서슴지 말고 이야기하라고 말씀하셨다. 어느 날 선생님은 종례 후에 나
김기석   2023-09-05
[오늘의칼럼] 무더운 여름, 산들바람처럼
외로움은 마음 둘 곳 없음이다. 의지적이든 비의지적이든 많은 이들과 접촉하며 살 수밖에 없지만 마음의 헛헛함은 쉽게 스러지지 않는다. 사회가 부여한 역할을 수행하며 살면서도 마음은 다른 곳을 서성거리기 일쑤이다. 이곳에 있으면서도 저곳을 꿈꾸고, 이
김기석   2023-08-25
[오늘의칼럼] 교회의 시간, 상인의 시간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다. 변화 혹은 흐름만이 영속적이다. 유장하기 이를 데 없는 산도 바다도 변한다. 산은 계절에 따라 다른 옷을 입고 세상과 마주한다. 바다는 끊임없이 출렁임으로 싱싱함을 유지한다. 굳건해 보이는 바위가 허물어져 모래가 되고 그것이
김기석   2023-08-10
[오늘의칼럼] 함께 살기 위해 필요한 것
일본이 다핵종제거설비인 알프스를 통과한 물을 30여 년에 걸쳐 태평양에 방류하겠다고 밝힌 시점이 다가온다. 국내에서는 때 아닌 논쟁이 활발하다. 어떤 이들은 그 물을 처리수라 부르며 인체에 무해하다고 말한다. 국정의 고위 책임자들과 원자력 연구자들 가
김기석   2023-07-28
[오늘의칼럼] 차마 말하지 못한 것
목회자들이 모인 곳에 갈 때마다 받는 질문이 있다. “한국 교회에 희망이 있을까요?” 질문이라고는 하지만 목회자들의 가슴에 안개처럼 스며든 열패감이 그렇게 표현된 것일 뿐이다. 많은 신학교가 입학 정원을 다 채우지 못하고, 팬데믹 기간 중 교회를 벗어
김기석   2023-07-23
[오늘의칼럼] 장소를 아름답게 만드는 사람들
그는 생긴 것은 물론이고 그윽한 목소리와 거동까지 여러 모로 영화 ‘시스터 액트’에 나오는 우피 골드버그를 닮았다. 보스턴의 찰스 강변에 있는 한 소박한 호텔 식당은 그로 인해 특별했다. 첫째 날 아침 식사를 하러 다소 주뼛거리며 식당에 들어선 내게
김기석   2023-07-14
[오늘의칼럼] 지나침과 모자람 사이
“이상한 존재는 많지만, 인간보다 더 이상한 존재는 아무것도 없다”. 소포클레스의 에 나오는 말이다. '이상한'이라고 번역된 그리스어 데이논deinon은 이상하다는 뜻 외에도 '무서운', '경이로운' 등의 의
김기석   2023-06-13
[오늘의칼럼] 신성한 땅은 어디인가?
미국에 머무는 동안 틈 날 때마다 크고 작은 다양한 박물관과 미술관, 기념관을 찾아가 머물렀다. 어디에나 그곳의 역사와 전시된 유물에 대해 상세하게 설명해주는 안내인들이 있었다. 전시된 유물 하나하나는 이야기였고 그 이야기는 과거와 현재를 이어주는 끈
김기석   2023-05-29
[오늘의칼럼] 해찰하며 살면 안 되나?
공이 튀어오르듯 가뿐하게 달려가는 아이들을 볼 때마다 ‘생명 덩어리들!’이란 말이 절로 나온다. 저 가벼운 탄력성을 어느 결에 잃어버린 자의 시샘이다. 시샘이지만 마음에 그림자가 남지는 않는다. 잃어버린 낙원을 그리워하듯 막연히 기뻐할 뿐이다. 가끔
김기석   2023-05-26
[오늘의칼럼] 하늘을 비추는 렌즈
뮤지컬 성극 ‘모세’를 보러 미국 랭커스터에 있는 밀레니엄 극장에 가던 길에 랭커스터 제일연합감리교회에 들렀다. 1885년 부활절에 제물포항에 도착한 선교사 헨리 아펜젤러를 기억하기 위함이었다. 교회 앞에는 남루한 차림의 사람들이 서성거리고 있었다.
김기석   2023-0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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