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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급히 먹는 밥에 체(滯)하기 쉽다 (2)(의성신문 629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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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닉네임 : 이윤근 |
2018-04-12 07:55:45 조회: 378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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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히 먹는 밥에 체(滯)하기 쉽다 (2)(의성신문 629호)
아무리 목이 말라도 냉수를 급하게 마시면 체(滯)하기 쉽다. 그 유명한 이야기 중에 전남 나주(羅州)에 가면 빨래 샘이 하나 있는데 그 이름이 완사천(浣紗川)이라 한다. 이 완사천에 얽힌 사연은 어떤 장군이 지나가면서 너무나도 목이 말라서 완사천에서 어떤 처녀가 동이에다 물을 퍼붓고 있을 때 그 장군이 아름다운 아가씨에게 물 좀 달라고 하였을 때 그 아가씨는 바가지에 물을 담아서 그냥 주지 않고 물 위에다 버들잎을 띄워서 장군에게 주었다.
물을 받아든 장군은 버들잎을 띄운 연유를 묻자 그 아가씨는 하는 말이 “물도 급하게 마시면 체하는 법이라 버들잎을 불어가며 천천히 마시라고 하였다.” 그 말에 장군은 그 여인의 현명함에 반하여 결혼까지 하게 되었다. 이 이야기의 바로 주인공이 역사적인 인물인 고려를 건국한 태조 왕건과 장화황후 (나주 오씨) 이야기이다. 이는 일상생활에서 볼 때는 평범한 이야기 같으나 엄밀히 분석해보면 삶의 지혜가 담겨 있는 이야기다. 보통 여인 같으면 물 한 바가지 푹 떠서 주면 끝나는 일이지만, 지혜로운 여인은 물이라도 급히 마시면 체한다는 것까지 계산에 넣고 물을 주었다는 것이다. 이는 예사 인물이 아니라는 것을 스스로 증명해 보이는 것이다.
사람이 세상에서 사는 동안에는 마시는 물뿐만 아니고 매사가 신중하게 처신하는 것은 삶의 지혜라고 보아야 한다. 물을 천천히 마시지 못하고 벌컥벌컥 마시는 것은 너무나도 목이 마르기 때문에 그 당시 같아서는 냇물이라도 모두 다 마실 것 같은 갈증 때문에 물을 얼마든지 앞뒤 가리지 않고 마실 수 있게 되어있다. 그러나 갈증의 욕구를 단숨에 해결하려고 하는 것은 물에도 체할 수 있다는 위험성을 갈증이 난 사람으로서는 중요하게 여기지 아니하기 때문에 물을 주는 편에서 이성적으로 냉정하게 생각할 때는 그렇게 해서는 아니 되겠다는 것을 객관적인 면에서 판단할 수 있는 시간적인 여유가 있기에 물바가지에 버들잎을 띄워 주는 지혜롭고 느긋함을 보여준 것이다.
같은 맥락에서 정치, 사회, 경제, 통일 매사가 갈증의 시절일수록 버들잎을 띄운 한 잔의 물처럼 꺾이지 않는 원칙과 긴 호흡이 필요한 시대임을 알고 아무리 정치적인 목적에 갈증을 느끼고 통일에 갈증을 느끼며 목말라 해도 벌컥벌컥 물 마시듯이 하다가는 탈이 날 수도 있음을 기억하고 돌다리도 두들겨보고 건너간다는 옛말과 같이 또 재보고 또 재보며 매사 불여튼튼이란 말과 같이 신중하게 하는 것은 결코 퇴보가 아니고 안전한 진보임을 명심해야 한다.
고속도로를 달리다 보면 “5분 빨리 가려다가 50년 더 빨리 간다.”라는 글씨를 읽을 수 있다. 물론 한국 사람의 기질은 “빨리, 빨리”라는 것은 세계적으로 알려진 기질이다. 그러나 빨리하는 것도 장점이 될 수 있지만, 단점이 되는 수도 많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빨리 빨리하다가 성수대교와 아우 아파트와 같이 부실공사로 이어져 사고가 나는 일들도 얼마든지 볼 수 있다. 기본과 원칙은 시간으로 계산할 일이 아니고 결과를 계산해야 한다. 경주나 포항의 지진으로 많은 건물이 파손되었으나 기본과 원칙을 지켜 건축한 건물은 그 지진에 견디어냈다는 것은 오늘의 우리에게 많은 것을 깨닫게 한다.
대통령과 정부 정치권은 국가의 백년대계를 위한 헌법 개헌을 목마른 사슴이 물을 찾듯 굶주린 사자가 먹이를 찾듯이 급하게 처리하려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 특히 남북관계도 급하게 서둘러서 될 일은 아니다.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통일이 이루어져야지 졸속한 개헌에 담아 성급하게 통일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가 따를 수 있다는 것도 대통령이나 정부와 정치권은 알아야 할 것이다. 그리고 북한과 교류를 염두에 두고 정치적인 계산을 깔아놓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와 같은 계산이 있어도 정부와 정치권만의 전유물이 아니고 전 국민과 함께 합의를 끌어내야 진정한 통일의 발판이 될 것이다.
그런데 헌법 개헌 자문위원에서 개헌안에서 현행 헌법 4조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와 자유와 권리에 따르는 책임을 완수”다는 내용이 삭제되고 “평등 민주로 대체한 것은 자유민주주의가 아닌 사회민주주의를 염두에 둔 것이라”는 것이 정치권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이것은 논란의 여지가 있다는 것을 예고하고 있는데 많은 국민은 이와 같은 문제가 무엇인가를 제대로 알지도 못하고 오는 6월 13일에 개헌만이 아니고 지방자치단체장을 선출하는 선거와 같이 헌법개헌안까지도 한꺼번에 처리하겠다는 것은 너무 성급하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대통령이나 정부 관계자 및 정치권에 부탁하고 싶은 것은 지금 국민 대부분이 헌법 개헌에 대하여 자세하게 아는 분이 몇%나 되는가? 이런 것을 아는 정부나 정치권은 구태여 지방자치단체장을 선출하는 선거일에 맞추어 동시에 하겠다는 고집은 꺾고 우선 국민에게 개헌할 조항을 국민 전체가 자세하게 알 수 있도록 인지(仁智)시키고 그다음에 국민의 자율에 맡겨서 국민의 주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시간적인 여유를 주어야 한다. 그 이유는 헌법 개헌은 정치권을 위해서 하는 것이 아니고 국가백년대계와 국민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 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대한민국 헌법 제4조에 보면 “대한민국은 통일을 지향하며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평화적 통일정책을 수립하고 이를 추진한다.”라고 되어있다. 그런데 이번에 헌법 개헌자문위원의 개헌안을 보면 “제4조 대한민국은 통일을 지향하며 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평화적 통일정책을 수립하고 이를 추진한다.”라고 되어있다. 얼핏 보면 기존 헌법과 개헌 헌법이 차이가 없는 것 같은데 자세히 보면 하늘과 땅의 차이가 있다.
얼핏 보면 알쏭달쏭하다. 그러나 자세히 보면 그렇지 않다. 기존 헌법은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라고 했는데 개헌 헌법에 보면 “민주적 기본질서”라고 하였다. 여기서 다른 것은 “자유(自由)”라는 두 글자가 빠졌다는 점이다. 인간 생활에 있어서 자유가 보장되었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가? 여행의 자유 표현의 자유 언론의 자유 주거지 이동의 자유 자유가 얼마나 소중하였으면 패트릭 헨리(Patrick Henry)는 “자유가 아니면 죽음을 달라”라고 하였을까? 이런 부분을 국민 전체가 상세하게 알고 헌법 개헌투표에 참여하도록 투명하게 국민투표를 준비하는 것이 정부가 떳떳할 것이다. 지방분권이란 사탕 같은 호기심을 던져주고 얼렁뚱땅 개헌을 위한 어물쩍해서는 절대로 아니 될 것이다. |
2018-04-12 07:5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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